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하드웨어를 한다.
구글의 픽셀폰, 네이버의 하드웨어 투자 모두 같은 것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갑자기 발표된 서피스 스튜디오와 299$의 VR기기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1. MS 입장에서 잘하는 것, 생산성 도구와 PC게임
MS 입장에서 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생산성 도구’를 의미합니다. 사람들이 여전히 키보드와 윈도우즈 를 선호하는 이유는 워드프로세스. 포토샵, 이클립스, 비쥬얼 스튜디오를 편리하게 쓰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의 저처럼 글을 쓰기 위해서입니다. 간단히 말해 ‘생산성 도구’죠.
그리고 윈도우즈를 흥행하게 한 또 하나의 기술은 다이렉트X, 곧 게임입니다. 특히 한국은 온라인 게임으로 이 수혜를 톡톡히 입었죠.
2. 모바일에 빼앗긴 시장과 생산성 도구로서의 위협
하지만 콘텐츠 플레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많은 부분 안드로이드와 iOS에 빼앗겼습니다. 최근에는 PC게임 시장마저 심상치 않습니다. 바로 오큘러스와 HTC Vive가 새로운 PC 기반의 VR 게임 패러다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조금 더 앞서나간 홀로렌즈로 대체할 만한 거리가 아닙니다. 일단 너무 고가이고, 아직 MS의 라이트 필드 기술이 설익었기 때문이죠.
태블릿은 어느새 생산성 도구의 위치마저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네이버의 에디터 3.0은 이미 모바일에도 최적화되어 태블릿만으로 충분합니다. 구글은 크롬OS의 차세대 OS로 안드로메다를 이야기하는데, 이는 안드로이드도 호환하겠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구글은 MS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겁니다.
MS의 새로운 대표 나델라는 아마존이야 이제 적당히 엿먹였으니(대표가 바뀌니 정말 회사가 달라지네요) 더 큰 숙제인 이를 해결해야 합니다.
3. 그래서 나온 MS의 전략
1) VR로 넘어가는 차세대 시장의 PC게임을 수성하기 위해 299$ VR을 만들자
그래서 나온 게 지금 299$ VR이 아닐까 합니다. 장점은 오큘러스나 ‘HTC Vive 대비 불편하게 이것저것 설치할 필요 없다’ 입니다. 저도 이 방향으로 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는데, 키넥트 기술을 가지고 있는 MS는 빠르게 실현했네요.
소프트웨어 스택은 MR로 더 멀리 내다 본 걸 만들어 두었으니 그걸 그대로 쓸 모양입니다. 이 기기는 오큘러스와 Vive를 잡으려고 나온 것이 분명합니다.
2) 태블릿은 전문가 생산성 기기가 아니야, VR도 준비해야지. 서피스 스튜디오
윈도우10에 3d builder를 자꾸 기본 앱으로 넣을 때 알아챘어야 합니다. MS는 VR을 대비한 생산성 기기로 윈도우10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Microsoft Surface Studio | App Partners
최근 VR 업계에서는 VR의 HMD를 쓴 상태에서 모델을 만들거나 편집하는 기술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데, VR기기의 장시간 착용이 어려우니 아직은 시간이 걸릴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MS는 VR의 콘텐츠 생산을 위한 최적의 기기를 내놓기 위해 서피스 스튜디오를 만든 느낌입니다. 물론 이 방향으로 진행되다 보니 와콤의 신티크까지 같이 밟히게 되었습니다.
2D 그림을 그리는 데에도 이러한 형식은 최고죠.
4. 설 곳을 잃어가는 제조사와 흥하는 소프트웨어
1)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려니, 물리적 하드웨어도 만들어야겠네
지금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기업들의 분위기는 이 한마디면 될 것 같습니다. 기존에는 하드웨어가 먼저 깔리고, 그 생태계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은 서비스나 UX를 먼저 상상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개발되는 것 같네요.
이를 의식한 인텔은 독자적인 VR헤드셋인 프로젝트 Alloy를 오픈소스로 만들 것을 발표했었는데, MS와의 관계가 흔들리는 느낌도 듭니다. 제조사로서는 무척 안 좋은 상황이죠. 이런 생태계에는 제조사가 할 수 있는 건 하청밖에 없습니다. 정말 한국의 제조사는 참 힘든 분위기로 가네요.
2) 콘텐츠제작의 파편화 지옥을 해결하는 소프트웨어
그러다 보니 매우 다양한 하드웨어가 나오고, 개발 플랫폼은 이제 하드웨어 스펙이 아닌 소프트웨어 레이어로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VR, AR, MR의 표준 개발 툴은 유니티와 언리얼이 대세입니다. 이렇게 뭐가 나올지 모르는 시점에서 콘텐츠 개발사에게는 파편화를 전담하는 소프트웨어 층이 하나 있는 것이 좋죠. 아마도 MS와 구글은 유니티와 언리얼에 군침을 흘리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MS가 언리얼을 가져간다면 완전체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원문 : 숲속얘기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