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이 삼성 갤럭시 노트 7의 발화 문제를 보도하는 방식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심층 취재도 거의 없고, 밑도 끝도 없이 삼성을 감싸주는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 볼 수 있는 WSJ의 기사를 전문 번역했다. Jonathan Cheng과 John D.McKinnon이 함께 쓴 기사다.
엑스레이와 CT 스캔 사진은 현저한 돌출부를 보여줬다.
9월 초, 갤럭시 노트 7에서 불이 났다는 기사들이 나온 후, 삼성전자의 임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논의했다. 회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에 따르면, 그들 중 몇몇은 사고가 큰 문제라는 생각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이들은 회사가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실험실 보고서엔 문제 있는 기기들의 스캔 사진을 토대로 볼 때, 계열사인 삼성 SDI에서 공급받은 배터리를 탑재한 노트 7에서 돌출부가 나타난다고 쓰여 있었다. 다른 공급처로부터 받은 배터리들은 그렇지 않았다.
명확한 답은 아니었고, 돌출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평과 통신사들의 답변 요구 때문에, 새롭게 무선사업부 사장에 임명된 고동진은 삼성이 250만대의 폰을 리콜을 결정할 정도로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느꼈다. 그의 제안은 삼성의 3세 후계자인 이재용의 지지를 받았다. 이재용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투명한 기업체인 삼성에서 좀 더 많은 개방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9월 초에 이루어진 그 결정 — 불완전한 증거에 기댄 전면적인 리콜 추진 — 은 이제 삼성을 괴롭히고 있다.
삼성이 다른 공급처의 배터리를 탑재한 수백만 대의 새로운 폰을 나눠주기 시작한 지 2주가 지나고, 삼성은 초기의 진단이 틀렸다는 점을 인정하는 길밖에 없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동안 새로운 사고들이 다수 터졌고, 그들 중 몇몇은 안전하다고 생각됐던 교환받은 모델들이었다. 규제 당국은 새로운 의문을 품었고, 이재용과 고동진은 폰을 완전히 단종시키는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리콜’의 패착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삼성을 스마트폰 리더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진보한 핸드폰이었던 노트 7은 성공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잠깐은 갤럭시 노트가 애플의 아이폰 사용자들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고, 세계에서 가장 지배적인 기술 기업으로서의 삼성을 공고히 해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폭발하는 핸드폰과 서투른 리콜의 결과로 삼성의 리더들은 삼성의 신뢰도를 되살리기 위해 애를 써야만 했다. 위험에 처한 것은 내년 2월에 공개될 것으로 기대되고, 갤럭시 S8으로 불릴 가능성이 높은 삼성의 다음 플래그쉽 스마트폰이다.
삼성의 가장 큰 스마트폰 시장인 미국에서 제품 리콜을 관장하는 미국 소비자 제품 안전 위원회(CPSC)는 삼성이 기기의 위험을 곧 고지하든 아니든,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그 전에) 자체적인 리콜을 실시하기로 결정했고, CPSC의 공식적인 프로세스를 우회했다. 몇몇 미국 상원 의원들은 규제 당국이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내는 데 삼성의 이 결정이 방해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삼성은 여전히 무엇 때문에 노트 7에 불이 붙는지 확실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삼성의 대변인은 자사가 규제 당국과 빠르게 협력하여 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적인 대응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처음에 우리가 정확하게 문제를 규명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가장 큰 우선순위는 고객의 안전과 시장에서 갤럭시 노트 7을 100% 회수하는 것입니다.”
외부 전문가들은 배터리가 다른 스마트폰의 구성품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에서부터 전체 전기 회로의 디자인까지, 가능성 있는 문제의 원인을 지적한다. 한 삼성 무선사업부 임원에 따르면, 엔지니어들 또한 배터리 케이스가 그 정도 용량의 배터리를 감싸기엔 너무 작은 게 아니냐는 문제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규모가 큰 제품 리콜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기업이 자신들에게 신경을 쓰고 있고, 문제를 고치기 위해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고 믿는다면, 대개 기꺼이 잘못을 용서한다.
전직 CPSC 위원이자 노스캐롤라이나 주 무어스빌에서 독립 제품 안전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스튜어트 스태틀러는 이렇게 말한다.
“삼성이 초기에 했어야 하는 일은 자체적인 리콜을 추진하기보다는 미국의 규제 당국과 사전 단계에서 찾아낸 것들, 생각들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갤럭시 S8 개발팀의 한 멤버에 따르면, 삼성의 임원이 노트 7 과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엔지니어들을 차출하느라 갤럭시 S8의 개발을 2주 정도 연기시켰다고 한다.
한편, 투자자들은 삼성의 시가 총액을 200억 달러 정도 날려버렸다. 삼성은 잃어버린 매출을 포함해서 리콜에 50억 달러, 혹은 그 이상의 비용이 들 거라고 얘기했다.
보증된 히트작, 삼성을 배신하다
2011년 공개된 후,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아이폰을 따라 한 것으로 오랜 시간 조롱(그리고 베낀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을 받아온 삼성에게 자랑거리가 됐다. 더 큰 화면의 핸드폰은 소비자의 취향에 딱 맞았다. 아이폰이 사이즈를 줄이고 있을 때, 갤럭시 노트는 커다란 핸드셋으로의 전환에 먼저 착수했다. 덕분에 핸드폰과 태블릿의 합성어인 ‘패블릿’이라는 별명을 얻을 수 있었다.
2013년 9월 삼성이 세 번째 버전을 발표할 때, 갤럭시 노트는 보증된 히트작이었고, 두 달 동안 1천만 대를 팔았다. 다음 해 애플은 처음으로 갤럭시 노트 크기의 아이폰을 공개했다.
올해 애플의 아이폰 7에 약간의 점진적인 변화만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삼성의 임원들 귀에 들어갔을 때, 고동진과 다른 고위 임원들은 다음 버전이 공개되는 가을의 맞대결을 펼치는 데에 점점 자신감을 키워갔다. 삼성은 6를 건너뛰고 곧장 7으로 가기로 했다. 애플의 아이폰 7과 직접적인 대결을 하겠다는 뜻에서 바꾼 이름이었다.
삼성의 엔지니어들은 전작에 비해서 홍채 인식 스캐너, 방수, 개선된 스타일러스, 16% 더 길어진 배터리 사용 시간 같은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했다. 8월 2일, 미드타운 맨하탄의 극장에서 열린 호사스러운 이벤트에서 고동진이 새 기기를 공개한 이후 노트 7의 사전구매는 호조였다. 분석가들은 삼성의 수익 전망을 높게 잡았고, 투자자들은 주가를 신고가로 올려놨다.
며칠 후 사용자들이 과열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했을 때, 삼성의 임원들은 침착했다. 임원들의 생각을 잘 알고 있는 사람에 따르면, 몇몇은 알려진 사고들 중 다수가 허위라고 의심했고, 실제 일어난 사건조차도 소수이기에 수백만 대의 스마트폰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려버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남쪽에 있는 삼성의 디지털 시티 캠퍼스가 내려다보이는 27층 오피스 타워, R5 내의 고동진 사무실에 고동진과 다른 무선사업부 임원들이 모였다. 그 안에는 전임자인 신종균과 오랜 시간 삼성의 최고 임원이었던 최지성도 있었다. 그들은 배터리의 내부 구조에 열 손상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폰의 엑스레이와 CT 스캔 사진을 확인했다. 그 회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의 말이다.
이재용과 고동진은 삼성 SDI 배터리 문제라고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삼성이 더 많은 정보를 기다리기보다는 ‘옳은 일’을 하고 행동에 나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더 많은 정보를 기다리면 소비자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더 오래 기다려야 하고, 더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는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9월 2일, 고동진은 서울 시내의 기자 회견장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공급처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공급처 한 곳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다른 공급처로 생산을 전환할 거라고 했다. 이 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삼성이 의존하려 했던 공급처가 암페렉스 테크놀로지였다고 말한다. 일본의 전자기기 부품 제조사인 TDK 기업의 회사다.
워싱턴에서, 고동진의 발표는 소비자 제품 안전 위원회를 놀라게 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CPSC와 함께 문제를 규명하고 리콜을 계획한다.
이 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 따르면, 삼성은 CPSC에게 그 날 늦게까지 이 문제를 고지하지 않았다. 노트 7의 폭발 사고가 처음 보도된 지 대략 2주 정도가 지난 후였다.
비록 CPSC가 기업으로 하여금 ‘불확실한’ 문제에 대해서 상황을 규명하는데 ‘합당한 시간’을 쓸 수 있게 허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CPSC의 규제는 기업이 제품의 잠재적인 위험을 24시간 내에 신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삼성은 CPSC의 빠른 방식의 해결책(fast-track resolution)을 선택하기도 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이 제품의 결함을 찾는 CPSC의 공식 과정을 피하고, 때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제품 문제 규명 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제조사가 제품에 관한 법적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다.
CPSC는 ‘복잡한 기술적 문제로 해결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 몇몇 기업들은 빠른 방식의 해결책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처음에 삼성의 리콜 솔루션은 잘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삼성은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핸드폰을 바꾸러 왔고, 90%의 경우 새로운 노트 7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임원들은 칭찬을 받았다. 특히 삼성의 임원들이 대단히 많이 읽는 한국의 언론들은 삼성이 신속히 대응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CPSC는 삼성의 해결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고동진의 리콜 발표 1주일 후인 9월 9일, CPSC는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조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핸드폰을 사용하지 말라며, 평소답지 않은 경고를 했다. 그리고 폰을 교환해주는 삼성의 계획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인지 판단을 내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며칠 후, 삼성과 CPSC는 마침내 공식적인 합동 리콜에 동의했다.
한편, 교환된 핸드폰들의 과열 문제에 대한 불만과 배터리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처음에 삼성의 대변인은 아무런 안전 문제가 없다고 말했었다. 삼성이 암페렉스의 배터리를 탑재한 노트 7만을 공급한 중국에서 사건이 터졌을 때, 삼성은 보도된 스마트폰 폭발 문제를 거짓이라고 간주했다. 중국의 노트 7에선 배터리가 문제를 일으키는 게 불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보고되는 문제들이 점차 많아지자, 삼성의 직원들은 무서운 농담들을 하기 시작했다. 한 모바일 부서 임원은 갤럭시 노트 7을 ‘방사능’ 같은 주제라고 얘기했다. 직원들은 회사 매점에서도 갤럭시 노트 7을 언급하는 걸 꺼렸다.
지역 텔레비전 뉴스 기자들은 아침 6시에 삼성에 얼마나 많은 불이 켜져 있는지를 보도하기 위해 모였다. 삼성의 위기가 얼마나 큰지 묘사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10월 초, 연기를 내뿜는 삼성의 스마트폰 때문에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 비행기에서 승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사안을 잘 알고 있는 이들에 따르면, 버라이즌의 로웰 맥아담을 비롯한 주요 통신사의 최고 임원들은 이재용에게 빠르게 갤럭시 노트 7을 단종시키라고 촉구했다. 이 임원들은 이재용에게 갤럭시 노트 7이 점점 더 팔 수 없는 물건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11일, 이재용은 고동진에게 전화를 걸어 노트 7을 단종시키라고 지시했다. 그 날 오후, 고동진은 삼성의 무선사업부에 편지를 썼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편지를 입수했는데, 편지에는 이 위기가 “우리가 직면했던 것 중 가장 힘든 어려움”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들이 직면했던 것 중 가장 힘든 어려움
현재로써는 노트 7을 단종시키는 결정이 피해를 멈췄지만, 분석가들은 미래의 갤럭시 노트 시리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들은 이번 위기로 갤럭시 브랜드가 너무 많이 손상됐고, 삼성이 갤럭시 브랜드 전부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명의 미 상원 의원, 플로리다의 빌 넬슨과 코네티컷의 리차드 블루멘탈은 CPSC와 삼성의 의사소통 과정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사항들과 삼성이 노트 7의 위기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관한 상세한 내용들을 요구했다. 블루멘탈은 삼성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현재까지 미국 내에서 삼성이 96건의 배터리 과열 사고를 보고했다고 썼다. 여기에는 13건의 화상 사고와 47건의 재산 피해가 포함되어 있다.
지난주, CPSC 의장 엘리엇 카예의 주장으로 CPSC는 앞으로 수개월간 리튬 이온 배터리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제가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다양한 기기에서’ 우리가 불 붙는 리튬 이온 배터리 문제를 또 보게 될 거라는 거죠.”
CPSC 위원인 로버트 아들러의 말이다.
“이건 엄청난 문제입니다.”
원문 : Yoon Ji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