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인도네시아
커뮤니티: 디지털노마드. 발리 우붓Ubud에서 서식하는 사람들
홈페이지: 없음. 커뮤니티가 딱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니까.
체류 기간: 2015년 10월 / 1달
이곳은 어디인가?
디지털노마드의 성지라 불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의 우붓이다. 요즘도 여기 모르는 사람이 있나?
어떻게 알게 되었나?
다들 알지 않을까?(…) 이렇게 쓰면 대충 쓴 것이 너무 표나니까 좀 더 성의 있게 쓰자면, 아마도 ‘디지털노마드’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도유진 씨의 이 글 덕분이 아닐까?
왜 갔냐?
일단 ‘발리’ 하면 신혼여행지로 기억이 되어있던 나에게 도유진 씨의 글은 호기심을 이끌어내기 충분하였다. 게다가 지금이야 식상해서 우엑 하는 단어지만 ‘디지털노마드’가 궁금하다 보니, 이놈의 디지털노마드 한번 가서 뭔가 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도, 베트남 농장, 공동체를 거치면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도 좋지만 ‘자연도 있고 와이파이도 있고 영어가 가능한 자연형 도시(?)’ 같은 장소가 갈급했다. 나의 한계를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나는 자연도 좋지만 귀촌하면 한 달 만에 와이파이 찾아, 사람 찾아 뛰쳐나오는 닌겐이었던 것이었다. (아…)
떠나는 길
발리 공항에 내려서 우붓으로 날아가면 된다. 공항에서 우붓까지 한 시간가량 거리로 예측됨. 나는 재수 없이 새벽 3시에 떨어져서(-_- 맞아요, 에어아시아. 딜레이 전문 항공사…) 택시비 왕창 내고 들어갔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택시는 흥정하여 300K 지불했다. 버스 타면 더 싸다.(4-50K) 오토바이 택시를(1-20K) 타면 더 싸다. 우버가 택시보다 더 싸다(7-80K면 가능!) 꾸따는 그냥 걸어가도 된다. 나만 그런가?
잠자는 곳
우붓 동네를 빙글빙글 돌면서 잘 구하면 된다. 아직도 촌스럽게 에어비앤비 쓰시는가? 노노! 처음엔 잘 모르니까 일단 에어비엔비로 구한 다음, 숙소를 찾아 흥정해도 전혀 문제없다.
- 에어비앤비로 처음에 2~3박 정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
- 우붓 에어비앤비의 경우 하룻밤 20불이면 겁나 호사스러운 곳에서 독방을 쓰면서 조식도 먹는다. (유럽에선 20불이면 호스텔 1박인데, 흑)
- 에어비앤비 돈이 아까우면 카우치 서핑을 한다. 카우치 서핑도 여유롭게 가능하다.
- 그 공간이 맘에 들면 주인장과 협상을 한다. (예시. 여기 참 마음에 드네요. 한 달 정도 지내면 얼마에 가능해요? 캐시로 드릴 테니 디스카운트 ㅇㅋ?)
하지만 발품을 팔면 훨씬 저렴하고 좋은 조건의 방을 찾을 수 있다. 어떻게 찾냐고? 걸어 다니면서 물어보면 됩니다.
- 마음에 드는 동네를 일단 찍는다.
- 그 동네 슈퍼 앞에서 노닥노닥거리는 주민들에게 웃으면서 다가간다.
- “I’m looking for a room / house to stay. Do you know any?” 뭐 이런 식의. 못 알아들으면 손짓 발짓 잠자는 흉내 등등을 하면 된다.
- 발리는 워낙 관광객이 많아서 다들 찰떡같이 알아듣고 방을 보여준다.
- 방의 청결 상태 등등을 확인하고, 가장 중요한 인터넷 스피드를 돌려 본다.
- 가격 흥정에 들어간다. 하룻밤에 얼마냐? 일주일은? 한 달은?
하우스 헌팅 기록 (2015년 10월 기준)
- 하루 100K / 1주 700K / 4명이 한방. 와이파이 없음. 아침 제공
- 하루 300K / 1주 2,100K / 겁나 좋은 빌라. 와이파이 느림. 아침 제공. 시내에서 멀다
- 2주 2,500K / 홈스테이. 독방 제공. 아침 제공. 깨끗함. 와이파이 느림
- 2주 2,800K / 집 제공. 깨끗함. 옆에 공사 중이라 시끄러움. 와이파이 느림
- 2주 1,000K / 집 제공. 약간 벌레. 부엌. 와이파이 없음 (여기 선택 / 7만 원, 한 달 14만 원)
와이파이는 없지만 부엌 있는 나만의 집이 한 달에 14만 원!
어차피 와이파이는 죄다 느렸다. 그래서 차라리 와이파이 없고 싸고 깨끗한 곳에서 사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2주에 1,000K였던 나의 숙소는 잠만 잔다는 고려를 하면 정말 싸고 좋았다. 넓고 냉장고에 가스레인지에 샤워도 있었다. 그런데 하룻밤에 100K도 안 했다 (7천 원) ㅋㅋㅋㅋ
그러나 낮에는 매우 덥고 밤에는 추웠다. 나중에는 바퀴 님이 바퀴바퀴하고 나타나서 식겁했던 슬픈 기억. 너무 싸다 싶으면 의심을 해보도록 하자(…) 그래도 아늑했던 마이 홈.
음식
아침은 장 봐서 대충 해 먹었다. (빠빠야는 6k, 코코넛은 7k) 점심 저녁은 스무디 등을 사 먹었다. 로컬 구닥다리에서 사면 5-12K면 먹고, 와룽(동네 음식점)에서 먹으면 50K (3천 원), 블링블링한 데서 먹으면 7-80K(6천 원) 정도 들었다. 동네가 동네이다 보니, 건강 오가닉 비건 글루텐 프리 레스토랑이 참으로 많았다.
하 그러나 내 마음은 오가닉하지 않음. 초반엔 100K로도(8천 원) 하루를 살 수 있었는데… 점차 방만해지면서 150-200K(1.5만 원) 쓰기 시작했음.
교통수단
자전거를 빌리거나 스쿠터를 빌려야 한다. 택시는 비싸서 안 탔음. 구글맵 만세! 택시들은 다 흥정해야 하는데 바가지를 막 씌우고 그러진 않는다. 착한 로컬 사람들.
- 자전거 1주일 150 / 한 달 400K (약 3만 원)
- 스쿠터 1주일 300 / 한 달 600K (약 5만 원)
어중간하게 일주일 빌리지 말고 통 크게 한 달 기준으로 가자. 물론 저 가격도 흥정하기 나름이다.
커뮤니티 구조
이곳에 서식하는 사람들을 분석해보았다.
- 허니문. 커플
- 히피. 서퍼
- 요가. 힐링 피플
- 디지털 노마드
발리는 일단 초창기에는 아무래도 허니문, 커플, 러버들이 발굴하여 블링블링한 리조트가 많다. 그들은 주로 해변가에 몰려있기 때문에 마주칠 일은 많이 없다. (휴)
거기에다 발리는 서퍼들의 파라다이스. 자, 내 물결에 올라타! 라고 외치는 듯 퍼펙트한 파도가 넘실거리고 있기 때문에 레게머리의 자유 자유 피플들이 LOVE&PEACE를 외치면서 해변가에서 서식하고 있다.
그다음 EAT-PRAY-LOVE 종족들인 ‘나는야 줄리아 로버츠’ 피플이 굉장히 우붓에 많다. 각종 겁나 오가닉하고 천연천연하고 비건한 레스토랑들이 그들을 위해 존재한다. 몸매를 드러내는 타이트한 요가 팬츠를 입고 뭔가 신비로운 힘을 주는 듯한 돌멩이 목걸이를 하고 서로 만나는 족족, “오우~ 아이 미스드 유!” 하면서 꼭 껴안음. 혹은 어딘가 둘이 앉아서 매우 길고 또 길고 긴 대화를 나누면서 눈물을 닦는다. 감동도 잘하고 감탄도 잘하는 엘프 종족들이라 하겠음.
그다음 맥북 간지를 자랑하며 해먹에 앉아서, 혹은 라이스 테라스에 앉아서 “뭔가 나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 난 디지털노마드!” 모드를 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서식지는 주로 발리 주요 코워킹 스페이스인 ‘후붓Hubud’이나 ‘오니온 Onion collective’에 있다. (오니온은 하루에 85K이다. 일주일에 420K로 이용료가 가장 저렴하셔서 자주 이용하였다.)
자 여기서, 내가 궁금한 건 이거였다. 도대체 여기서 로컬은 어디에 있나, 발리는 외국인들을 위해 존재하나?
뭐하고 사나
- 아침 6시 기상. 청소하고 아침 먹음. (농장 살던 습관 때문입니다…)
- 8시쯤 오니온 코워킹 스페이스 도착해서 일함. (혹은 일하는 시늉)
- 12시쯤 후붓가서 강의 듣고 (혹은 그냥 수다)
- 오후 2-3시까지 친구들과 노닥이며 놀다가 (난 이렇게 쿨한 사람이다!)
- 다시 5-6시까지 일함 (이번에 진짜 일함)
- 해가 질 때쯤 6-7시쯤 저녁 먹으러 간다.
- 저녁 먹고 수영장 가서 수영하고 농땡이를 피운다. 호텔 딸린 수영장에서. 겁나 좋음. 수영하는데 30K?
- 10시쯤 집에 와서 11시쯤 취침
뭔가 바쁘고 교류가 있는 듯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농장의 삶과는 차원이 다르지. 이렇게 소셜소셜하게 지내느라 돈을 쫙쫙 썼다. 여긴 돈을 안 쓰면 친구도 못 사귀는 건가.
후붓 커뮤니티 이벤트를 일주일에 3번은 참여하였다. (이것도 돈을 내서 커뮤니티 멤버가 되어야 참여할 수 있다) 스킬 쉐어링, 띵크 탱크, 붕쿠스, 커뮤니티 런치, 페챠큐챠 나잇 등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배우는 것도 많다! 그래서 매우 유용한 편이다. 친구들을 여기서 가장 많이 만났다. 아, 그 친구 중에도 단 한 명도 인도네시아인이 없네. 음…
한 달 살기 비용
싸다! 좋다!… 그래서 방심했다. 돈을(내 기준) 정말 어마 무시하게 써버렸다 (…)
숙소: 33만 원
사회활동: 22만 원 (수업 듣느라 ㅠㅠ)
생활비: 62만 원 (그 외 먹는 것과 교통수단 등등. 왜 이렇게 많이 나왔을까요? 당최 모르겠음)최종 생활비: 116만 원 (응???) / 일주일 기준 약 29만 원
지금 정리해서 보니까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아니 도대체 나는 발리를 왜 간 거지? 돈 아낀다고 아등바등하였건만 그다지 다른 것도 없고 (사실 돈을 더 쓴 것 같다) 요가와 힐링을 한 것도 아니다. 그 유명하다는 디지털노마드 아이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나눠봤지만 “아항, 쟤나 나나 똑같이 헤매는 건 매한가지구나.” 이걸 발견하러 간 건가?
발리에 난 왜 간 거지? 가서 뭘 배운 거지?
원문 : Lynn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