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온라인 셀렉트샵 29CM’를 모른다면 이 링크를 클릭해서 29CM 웹사이트/모바일 사이트를 한 번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온라인 셀렉트샵’ 이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에 “이게 뭐지?”라고 클릭을 했다면, 그들의 본거지(?)를 둘러보고 난 뒤 확실하게 이들에게 ’온라인 셀렉트샵’이라는 용어가 붙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29CM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몰과는 다르다. 일반적인 쇼핑몰이 혜택, 쿠폰, 가격 등 ‘커머스’ 영역에 집중했다면 29CM는 그보다는 ‘브랜드’와 ‘스토리’를 더 중요하게 집중하고 고민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왜 우리가 이 브랜드의 제품들을 우리 쇼핑몰에 입고시켰는지?”
“브랜드 또는 제품의 신념과 철학이 소비자에게 어떤 베네핏을 줄 수 있는지?”
이런 점을 고민하는 보기 드문 온라인 쇼핑몰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29CM라는 쇼핑몰 이름에서도 드러나 있다. 29CM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설렘을 주는 거리’를 의미한다. 대면하는 사람과 가장 교감이 이뤄질 수 있는 거리가 29CM라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브랜드는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말해줘야 하는 영역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에게 그만큼 다가가겠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29CM의 ‘CM’는 ‘커머스’와 ‘미디어’를 뜻한다.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몰들이 오로지 커머스에 집중해서 “가성비 좋은 물건을 판매하고 수익을 거두는 일”에 집중했다면, 29CM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통해 쇼핑몰 스스로가 입점 브랜드들의 미디어를 자처하고 있다. 상품 사진 하나도 스토리가 안 담겨 있는 사진이 없으며 상품 사진 그 자체가 구매요인을 자극하는 콘텐츠 역할을 한다.
디지털 시대, 모바일 경쟁력이 ‘콘텐츠’ 싸움이라는 것을 일찍부터 이들은 알고 2011년 창립 때부터 상품이 아니라 콘텐츠를 판매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많은 브랜드들이 29CM와 콜라보래이션을 하고 싶어한다. 이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음악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 파트플레이스 이화루애, 디자이너 예란지, 영화 <무드 인드고> 등과 같은 문화 콘텐츠 등이 함께했다. 최근에는 에어비앤비의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캠페인, 김원중 & 박지운이 만든 브랜드 ’87MM’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시작했다.
왜 브랜드들은 온라인 쇼핑몰에 불과한 29CM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어하는가? 그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1. 비주얼 스토리텔링
위에서 설명했듯이 29CM는 브랜드들의 ‘미디어’를 자처한다. 그리고 꽤 멋진 컨셉과 비주얼 톤앤매너를 잡아 브랜드의 핵심을 잘 전달해주고 있다. 이러니 브랜드들이 29CM와 콜라보래이션을 안 하고 싶어 할수가 없다. 우리나라 어느 쇼핑몰이 자사 쇼핑몰에 입점한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을 이렇게 잘해줄 것인가?
위의 예는 29CM에 입점하는 브랜드 ‘STANDARD’의 상품 안내 페이지이다. 단적인 예로 STANDARD 브랜드의 이미지를 가져왔는데 다른 온라인 쇼핑몰들과는 차원이 다르지 않은가? 전적으로 29CM의 입장이 아닌 입점 브랜드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전달하고 하는 브랜드 컬러는 무엇인지를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텍스트 기반이 아니라 상품과 브랜드 이야기를 극대화해서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 중심이라는 점이다.
사실 29CM가 2011년 창립했을 때 ‘브랜드 프리젠테이션’이라는 키워드로 화두가 된 적이 있다. 마치 페이지 한 장 한 장이 프리젠테이션 페이지 같았기 때문이다. 이때의 초심을 지금까지 밀고 나가고 있고, 그 결과 29CM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되었다.
이제는 패션브랜드 뿐만 아니라 전 산업군에 걸쳐 있는 ‘감각 있는’ 브랜드들의 비주얼 스토리텔링도 29CM에서 볼 수 있다. 전 세계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와의 콜라보래이션이 대표적이다. 에어비앤비와의 콜라보를 위해 ‘럭키 마그넷’이라는 상품을 일부러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에어비앤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29CM가 다루는 카테고리와는 관련성이 없었다. 하지만 29CM가 가지고 있는 트렌디함과 감각적인 느낌, 에어비앤비가 가지고 있는 핫함을 잘 섞어보고자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29CM라는 온라인 쇼핑몰이 이제는 커머스를 떠나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이기도 하다.
2. 제안의 힘을 발휘하다
온라인 쇼핑몰은 그야말로 포화상태이다. 그리고 어느 쇼핑몰이 얼마나 더 많은 카테고리와 품목을 가지고 있느냐로 경쟁력 싸움을 하고 있다.
물론 한 쇼핑몰에 많은 품목이 있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다. 이리저리 돌아다닐 필요가 없으니.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역시나 결정에 혼란을 가져온다. 예를 들면 인테리어용으로 탁상용 전등을 하나 사고 싶다고 하자. 오픈 마켓 또는 소셜커머스에서 검색을 해보면 수십, 수백가지 상품이 나온다. 이걸 다 보다가 지칠 판이다. 누군가가 이 상품 중에서 딱 20개만 괜찮은 것으로 나에게 리스트를 뽑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 역할을 바로 29CM가 하고 있다. 29CM는 전문성과 감각이 있는 MD를 통해서 제한된 카테고리, 제한된 상품만을 판매한다. 작년에 오픈한 일본 ‘츠타야 가전’이 단 20대의 냉장고만 파는 것과 같은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 재팬에서는 냉장고를 검색하면 1,000개의 상품이 나온다고 한다) 29CM가 한 번 필터링해준 상품은 믿고 살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29CM의 단골이 되는 것이다.
3. UX / UI에 대한 높은 이해도
29CM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디자인 잡지 ‘월간 디자인’에서 다뤘을 정도로 높은 디자인 감각이 녹아있다. 온라인 쇼핑몰 앱을 본다는 느낌이 아니라 쇼핑 컨텐츠를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과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스토리 북을 읽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29CM는 웹과 앱의 구성을 차별화했다. 거의 모든 기업이 웹의 구성과 콘텐츠를 그대로 모바일로 가져오는 것과는 다르다. 나는 이 생각에 동의한다. PC의 경우에는 와이드한 화면에서 자유로운 클릭 동선이 보장되는 마우스라는 도구가 있다. 하지만 앱의 경우에는 좁은 화면일뿐더러 클릭/스와이핑 등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이 짧고 적다. 이런 차이점을 29CM는 인지하고 웹과 앱으로 표현했다.
29CM앱 홍보 영상
이러한 노력 결과 ‘레드닷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애플에서 꼽은 베스트 쇼핑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어쩌면 정말 쉬운 말이다. “PC와 모바일 환경이 서로 다르니 웹과 앱은 다르게 해야지!” 하지만 누가 먼저 실행하고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따라 승자는 달라진다.
4. 이슈메이킹이 되는 29CM 마케팅
마지막으로 꼽아보고자 하는 점은 바로 29CM의 마케팅이다. 29CM의 상품들은 둘러보면 알겠지만 감각 있고 감각적인 카피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선풍기 제품 콘텐츠를 보여주며 ‘바람에게 바람’이라고 말한 경우나 소형 빔프로젝트 제품 콘텐츠를 보여주며 ‘주머니에서 꺼낸 극장’이라는 간결하지만 제품의 특성을 잘 설명해주고 있는 카피들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29CM에서 진행하는 이벤트가 SNS를 강타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1,000만 원의 주인을 찾습니다’라는 이벤트였다.
일반적으로 이벤트를 기획하게 되면 최대한 많은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등수를 나누고 점점 1등을 향해 당첨자를 좁혀나간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들은 이슈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잘 알고 있는 마케팅 이벤트 이기 때문이다.
29CM는 영리하게 1,000만 원을 사용했다. 오로지 1명에게 1시간 동안 1,000만 원을 거침없이 쓸 분을 모집하는 이벤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신청했고 페이스북 댓글에는 친구들을 마구마구 소환했다. 그 결과 실제 도달 수는 어마어마 할 거라고 예상된다.
어떻게 보면 기상천외한 생각이지만, 이렇게 이벤트를 하는 게 회사의 인지도를 높이고 29CM 홈페이지로의 유입과 앱 설치로의 유입에 더 용이하다. 센스 넘치는 제품 카피, 정갈하게 정리된 것처럼 보이는 상품 설명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상천외한 이벤트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즐거워하고 있다.
마무리
29CM는 커머스를 콘텐츠로 생각했고, 디지털 기기를 미디어로 생각했다. 이 생각의 전환이 큰 변화를 일으켰다.
사람들은 심심할 때, 자투리 시간에 29CM에 들어와 잡지를 보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통해 콜라보 브랜드들의 미디어 역할을 하며 브랜드 스토리를 끊임없이 소비자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브랜드들은 29CM에 대단히 만족한다.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들이 29CM와 콜라보레이션을 원하게 될 것이고, 다양한 산업군의 대표 브랜드들과의 작업을 통해 29CM는 디지털 미디어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사업자가 될 것이다.
원문 :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