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 마츠리 씨가 과중한 업무와 잔업 등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것은 2015년 크리스마스 때였다. 그리고 올해 10월 7일, 일본 정부는 이것이 업무상 재해(산업재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보도가 나오면서 일본은 다시 한 번 이 사건과 함께 과다한 노동과 시간 외 근무(잔업) 등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 사건에 관한 기사들을 보면서 몇 가지 측면에서 부러웠다. 그나마 일본은 이런 사건에 대해 무덤덤하게 넘기지 않고 사회적인 이목이 집중되는구나, 일본 정부도 이런 문제를 고치려고 최소한 보여주기 식 대응이라도 하긴 하는구나.
사건 이후 <사축일기> 등이 유행하면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들을 들어보면, 과도한 업무나 각종 불합리한 회사생활들이 일부 소수 업체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오죽했으면 총리가 나서서 업무 관행을 바꾸겠다고 했겠나.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해 일본에선 1년 전쯤에 과로사 방지법까지 제정했다고 한다. 일정 시간 이상 시간 외 근무를 시키지 못하게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골자라고. 그런데 이런 법을 제정했어도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한다. 오히려 ‘시간 외 봉사’라는 말이 생겨나면서, 잔업을 봉사로(공짜로) 시키는 곳이 늘어났다고.
이런 면에선 어찌나 두 나라가 비슷한지. ‘인력 갈아넣기’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고질적 병폐인 듯싶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문제에 대해 정부나 단체나 개인들이 너무 무뎌져 있다.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워낙 많은 사건이 터지니까. 과로사라고 검색만 해봐도 최근 사건들이 줄줄 나오는 곳이라. 게다가 한국은 산재를 잘 인정해주지 않기로도 유명하고.
과로나 직장생활 스트레스 관련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나는 더 하다’, ‘그건 힘든 것도 아니다’라는 반응들이 올라온다. 바로 노예들의 내 족쇄가 더 힘들고 예쁘다는 자랑이다.
거창하게 사회적으로 이렇게 변하고 저렇게 해야 한다는 공허한 말보다는 개개인의 태도를 바꾸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회사 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오면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동조하며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을지를 논의하는 건 어떨까.
한쪽에서는 과로로 죽겠다며 하루하루 제 살 깎아 먹으며 버티고 있는데, 또 한쪽에서는 취직해서 과로라도 해보고 싶다며 눈물 흘리는 상황. 참 답이 없긴 하다.
원문 : 빈꿈 EMPTYDE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