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평을 퍽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일 2편 이상 꾸준하게 쓰고 있으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쓰고 있는 편입니다.
서평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읽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왜 그렇게 읽는지에 대해서는 얼마 전 페이스북을 통해서 밝혔으므로, 오늘은 왜 서평을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서평을 쓰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독서의 연장선상으로서의 서평
전 서평 또한 독서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 경우에 그렇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머리에 체계적으로 책의 내용이나 아이디어 등이 정리된다면 참 좋을 텐데, 아쉽게도 그렇게 좋은 머리는 아닙니다. 그래서 책을 다 읽으면 따로 책을 정리하고 생각을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때 서평이 아주 효과적인 도구가 됩니다. 어쨌든 글을 쓰려면 최소한 순서는 정해져야 하기 때문에(머릿속은 사실 순서가 없어도 존재할 수 있죠) 최소한의 수준으로 체계화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 편이라서, 글을 쓰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지식을 체계화하곤 합니다.
그래서 서평을 쓴 경우와 쓰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면 확실히 전자의 경우가 남는 것이 많습니다.
2. 글쓰기의 즐거움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제 글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콤플렉스마저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 쓰는 것 자체는 꽤 좋아합니다. 생각하는 도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무언가 쓴다는 것 자체가 즐겁습니다.
그래서 사실 서평을 쓰는 것이 과업 따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즐거운 유희 거리 정도로 느껴집니다. 사실 이 이유가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긴 합니다.
3. 생각과 잡상에 대한 DB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요? 확실히 사람은 본인의 역량만큼만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증권분석>, <워런버핏 주주서한> 등의 책에 대한 독서입니다. 특히 증권분석이 그랬습니다.
제가 아마 처음 증권분석을 읽은 때가 <버핏>이라는 책을 본 직후였으니까. 고등학생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너무 어려워서 딱히 건진 것이 없었습니다. 뭐 투자에 대한 정의 정도나 건졌을까요? 그래서 한편으로 “너무 옛날 책이라 현대에는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증권분석을 읽으면서 정말 각 장마다 감탄하고 문장들을 다 외우고 싶을 정도로 깊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확실히 보이는 것이 늘어난 것이지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가 과거 이 책을 어려워했을 때 정확히 어떤 느낌이었고, 어떤 의문을 품고 있었는지에 대한 것을 알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걸 알 수 있다면 그때와 지금의 생각을 비교하면서 조금 더 많은 걸 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아서 그런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과거와 오늘의 나를, 그리고 오늘의 나와 미래의 나를 비교해보고 그 과정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배워보고자 기록으로 남겨서 생각과 잡상에 대한 DB를 만들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고, 그 일환으로 서평을 쓰고 있습니다.
4. 신호효과
아주 친한 주위 친구들은 알고 있는데, 제 학점이 그리 좋은 편이 못됩니다. 사실 취업할 생각이 아니고,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 아니라면 학점이 그리 큰 장애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제는 제가 아직 커리어의 방향을 정확히 잡지 못했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학점이 고용자( 취업한다면 회사겠지요?)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수단이 달라져도 비슷한 효과를 내기만 하면 상관없으니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학점은 피고용인에게 고용인의 성실성에 대한 신호로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자주 세상의 정보가 대칭적이라고 가정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정보가 대칭적이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나 스스로가 인재라고 생각해도(물론 인재라는 확신은 아직 없습니다) 그 신호를 주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고용자는 학점, 영어성적, 수상실적 등의 신호를 요구하고 이 신호를 바탕으로 고용인을 선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학점이 주는 신호는 ‘성실성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제 학점은 ‘이 사람은 성실하지 않습니다’라는 신호를 주고 있는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건 좀 억울합니다. 저도 저 자신이 인재인지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딱히 해당 분야의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효과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블로그는 그런 측면에서 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서평을 올리는 날짜가 찍히고, 책의 정보가 찍히기 때문에(물론 그렇게까지 관심을 가져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최소한 내가 그리 불성실하게 살아왔던 것은 아니라는 신호는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시장은 대체로 합리적
제 시장에 대한 관점은, 시장이 대체로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분명 시간 지평을 좀 늘려놓고 보면 합리적인 양상을 띤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노동시장에 제가 신호를 주고 있고, 제 스스로의 능력이 신장하고 있다면, 구직활동을 하게 되었을 때 이런저런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결국 시장이 알아주긴 알아줄 것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인 소견상 보다 효율적으로 내 능력을 신장시킬 방법으로서 독서를 택했고, 내 능력에 대한 신호로서 서평을 쓰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는 모두 죽는다지만, 뭐 그것보다는 빨리 반응해주지 않을까요?
이상 제가 서평을 쓰는 이유입니다.
원문 : DB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