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뇽뇽 인터뷰 1. 심리학 학부와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 에서 이어집니다.
리승환 : 종북게이.
지뇽뇽 : 사회심리학도.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주로 사회성, 신뢰, 이성관계, 스킨십 등의 연구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관련 논문을 썼다. 사회심리학의 중요한 최신 연구들을 쉽게 풀어 소개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와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청년의사신문]에 ‘건강과 심리학’이라는 주제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라고 베스트셀러 저서 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의 저자 소개에 쓰여 있다.
남편 잘 만난 지뇽뇽의 백수생활
리 : 인생이 상상도 못한 쪽으로 흐른다고 하셨는데, 결혼은 상상했습니까?
지 : 결혼도… 그냥 너무 오래 사귀다 보니 자연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_-
리 : 남편과 몇 살 차이입니까?
지 : 4살 차이입니다…
리 : 복학생 오빠였군요.
지 : 그렇죠… -_-
리 : 나쁜 사람이로군요.
지 : ……
리 : 아무튼…
지 : 8년 정도 사귀었고, 대학원 졸업하고 보니,자연스럽게 집에서도 부모님이 결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때마침 남편이결혼하자 -_- 이렇게 되니까 아무튼… 그그그그그래서…
리 : 프로포즈는 카톡으로 했나요 -_-?
지 : 파워포인트, PPT로…………….
리 : ……
지 : 남편도 되게 특이한 사람인 게 경영학과를 나왔는데, 엑셀이랑 PPT를 도게 좋아해요. 취미가 엑셀로 지뢰찾기 만들기(…) 그러다 보니까 엑셀로 선물을 되게 많이 줬어요. 롤플레잉 게임처럼 선택문 뜨고, 이에 대한 반응 나오고. 온갖 닭살스러운스러운스러운 멘트가 등장하는 그런 걸 즐겨 했죠.
리 : 앞으로는 대중서 작업을 계속하고 싶은지, 아니면 연구를 계속 하고 싶은지요?
지 : 슬슬 연구를 다시 하고 싶어요. 박사를 생각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유학을 갈지, 어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결혼을 한지라 유학이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여러 문제가 있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에요.
리 : 국내에서 연구할 생각은 없나요?
지 : 할 수 있으면 좋은데 저희 나라에 사회심리학 연구실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아서 좀 망설여지죠.
리 : 우리 나라입니다.
지 : -_-……
리 : 아무튼…
지 : 사회심리학이라고는 하지만 주제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분량상 책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못했지만, 행복이라거나 관계, 이런 것도 다루고요. 또 고정관념, 차별, 사회문제 등 관련된 연구도 있어요.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 보니 제 흥미에 맞는 걸 찾아야 되는데…국내에서 제 흥미와 유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 랩을 찾는 게 좀 어려워요. 요즘은 close relationship, 그러니까 연애 등등에 대해 연구하고 싶은데, 아직 국내에서 연구하는 곳은 못 봤어요.
리 : 그래서 계속 백수로 있다(…)
지 : 그렇죠(…)
심리학, 연애에 얼마나 도움을 줄까?
리 :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는 건 결국 연애입니다. 사람들이 질문 많이 하지 않나요??
지 : 그런 거 질문하기도 하는데… 이런 거 알아도 어차피 안 생겨요. 사람들도 그런 거 다 알고, 그래서… 엄청 적극적으로 물어보지는 않아요.
리 : 연애로 고민하는 청춘남녀들에게 한마디를 하고 싶다면 -_-?
지 : 어떤 고민일지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_- 글쎄요. 뭐가 궁금할까…
리 : 가진 자의 여유로군요.
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 : ……
지 : 죄송합니다. 질문하세요…
리 : 어떤 남자를 만나면 좋을까요? ^^
지 : 피피티와 엑셀을 잘하는 남자(…)
리 : 야… -_-
지 : 아니면 아이언맨처럼 다 갖춘 남자를 만나세요(…)
리 : 좀 연구자답게 도움되는 이야기를 해보세요.
지 : 연애 쪽 질문들이 어려운 게, 사실 연구를 할 때는 굉장히 세부적으로 해요. 그야말로 케바케죠. 우리나라에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외국 같은 경우에는 게이커플, 레즈 커플, 연령대 등 다 잘라서 연구를 해요. 덤으로 연애 중일 때, 썸 탈 때, 결혼을 바라볼 때 등 단계에 따라서도 다르고요.
리 : 뭐라도 좀 도움되는 이야기를 해보세요(…)
지 : 굳이 이야기하자면… 인조이하는 건 이쁘고 잘생긴 거 중요한 건 확실해요. 그런데 연애 들어가고, 결혼 고려하면 또 여러 다른 요소들이 생기게 되고… 여기서 더 어려운 게 두 사람의 상호작용이 일어나거든요. 두 사람의 성격적 특성들이 어떻게 맞물려지냐… 여기까지 가면 일반론으로 이야기하기가 의외로 굉장히 어려워요. 그래서 약파는 사람이 아니라 연구자들은 말을 더욱 아끼게 되는 거고요.
리 : 그렇다면 문제를 좁혀 보겠습니다. 이수와 린 커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 : -_-;;;
리 : 그러면 사회심리학은 연애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지 : 그렇지는 않아요. 일반론으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예로 저는 결혼 했으니까 결혼 후 생활과 심리에 관심이 많고, 심리학 연구를 적용시키고 있어요. 예로 ‘부부가 싸움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내가 너 땜에 이렇게 힘든데…’ 이런 생각을 가진 게 좀 크거든요. 사람들은 보통 이런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자기가 참고 희생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의외로 실제 연구에 따르면 그런 불만을 이야기하는 게, 나의 행복뿐만 아니라 심지어 상대의 결혼 만족도에도 더 좋다고 해요. 그렇게 적극적으로 내가 너를 위해 희생한다는 걸, 서로 소통하고 알아주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리 : 그래서 어떻게 활용했습니까?
지 : 그래서 저희도 약간 그래서 생각해 보니까 그 전에는 하다못해 남편이 퇴근하고 설거지한다고 할 때 ‘그냥 하는구나…’ 하고 넘어가는 게 많았는데, 가서 막 칭찬해주고 만세도 부르고 있죠. 작은 거라도 서로 알아주는 게 중요하니까요.
리 : 도와주지는 않고요?
지 : 네… 직접 하지는 않고… 만세만… -_-;;;
리 : 남편을 조련하다니… 심리학을 묘하게 악용하는 연구자로군요(…)
지 : 아무튼 찾아보면 심리학 연구는 생활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게 많고, 축적하면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돼요. 책에도 중요하게 다뤘던 게, 사람 성격은 굉장히 안정적이라 잘 변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거든요. 그런데 이를 잘못 이해하면, 다른 사람들의 실수나 잘못을 가지고 그 사람의 인격을 판단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겨요. 특히 가치관 안 맞는다고 생각할 때, 서로 변할 리 없고 발전 가능성 없다고 생각하면 관계 초반에 휙휙 떠나고 망나니 같이 군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리 : 와 닿는군요. 잘못했습니다.
지 : -_-;;;
리 : 남편이 혈액형 심리학 책 가지고 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 :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지만… 아마 때리겠죠(…) 안 그래도 어제도 남편은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니까 그런 이야기 들어오면 가끔 하는데, 계속 혼내니까 자기는 좀 봐달라고 하더군요. 제가 너무 엄격한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배워먹은 게 이거라 쉽게 고쳐지지 않네요.
심리학 논문보다 심리학 블로그가 즐거운 이유
리 : 이렇게 사회심리학에 빠져 열심히 연구하던 박진영 씨가 백수가 됐습니다.
지 : 아마 제 배경이랑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대학원을 오랫동안 생각했다면, 망설임 없이 석사, 박사, 죽죽 나갔겠죠. 그런데 저는 대학원을 인생을 통틀어 생각해본 적도 없고, 여러 일도 하고 싶고, 뭔가 사회에 기여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인지 석사 마칠 때쯤 회의가 들더라고요. 뭔가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사회에 나가서 쓸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박사를 가는 것은 좀 아닌 것 같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엠네스티에 들어갔어요.
리 : 고은태가 떠오르는군요.
지 : 시끄러워요.
리 : 죄송합니다(…)
지 : 인턴으로 들어가서 업무량이 굉장히 많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사회적 이슈를 많이 다루는 곳이라 많은 걸 배우고 느낄 수 있었어요. 엠네스티에서 나오는 매거진 같은 걸 좀 많이 손봤죠. 또 엠네스티는 본사가 있어서 번역 업무도 많이 했고, 그 때 또 몇 주년 행사가 있어서 준비하고… 기자회견도 준비하고, 사형제 폐지 운동도 하고… 뭐, 별로 한 일은 없는데, 뭔가 이것저것 손댄 건 많네요. -_-;
리 : 뭔가 심리학과 아무 관계 없어 보입니다.
지 : 그렇지는 않아요. 심리학, 특히 사회심리학은 사회가 돌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이런 걸 어디 적용할까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죠. 그러다가 블로그를 만들게 됐어요.
리 : 엠네스티에서 심리학 블로그라… 뭔가 논리적 비약 같지만 대충 넘어가겠습니다.
지 : 일단은 시중에 소개되는 심리학은 혈액형 같은 사이비가 너무 많은데 대한 불만도 있었고, 사회심리학은 특성상 사람들이 알면 쓸만한 내용들이 많거든요. 그런 걸 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막연하게 시작했죠
리 : 정말 바람 따라 흐르는 낙엽 같은 인생을 살았군요.
지 : 처음에는 진짜 별 생각 없이 사람들이 시작해서, 사람들이 이런 글을 좋아할지에 대한 감이 전혀 없었어요. 근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평소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간 MBTI 같은 것만 접하다가 이런 내용 처음 알게 됐다.’는 반응들도 있었고요.저는 항상 접하고 있었던 내용이, 어떤 분들에게는 관심이 너무 많았는데도 접할 수 없었던 내용이라 하니까 외려 제가 신기했죠.
리 : 보니까 블로그의 재미에 푹 빠져있는 것 같더군요.
지 : 블로그가 재미있었던 게, 사실 논문 쓰면 사람이 돌아버려요. -_-;
리 : 왜죠?
지 : 논문의 어투라는 게 굉장히 규칙이 많아요. 한마디 말투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 형식 하나하나… 모든 걸 다 따져서 써야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진짜 한 단락 쓰는데 하루가 걸리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은 내가 논문을 쓰는 건지, 논문이 날 쓰는 건지… 그런 게 있어요. 블로그는 논문과 비슷한 내용을 써도 편하게 쓸 수 있잖아요? 이모티콘도 써도 되고, 단어도 제 맘대로 쓰고, 격양된 반응도 쓰고… 논문 쓰는 것보다 더 자기 생각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이 좋았어요.
리 : 나름 책과 블로그로 이런 심리학에 대한 오해를 풀고, 올바른 지식을 퍼뜨리고 있는데 자부심이 솟아 오르겠습니다?
지 : 자부심은 모르겠고… 심리학에 관심이 많지만 접근하기 힘든 일반 대중에게 지식중간상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어요.
리 : 그래서 이 힘든 출판시장에서 3쇄도 찍고!
지 : 그러게요… 너무 즐겁게 블로그에 글 쓰고, 반응도 괜찮고, 그러니까 되게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출판사에서 어 느날 갑자기 연락이 왔는데, 출판이라는 건 사실 생각도 못 해봤어요. 더군다나 출판사와 기획자 분도 잘 만나서 좋은 책이 나왔죠. 다른 출판사에서는 좀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형태를 제안했는데 거절했고, 시공사에서는 제 생각을 거의 받아들여줬거든요. 인생이 항상 이런 식으로 상상 못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3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