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검색어 1위’가 영향력의 척도인 시대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포털이 마음먹고 어떤 사건을 살리거나, 어떤 사건을 무시하기로 결심할 경우, 이를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네이버 포털에 보이지 않는 사건에 과연 누가 관심을 보일 것인가? 세상의 정보를 유통하는 포털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지나치게 큰 것은 아닐까?
IT의 본산인 미국의 경우를 보자. 트럼프와 클린턴의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캠프의 자금도 떨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성공에는 언론이 있었다. 트럼프의 실패에는 뉴미디어, IT 플랫폼이 있다는 분석이 생겨서 화제다. IT 기업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페이스북의 예를 들어보자. 가디언은 페이스북 광고가 미국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보도했다.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페이스북의 피처는 역시 광고다. 각각의 후보가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페이스북 광고는 대선 후보들이 원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우선 사람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주 단위로 이뤄지는 미국 대선에서 지역은 특히 중요하다. 그 외에 페이스북은 유저의 취향, 관심사, 심지어 유저의 영향력까지 알려준다. 이를 통해 정치적 포스트를 자주 공유하는 유저에게만 광고를 노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람들은 친구가 공유하는 내용을 광고보다 더 믿기 때문에 이런 피쳐는 광고주에게 아주 매력적이다,)
원래 페이스북 광고는 사용자의 정체성을 노출하지는 않는다. 대신 ‘서울 근교의 40대 여성, 책에 관심’등의 성격으로 구분해서 광고를 집행한다. 하지만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그 이메일 주소의 유저에게 광고를 뿌릴 수도 있다. 이메일이 발달한 미국에서 선거 운동원은 다량의 이메일 주소를 갖고 있다. 당연히 이메일 주소 광고의 힘이 세진다.
대선 후보가 페이스북 광고의 막강한 기능을 활용한 예를 들어보자. 지금은 패배한 테드 크루즈는 아이오와 주 경선에서 트럼프를 쓰러뜨리기 위해 페이스북 광고를 사용했다. 트럼프는 뉴욕 부자라 동성애, 낙태 등의 이슈에 개방적인 편이다. 크루즈는 트럼프의 이런 면을 공격하기 위해 보수적인 시골 아이오와 주의 복음주의 기독교적인 성향을 지닌 사용자들에게 트럼프의 ‘과격한 정치 성향’을 고발하는 메시지를 담아 페이스북 광고에 태웠다.
물론 페북 광고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TV 광고와 달리 페이스북 광고는 무시가 가능하다. 정치라는 아주 감정적이고 내밀한 행동이 페이스북 광고 메시지로 바뀐다는 것도 아직 증명된 바가 없다. 실제로 IT 기술을 동원한 크루즈는 결국 전통 언론에 관심을 한몸에 받은 ‘나쁜 녀석’ 트럼프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광고가 아니라면 어떨까? 페이스북의 책임에 대해서 다룬 Danah Boyd의 기사를 살펴보자. Gizmodo는 페이스북이 보수 언론의 뉴스의 노출도를 줄였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상하게도 페이스북의 콘텐츠 흐름은 진보적인 색깔의 보도가 더 많다는 의심이다.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은 중립적이고, 편견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문이 존재한다. 우선, ‘완벽하게 중립적인’ 매체는 없다. 모든 주장을 공평하게 다루는 것이 꼭 바람직하지도 않다. 마크 주커버그의 평소 성향은 신세대 리버럴이다. 이와 비슷한 주장을 정말 더 다루고 싶지 않을까?
페이스북에서 뉴스들은 특정 알고리즘에 의해 사용자들에게 노출된다. 문제는 이 알고리즘의 기준이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뉴스 미디어는 자신의 취향에 책임을 지지만 IT 회사는 그 어떤 뉴스 미디어보다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전혀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고 저자는 공개한다.
Robyn Caplans는 구글의 자동검색완성 알고리즘도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투브 채널 SourceFed는 구글의 자동검색완성이 힐러리 클린턴에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범죄(Crime) 등의 부정적인 단어와 자동완성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다(Racist), 샌더스는 사회주의자(Socialist) 등의 부정적인 키워드와 연관되어 있다고 그들은 말했다.
곧 그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범죄(crime) 라는 단어는 강간(rape) 등의 단어와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부정적인 단어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특정 인물의 자동완성 단어로 지정하지 않는다. 구글은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적인 알고리듬이 공격적이거나 폄하하는 키워드를 자동완성 키워드에서 제외하려 한다고 밝혔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그 기준은 뭘까? 그리고 그 기준을 구글이 정할 권리가 있을까? 한국은 네이버가 검색시장을 지배하지만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구글은 ‘제2의 뇌’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구글이 어떤 기준으로 자동완성 알고리즘을 짜는지는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독일, 홍콩, 호주 등 전 세계에서 자동완성 키워드에 관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구글의 자동완성 키워드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IT 회사들도 이같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새누리당은 네이버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지난 14년 지적한 적이 있다.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 연합 관련 기사가 새누리당 기사보다 월등하게 많았다는 주장이다.
네이버는 새누리당 자체 연구소인 여의도 연구소의 보고서를 토대로 한 새누리당의 지적에 반박했다. 네이버는 뉴스 기사의 제목을 정하지 않으며, 기사의 배치는 최대한 공정하게 하려 노력한다고 해명했다. 네이버의 뉴스편집은 완벽하게 공개되어 있으므로 언제든 이를 통한 공정한 연구가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거대 IT 기업은 국가도 무시하기 어려운 힘을 갖고 있다. 무소불위의 IT 기업의 영향력를 견제할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반면 한국의 IT 기업은 국가에 비해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미 검찰 수사 등의 방식으로 포털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대형 IT 기업의 영향력은 분명 위협적이다. ‘빅 브라더’처럼 대중의 시야를 조종할 수 있는 잠재력이 존재한다. 뉴스는 대중이 세상을 보는 ‘눈’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가, 나아가 정권이 IT 기업에 대해서 간섭하는 것도 껄끄럽기는 마찬가지다. 대중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알고리즘을 어떻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 IT 플랫폼의 공정성 논의가 이제부터라도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다.
원문 : 김은우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