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이 지구를 살려낼 수 있을까? 식용 곤충으로 기아 해결에 도전하는 ‘한국식용곤충연구소’
“메뚜기가 어딨죠? 아무리 찾아봐도 없네요.”
국내 최초의 식용 곤충 식당 ‘빠삐용의 키친‘을 찾은 손님들의 반응입니다. 곤충 전문식당이라는 간판을 보고 왔는데 주문한 파스타, 된장찌개, 비빔밥 어디에도 곤충이 안 보입니다. 모두 어디에 숨어있는 걸까요?
“식용 곤충 요리라면 피자에 메뚜기가 토핑으로 얹어있거나 튀김·조림을 떠올리시는데 그런 게 아니에요. 곤충에 들어있는 단백질 성분을 뽑아내 요리를 하는 거죠. 예를 들면 곤충의 단백질 성분이 들어간 밀가루로 파스타를 만들거나 기름을 활용해 요리합니다. 그러니 곤충이 안 보일 수 밖에요.”
김용욱 한국식용곤충연구소(KEIL) 대표는 팟캐스트 ‘학부모를 위한 진로레시피’에 출연해 식용 곤충의 세계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희망건빵’ 4조각은 메뚜기 한 대접
김 대표는 곤충에서 추출한 단백질 성분으로 ‘희망건빵’이란 고단백 건빵을 만들어 매년 탄자니아 빈민가에 보내고 있습니다. 탄자니아를 비롯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는 사실 예전부터 곤충을 먹고 있습니다. 곤충이 몸에 좋고 지천에 깔려있는데 왜 아프리카에서는 기아가 해결되지 못하는 걸까요?
“단백질 성분을 추출해 만든 건빵 4조각에는 40g의 단백질을 넣을 수 있어요. 만일 곤충으로 그만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려면 메뚜기를 냉면 그릇으로 한가득 먹어야 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해요? 기아국에서 곤충을 예전부터 먹었지만 굶주림이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인 20억 가까운 인구가 곤충을 섭식하지만 굶주림에서 벗어 날 수 없는 건, 먹는 방법이 틀렸기 때문이란 지적입니다.
희망건빵은 아프리카의 진흙쿠키에서 착안했습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말 그대로 진흙으로 만든 과자를 먹습니다. 그 안에 든 미량의 영양성분이라도 먹기 위한 골육지책이죠. 이 때문에 설사나 복통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전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 나름 심장이 단단하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기아로 죽어가는 아이들, 신발이 없어 맨발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짠해서 눈물이 납니다. 그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지요.”
김 대표는 식용 곤충을 활용해 건빵이나 구호식품을 만들어 나눠주고 기아국가에 그 기술을 전수해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꿈입니다.
곤충은 기존 육류 단백질에는 없는 식이 섬유와 필수 아미노산, 무기질, 비타민, 철 등이 풍부해 그야말로 살아있는 종합영양제입니다. 따라서 영양결핍 환자나 난민들에게 최고의 식품이 될 수 있어요.
식용 곤충은 비단 기아 해결뿐 아니라 환경보호에도 유익합니다. 사육 기간이 25일에서 90일로 짧고 사료도 가축 사료의 10분의 1의 비용으로 동일한 분량의 단백질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곤충은 살아있는 친환경 종합영양제
전 세계적으로 약 20억 명의 인구가 1980여 종의 곤충을 먹고 지냅니다. 이 중 1,500여 종은 113개국에서 주식 또는 부식으로 먹습니다.
“곤충의 단백질 함량은 같은 무게의 소고기와 비교했을 때 2~3배에 이를 만큼 영양분이 풍부해요. 미래엔 이들 곤충이 해결사가 될 겁니다.”
곤충은 기존 육류 단백질에는 없는 식이 섬유와 필수 아미노산, 무기질, 비타민, 철 등이 풍부해 그야말로 살아있는 종합영양제입니다. 따라서 영양결핍 환자나 난민들에게 최고의 식품이 될 수 있어요.
식용 곤충은 비단 기아 해결뿐 아니라 환경보호에도 유익합니다. 사육 기간이 25일에서 90일로 짧고 사료도 가축 사료의 10분의 1의 비용으로 동일한 분량의 단백질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선 10kg의 사료가 필요하지만, 메뚜기의 경우 2kg의 사료 면 충분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3배~7배 적게 나옵니다.
식용 곤충에 들어가는 물의 양도 파격적으로 적습니다. 소고기 1kg을 얻으려면 물 1만 5000리터 가 들어가는데 동일한 양의 단백질을 얻기 위해 키우는 식용 곤충은 0~3700리터이니 비교가 안 되는 셈입니다.
세계식량농업기구 FAO 미래 식량으로 곤충 지목
김 대표가 식용 곤충에 눈을 뜨게 된 건 2012년 로마에서 열린 세계식량농업기구(FAO) 총회였습니다. 경주대학교 외식조리학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 총회에 참석했다가 FAO가 곤충을 미래 식량으로 꼽는 것을 보고 평생 연구 과제로 삼게 됐습니다.
귀국 후 뜻을 같이하는 연구진들과 한국식용곤충연구소를 차렸고 세계 최초로 곤충에서 단백질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2015년 7월에는 서울에 테이블이 단 하나뿐인 식용 곤충 전문 식당을 통해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식용 곤충은 7가지입니다. 벼메뚜기, 쌍별귀뚜라미, 굼벵이, 누에, 번데기, 갈색거저리(밀웜, 고소애) 등이에요. 연구진들은 곤충 특유의 잡내를 없애고 고소한 맛이 나게 하는 제조법을 계속 개발 중입니다. 식용 곤충을 활용한 레시피는 파스타, 빵, 피자 반죽, 과자는 물론 떡볶이, 비빔밥,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82가지나 됩니다.
곤충은 제2의 반도체
곤충은 흔히 ‘제2의 반도체’라 불리며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손꼽힙니다. 휴대폰을 수거해 가수분해하면 고가의 광물을 얻듯이 곤충도 분해하면 정제된 단백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를 바탕으로 일반 식품은 물론 화장품, 의약품, 건강보조식품 등 그 사용 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전문가들은 영·미 국가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5년 안에 10조 원 이상의 시장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미국 등의 서구에서는 이미 슈퍼마켓에서 식용 곤충 음식이 판매되고 있고 매년 시장 규모가 40% 이상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양재동 하나로마트와 남산 밀레니엄힐튼호텔에 식용 곤충 가공식품이 선보일 전망입니다.
“징그럽다는 편견을 버리고 한번 잡숴보세요. 식용 곤충은 그 자체로도 맛이 좋을 뿐 아니라 요리에 활용하면 음식의 영양적 가치가 높아집니다. 변화가 이뤄지지 않고 이 상태로 가면 20~30년 이내에 다음 세대는 더 험한 꼴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폭염과 바이러스, 가축 사육에 따른 환경 오염 등말이죠. 생태계를 지키고 동시에 기아를 해결하는 비결이 바로 식용 곤충입니다.”
과연 곤충이 식량난과 물 부족, 기아로부터 이 지구를 살려낼 수 있을까요?
원문 : 이로운넷 / 작성 : 백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