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대표국가이자 세계 최고의 교육을 실현하고 있는 핀란드. 그러나 경제는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률에 빠져있습니다. 핀란드의 영광과 추락에는 노키아가 있습니다. 한때는 혁신으로 세계를 주름잡던 대기업이었지만, 위기에 닥치고 불과 2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된 기업이죠.
핀란드는 사회적 안전망과 높은 창업 열기로 서서히 경제를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휘청휘청하고 있습니다. 향후 10년간의 경제가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라는 비극적인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소수의 대기업에게 기댄 국가 경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핀란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너무나도 명확합니다. 소위 ‘몰빵 경제는 위험하다’는 것이죠. 핀란드는 그나마 사회적 안전망이 단단하고 창업 열기가 뜨거우며 기업가 정신이 충만합니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은 핀란드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서 모두 상대적으로 열세입니다. 핀란드가 받은 충격이 기침 수준이었다면 우리나라는 지독한 독감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소수 대기업 위주의 경제입니다. 특히 ‘투톱’이라고 일컬어지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몰빵하는 구조는 가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기댄 대한민국 경제
-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전체의 18.67%
- 두 회사의 매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9% / 대기업을 기준으로 하면 30% 이상
- 지난해 국내 30대 그룹 261개 계열사의 총 투자액 76조 원 가운데 두 회사의 투자금은 38조 원/ 절반 수준
대한민국 경제의 20% 이상을 두 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보니 이 회사에 충격이 가해지면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경제에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일주의와 ‘하라면 하라’ 식의 그룹문화를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그 문화는 결국 갤럭시노트7 쇼크로 다가왔습니다. 그룹 최고의 역작이 아니라 ‘최고의 역적’이 된 것입니다. 이런 그룹 문화에다가 애플 강박증까지 더해져서 이런 사태가 불거지고 말았습니다. 이 사태로 인해서 하루 만에 시총이 20조 원 날아갔고 조 단위의 영업손실은 예정되어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세계 최고의 제조기업’이라는 이미지 타격입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심각한 위기입니다. 현기차는 미국과 중국의 리콜사태 등으로 인하여 코스피 시가총액이 5위로 추락하였습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모두 2011년 이래 최악을 기록하였고 단단한 내수 기반도 ‘흉기차’라는 운전자들의 인식 확산과 함께 내수 차별적 모습으로 인해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의 회복이 더디기 그지없는 가운데 수출경쟁력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있습니다.
- 삼성 이건희 회장, “마누라를 빼고 모두 바꿔라”
- 현기차 정몽구 회장, “품질 경영”
이 두 회사의 절대자들의 ‘명령’과는 달리, 회사는 혁신에서도 품질에서도 치명적인 오류를 드러냈습니다. 문제는 이 회사의 쇼크가 그저 이들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두 회사가 흔들리면 대한민국 경제 역시도 함께 흔들립니다. 아주 심각한 부분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이리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미 조성된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에다가, 눈에 보이는 경제 성장 혹은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이들에게 몰빵하여 국가의 지원을 해주는 것이 낫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부동산 과열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부동산 시장에 확실한 처방을 내리지 않는 이유와 같습니다. 부동산 투자와 경기는 대한민국 내수 경기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이 죽어버리면 대한민국 내수 경제 성장률은 급추락해 버립니다. 철저히 단기적이고 자기 정부만을 생각한 처사입니다.
답은 나와 있습니다. 개혁 수준의 경제 체질 변화와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합니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는 너무 부작용이 크며 IT, 모바일, 혁신으로 나아가고 있는 변화와도 맞지 않습니다. 하청업체를 단가로 후려쳐서 대기업의 이익을 보전하지 못하도록 국가가 강력한 제한을 해야 하며 중소기업이 어렵게 완성시킨 기술을 돈으로 매수하는 일도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창업 실패가 곧 삶의 실패가 되는 지금의 형편없는 사회안전망도 다시금 구축해야 합니다. 활발한 창업정신과 진취적인 기업가정신은 어느 정도의 ‘안정’이 필수입니다. 리스크가 너무 크면 당연히 사람은 움츠리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은 윤리적이지도 상생을 원하지도 않습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을 통해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민낯은 더 드러났습니다. 권력에는 막대한 돈을 퍼주지만, 국가 경제와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위해 일자리는 창출하지 않습니다.
뭐든지 한쪽에 몰빵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일입니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몰빵은 위험하기 그지없는데 거대한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는 국가가 그래서는 안 됩니다. 국가 경제는 도박이 아닙니다. ‘올인’은 무조건 피해야 합니다.
원문 :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