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부업체들은 2번의 이미지 세탁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광고를 통해서 친숙한 이미지와 함께 ‘금융기관’임을 강조하였고, 다음에는 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은행’임을 강조하였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저축은행과 우리가 알고 있는 시중은행은 차이가 큽니다. 일단 금리부터 엄청난 차이가 나죠. 저축은행의 금리는 일반 대부업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CF와 저축은행 인수로 꽤 쏠쏠한 이미지 세탁과 성장을 한 대부업체들은 또 하나의 마케팅을 시작합니다. 그것은 바로 ’30일 무이자 대출’. 대부업체들은 말 그대로 대출을 받고 이를 30일 동안 다 갚으면 이자를 단 한 푼도 받지 않겠다는 마케팅을 시작하였습니다.
하나의 대부업체가 쏘아 올린 이 작은 공은 전 대부업체로 퍼집니다. 이 마케팅을 보고 많은 사람이 놀랐을 것입니다. 고금리로 돈놀이를 하면서 서민들의 피를 뽑아먹는 존재들이 자신들의 가장 큰 수입원인 고금리를 포기한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한 것은 아주 합리적인 이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돈을 빌린 사람들이 30일 안에 못 갚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3년간 30일 무이자 대출 현황
- 대출 규모- 1조 6000억 원
- 대출 인원 – 총 48만 7,000명
- 혜택(?)을 받지 못한 인원 – 46만 1,000명 / 전체의 95%
- 평균 대출금액- 약 500만 원 (자료 :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
전체의 5%만이 이 혜택을 받았습니다. 대다수 사람은 30일 안에 돈을 갚지 못했죠. 대신 법정 최고 금리인 35.9%를 부과받았습니다.
대부업체들은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이런 이벤트를 진행한 것입니다. 애초에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채무 변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이 굳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이용할까요? 고금리가 두렵지만 돈은 빌려야 하고, 시중은행에서는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찾는 곳이 대부업체입니다.
대부업체들이 돈을 빌려준 전체 고객 중에서도 돈을 꼬박꼬박 갚는 사람들은 드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이는 일반은행과 비슷한 이치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반은행이 소위 VIP 고객을 통해서 수익을 올리듯이 대부업체도 돈을 꼬박꼬박 갚는 소수 고객에게 고이자를 통해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대부업체들은 ’30일 무이자’라는 미끼를 던져서 서민들을 더 어려움에 처하게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의 신용등급도 하락시켰습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신용등급이 1등급인 사람이(사실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리는 거의 없지만 어디까지나 예시입니다) 신규 대출 즉시 평균 3.7등급이 하락합니다. 돈을 갚는 거에 상관없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기만 해도 신용등급이 급하락하는 것입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당연히 대출 금리도 올라갑니다.
30일 무이자 대출이라는 얄팍하고도 위험한 상술. 이 세상에 공짜는 절대로 없습니다. 아울러 대부업체나 저축은행들이 이런 위험한 광고를 하도록 버젓이 내버려 둔 금융감독당국이나 광고수입을 위해서라면 도덕성은 그냥 버려버리는 방송국이나, 참으로 잔인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문 :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