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달의 생성을 설명하는 가장 주도적인 가설은 바로 충돌설입니다. 원시 지구에 ‘테이아’라고 부르는 화성만 한 천체가 충돌한 후 지구를 형성하고 남은 물질이 모여 달을 형성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가설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폴로 프로그램에서 가져온 월석을 연구한 결과 여기에 있는 산소 원자 등의 동위 원소비가 지구와 구분을 할 수 없을 만큼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구와 달의 지각을 이루는 물질의 기원이 같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문제입니다.
여러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면 테이아가 지구에 비스듬히 충돌한 후 60~80% 정도의 물질이 지구와 합쳐졌고 나머지는 달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서로 기원이 다른 천체이므로 사실 달의 구성 물질은 지구와 달라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능한 가장 정밀한 분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워싱턴 대학의 ‘쿤 왕’과 하버드 대학의 ‘스테인 야콥센’은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포타슘 39와 41 동위원소의 비를 매우 정밀하게 측정해서 실제로는 달에 포함된 포타슘 41 비율이 매우 미미하게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이 발견한 차이는 0.4 parts per thousand (1/1000)에 불과할 만큼 작지만 이는 이론적으로는 매우 큰 차이를 의미합니다.
2007년 제안된 가설에 의하면 지구와 테이아가 충돌한 후 지구 주변에는 고온의 마그마 디스크와 실리콘의 증기가 형성되어 물질을 서로 교환했습니다. 따라서 서로의 동위원소비가 비슷하게 되었지만, 약간 무거운 동위 원소인 포타슘 41은 중력의 힘으로 지구에 약간 더 풍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 이론은 저에너지 대충돌 가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지구가 아니라 달에 포타슘 41이 더 높다면 이제는 새로운 대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연구팀이 지지하는 가설은 지구 주변에 출돌 이후 맨틀 성분이 거대한 대기를 이뤘으며 여기서 식은 물질이 모여 달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때 로슈 한계(Roche limit, 위성이 공전하는 천체의 중력의 조석력의 차이에 의해 부서지는 한계, 이보다 짧은 거리에서는 위성이 부서지기 때문에 형성되지 않는다) 밖에서 무거운 물질이 모여 위성을 형성했다면 아무리 균등한 고온 고압의 증기에서 달이 형성되었더라도 포타슘 41의 비중이 약간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가정이 맞다면 달은 충돌한 테이아의 남은 물질이 아니라 충돌 이후 뜨거운 증기와 같은 맨틀 대기에서 형성되었을 것입니다. 이 맨틀 대기는 현재 지구 부피의 500배에 달하는 고온의 물질로 가스와 액체와 중간 단계인 초임계 유체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이 가설이 옳은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달의 형성은 생각보다 더 엄청난 충돌을 통해서 일어난 셈입니다. 따라서 이는 ‘고에너지 대충돌 가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보는 달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그 생성에서부터 아직도 모르는 내용이 훨씬 많습니다. 앞으로도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계속될 것입니다.
참고
- Kun Wang et al, Potassium isotopic evidence for a high-energy giant impact origin of the Moon, Nature (2016). DOI: 10.1038/nature19341
- http://phys.org/news/2016-09-chemistry-moon-proto-earth-mantle-relocated.html#j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