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고 싶을 때 한 계단씩 올라가세요. 그래야 내려올 때도 한 계단입니다.
최경주 프로 골퍼의 철학입니다. 하지만 요즘 기업 분위기에서는 안 맞는 이야기인 것도 같습니다. 폭발적으로 성공하는 회사가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한때 미국 산업을 이끌었던 GM, 골드만 삭스 등의 회사보다는 구글, 애플과 같은 회사가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GM, 골드만 삭스 등의 과거 사업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개발자를 모으고, 조직 문화를 바꾸는 등 실리콘 밸리 기업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겪었던 나라인 한국. 그런 한국에서도 균열의 조짐은 보이고 있습니다. 산업화 혁명을 온몸으로 겪어 낸 삼성, 현대 수준의 기업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라인(네이버지만), 아모레 퍼시픽, 쿠팡 등 폭발적 성장을 보이는 기업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선진국에 진입한 이후 정체된 한국 사회에서 보기 어려운 일입니다.
벼락과 같은 성장
기업의 폭발적인 성장은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이에 대해 소개한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지난달,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들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는 슈퍼스타 회사들을 특집으로 다루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들 회사가 보여주는 폭발적인 성장을 ‘blitzscale’라는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히틀러 독일의 전쟁 전략이었던 ‘blitzkrieg'(전격전)에서 따온 말이지요. 벼락처럼 빠르게 폴란드를 기습해서 승리를 거둔 전략이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의 비결은 무엇인지 이코노미스트는 기업 특징에 따라 구분했습니다. 하이테크 회사, 해외 신규 회사, 그리고 가족 기업 이렇게 3가지 분류입니다.
1. 하이테크 회사
하이테크 회사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말합니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요. 성장한다 해도 추가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입니다.
한때 세계 최고의 SNS였고,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트위터의 2015년 직원 수는 3,900명에 불과했습니다. 시가 총액 18조 원 급의 회사 치고는 너무도 적은 직원 숫자지요. 세계 최고의 SNS 회사인 페이스북은 시가총액 402조 원이고 직원 숫자는 12,691명입니다. 직원 수는 3배가 더 많지만 시가 총액은 20배가 넘게 큰 차이가 납니다.
최근 하이테크, 소프트웨어 회사는 트래픽을 활용해 성장합니다. 따라서 많은 고객이 사용해야 합니다. 일단 유저가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바꾸는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압도적으로 좋지 않으면 굳이 바꿀 필요가 없지요.
하이테크 회사들은 문화도 비슷합니다. 열정과 미래에 대한 희망에 가득 차 있습니다. 조직은 빠르게 성장하는데 인력 충원은 그렇지 않으니 항상 혼란스러운 분위기입니다. 따라서 위험도 크지만 그만큼 성공하면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옵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의 회사가 대표적인 하이테크 회사입니다.
2. 해외 신규 사업자
영미권 바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한국의 쿠팡 같은 ‘하이테크’ 기업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이테크 기업이 전부는 아닙니다. 멕시코의 식품 기업 Grupo Bimbo 같은 고전적 업계 기업도 있지요.
이들 기업이 성장하는 방식 또한 회사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알리바바, 텐센트, 쿠팡 등의 회사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하이테크 회사의 방식을 그대로 따릅니다. 알리바바나 쿠팡 등의 회사들은 하이테크 회사이면서도 유통 회사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기업의 느낌과 하이테크 회사의 기업이 섞은 느낌을 줍니다. 미국으로 치면 아마존이 이런 느낌이지요.
서구 기업 인수를 통해 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Grupo Bimbo가 대표적이죠. Grupo Bimbo는 멕시코 음식을 수출하는 캐시카우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했습니다. 그리고 이 실탄을 활용해 Sara Lee, Weston Foods 등의 유명 미국 식품 브랜드를 인수하며 미국 시장에서도 지분을 얻었지요. 중국의 컴퓨터 제조 업체 Lenovo도 IBM의 ‘Think Pad’ 관련 조직을 인수하며 미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의 투자 펌 3G Capital 또한 인수를 통해 성장했습니다. SABMiller, Anheuser Busch 등의 맥주 회사 인수가 대표적입니다. 3G Capital은 세계 맥주 시장에 1/3을 갖고 있습니다. 하인즈, 버거킹, Kraft 등의 유명 식품 회사도 3G Capital의 것입니다.
3G Capital은 단순 인수에 그치지 않습니다. 정체된 기존 기업을 인수해서, 자신들이 매니저를 파견해서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성공했지요. 자신들이 파견한 매니저들을 상대로 출장 기간에 독방을 금지시키는 등 철저하게 비용을 줄이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신 매니저들은 스톡 옵션을 통해 사업의 성공을 나눠갖습니다. 시스템적인 당근과 채찍을 통해 성공을 장려한 셈입니다.
3. 가족 기업
가족 기업 또한 인수를 통해 빠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 비슷한 업계의 가족 기업끼리 합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가 자신의 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어 충돌은 적고, 시너지는 크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명품 업계에서 이런 경우가 흔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합니다. 루이비통(LVMH)의 예를 들어 볼까요. 루이비통은 불가리, 디오르, 돔 페리농, 토미 힐피거 등 면세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명품 업계들을 인수했습니다. 모두 가족 회사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치품의 이미지를 가진 것도 비슷합니다.
왜 기업들은 기술을 통해, 혹은 인수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까요? 우선 기술의 발전은 빠른 성장을 가능케 했습니다. 하지만 음식 회사 같은 기존 기업조차 성장을 위해 애쓰는 이유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모든 회사가 거대해지려는 이유는 뭘까요? 거대해야 살아남는 시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현 시대의 해답은 무엇인가
얼마 전 ‘아마존’이 세상을 지배해가는 이야기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 글에 결론은 아마존에 대항하려면 거대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플랫폼은 플랫폼으로만 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플랫폼이 될 수 없다면 뛰어난 생산자가 되어 아마존과 협업하는 게 유일한 돌파구입니다.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미 거대한 유통 플랫폼이 되어가는 기업들과 맞서 싸우려면 기술력을 키우고, 동료를 모아 사이즈를 키우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혹은 아주 작게, 사실상 개인 기업에 가까울 정도로 린하게 사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거대 플랫폼에 올라타서 자신의 영역을 만드는 겁니다. 이것 또한 또 하나의 폭발적 성장입니다.
거대한 플랫폼이 되던가, 혹은 플랫폼을 휘젓는 개인이 되던가. 결국 이 두 가지가 플랫폼 시대의 해답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 둘 모두 벼락같은 성장입니다. 다만 그 방식이 정 반대일 따름이지요.
성장을 강요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까요? 저도 이에는 의문이 듭니다. 페이스북 같은 초거대 조직의 직원이 13,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업적으로는 대단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대단히 위험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제조업 정도의 고용 창출이 어렵다는 뜻이니까요.
문제는 이런 사회를 바꿀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피케티는 전 정부적인 세금을 대안으로 내세웠습니다. 트럼프로 상징되는, 서구사회에 대두되는 극우 정치세력들은 국가 보호주의를 해답으로 내놓았습니다. 거대 플랫폼이 소비자들에게 주는 이익을 생각해보면 이런 대안들이 현실적일지 의문이 듭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시장이 아닌 마트에 더 몰리는 이유는, 그게 더 편하기 때문이겠지요.
적어도 현실적인 대안이 나올 때까지 개인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9급 공무원 등 철저하게 안전한 삶을 추구하는 한 가지 길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길은 그것이 개인이든, 혹은 조직이든 벼락같이 성장하는 겁니다.
스타트업이 대세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시대의 몇 안 되는 해답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지금 시대는 모든 조직, 또 모든 개인이 스타트업이 되어야만 하는 시대일지도 모릅니다.
원문: 김은우 님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