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소통, 말하는 대로
지난주에 우연히 방송을 보고,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이번 주 수요일에도 챙겨본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JTBC 채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 <말하는 대로>라는 프로그램이다. 장르가 ‘예능’이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사실 이 프로그램은 예능의 색을 가진 소통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김제동의 톡투유>가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메인으로 한다면, <말하는 대로>는 게스트가 가진 각자의 주제를 가지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메인으로 한다. 둘 다 각자의 장점과 매력 포인트가 있어서 둘 다 좋은 프로그램이다.
<말하는 대로 2화>는 한국 최초 프로파일러 출신 국회의원 표창원, <소수의견> 작가 손아람, 개그맨 장도연 세 사람을 게스트로 초대했다. 2화의 무대는 서울에서 대학의 거리로 불린다는 ‘신촌’에서 이루어졌는데, 나는 서울 사람이 아니라서 신촌이 어떤 동네인지도 몰랐다. 듣기로는 연세대가 가깝다고(…)
신촌을 무대로 사람들과 나눈 세 명의 이야기는 정말 좋았다. 표창원, 손아람, 장도연 세 사람의 이야기가 모두 좋았는데, 오늘은 <말하는 대로> 2화에서 본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다루어보려고 한다. 꽤 긴 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한 번은 천천히 되짚어보면서 글을 적어보고 싶은 이야기였다.
평이한 주제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다, 손아람 작가
첫 번째 주자인 <소수의견>의 작가 손아람 씨는 ‘연애’라는 다소 평이한 주제를 가지고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연애’라는 말로 쉽게 떠오르는 그대로 ‘연애하는 남녀’가 아니라 ‘연애’라는 단어 속에 있는 ‘남녀 차별’에 대해 현실적인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주제로 이어지는 멋진 전개였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남녀 차별과 남자 혐오증, 여자 혐오증 같은 단어가 상당히 논란이 되고 있다. 남자는 뭘 하는데 여자는 뭘 하지 않는다, 여자는 뭘 하는데 남자는 뭘 하지 않는다 등의 접근과 서로가 더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견이 부딪히며 끊임없이 갈등과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꽤 민감한 사안이다.
그런데 작가 손아람 씨는 이 이야기를 ‘연애’라는 소재를 통해서 정말 자연스럽게 끌어냈고,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남녀 차별을 통해서 누가 어떤 손해를 본다는 것이 아닌, 내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먼저 말하면서 한국의 남녀 차별 현황과 과제를 말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남녀의 핸디캡을 없애거나 여자를 제거하는 방법(…)을 제시했지만, 후자의 방법은 그냥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명의 시민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시민은 “정말 그렇게 해서 해결이 될 수 있을까요? 핸디캡이 그렇게 크나요?” 같은 의견으로 질문을 던졌다.
시민의 질문에 손아람 씨는 아주 유쾌하게 답을 내놓았다. 그는 아래의 질문을 던지며 핸디캡의 크기를 말했다.
“남녀 임금의 격차가 40%이고, 대법관이 된 사람은 겨우 4명밖에 없습니다. 만약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고, 대법관이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이 내 여자친구라면 내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리고 차별을 없애려고 하면 제도적 문제가 있으니, 차라리 차별에 대한 보상을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는 시민의 의견에 대해서는,
“이렇게 물어볼게요. 만약 당신이 미국에 이민 가서 인종차별을 받는다면, 인종차별이 없어지는 게 좋겠어요? 차별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게 좋겠어요?”
라는 질문을 했다.
끝이다. 여기서 또 어떤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완전 시원한 답변이었다. 이번 <말하는 대로 2화>를 보면서 나는 손아람 작가의 <소수의견> 영화가 떠올랐다. 책은 제목만 보고 구매한 적이 없지만, 영화는 TV를 통해서 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표현이 그의 버스커를 통해 그대로 드러났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이야기, 개그우먼 장도연
손아람 씨에 이어서 두 번째로 신촌 거리로 나가 사람들과 호흡한 사람은 개그맨 장도연 씨다. 역시 나는 처음 들어본 이름이었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특유의 끼는 금세 이야기에 빠져들게 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역시 여성이 더 뛰어나다는 감정을 중심으로 했는데, 정말 순간 뭉클해지는 감동이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인간관계 중에서 나와 나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녀는 방송을 통해서 언제나 착하고, 밝은 분위기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집으로 들어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왠지 모르게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왜 내가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항상 어머니께 들은 “넌 착한 딸이니까, 넌 착한 아이니까”라는 말이 원인이라고 추측했다. 그녀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의 어머니가 자신이 어렸을 적에 거짓말을 하거나 학원을 땡땡이쳤을 때 어떻게 했는지 일화를 소개했는데, 꽤 듣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 엄마에게 그녀는 한 번 “왜 그때 그렇게 했어?”라고 물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때 그녀는 우연히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고 한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어…”
나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순간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엄마도 엄마는 처음인 걸 이제야 안 거다.
우리는 대체로 언제나 엄마는 엄마라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엄마도 엄마 역할을 처음 해보는 경험이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내 자식이 잘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힘들어도 잘 내색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게 아닐까? 그러면서 매번 티격태격하기나 하고.
물론, 한국의 잘못된 교육 방향에 휩쓸려서 잘못할 때도 있겠지만, 그 실수 또한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기에 하는 실수라고 생각한다. 엄마도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을까? 아마 우리는 쉽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의 마음은 부모가 되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이 이런 것 같다.
장도연 씨의 이야기는 이렇게 뜻하지 않은 감동과 따뜻한 여운을 남기면서 막을 내렸다. 마지막에 일본에서 유학을 온 학생이 “비싼 돈을 들여서 한국에 왔지만, 꿈도 없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을 해주었다.
“일단 그 나이 때는 마음껏 해보세요.”
‘건방진 놈’ 소릴 듣더라도 내 생각을 말하자, 표창원 의원
세 번째는 표창원 의원이 신촌 거리로 나가서 이야기를 했다. 그는 ‘건방져도 괜찮아’라는 다소 이색적인 주제를 내걸었다. 여기서 건방지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었다. 부당한 일에 대해서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확실히 주장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노력한 삶이 비쳤다.
표창원 의원은 고등학교 시절에 선생님들이 흡연하는 학생을 쫓는 모습을 마치 범죄자를 쫓는 모습처럼 보았다. 그는 학생회의 시간에 손을 번쩍 들고 “학교에 흡연실을 만들어주십시오. 범죄자처럼 대우하는 것보다 스스로 인정하고, 금연교육을 받게 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연히 이 행동은 크게 처벌을 받았고, 당시 선생님께 “용기 있는 행동과 지혜는 좋지만, 네가 행동하기 전에 정말 네 행동이 옳은지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이 말은 그가 경찰대에 들어가서 행동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 건방진 녀석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을 했다.
그는 ‘건방진 놈! 어디서 감히…!’라는 말에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나이가 어리거나 직급(계급)이 낮은 사람이 자기가 옳다고 믿는 일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아마 이런 경험을 많은 사람이 해보았을 것이다. 단순히 어리거나 낮다는 이유로 움츠러들어야 했던 일이.
표창원 의원은 자신의 경험상 그렇게 건방진 행동으로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더라도, 사는 데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분노, 불의, 스트레스로 괴로워한다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고 살아서는 안 된다.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내 생각을 한 번쯤 강하게 들어낼 필요가 있다.
한 번쯤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내 의견을 정확히 전달하는 일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가만히 받아들이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한 시민이 손을 들고 “만약 자신과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는 질문을 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만약 정말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때는 직접 말을 전하고, 뒤에 수습하면 됩니다.”
그는 자신도 부모님과 그렇게 갈등을 빚은 적이 있지만, 돌이켜보면 그 행동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언제나 내가 늘 옳은 편에 서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고 덧붙였다. 확실히 그랬다.
우리는 언제나 친한 사람과 관계가 엉망이 되는 것을 걱정해 내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한 번쯤은 건방지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면 확실하게 말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고, 나 혼자 분노와 스트레스가 쌓여 괴로워지기 때문이다.
거리의 사람들을 붙잡는 이야기의 힘
이번 <말하는 대로 2화>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 1화보다 좀 더 시민들에게 다가가서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당시 표창원 의원은 “여러분의 가슴에 불을 지피려고 왔습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확실히 그의 말대로 가슴에 불이 살짝 타오른 사람이 많을 것 같았다.
대학의 거리로 불리는 신촌에서 남녀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지금도 자신을 돌보아주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한 번은 건방지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것을 말한 <말하는 대로 2화>. 비록 계획된 준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이야기는 거리의 사람들을 붙잡는 힘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말하는 대로>의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궁금하다. 매번 서울 거리에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사는 김해처럼 지방에서도 한 번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방송을 통해 보는 것도 좋지만, 역시 한 번쯤은 직접 앞에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직접 해보고 싶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