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D, 대안 문화의 중심지, 베를린 지방 선거에서 약진
도대체 누가 AfD를 뽑았는가? 새로운 나치의 부상인가?
베를린은 유럽 대륙의 실세, 독일의 중심지이지만, 경제와 산업의 중심지와는 거리가 멀다. 실업률이 타도시에 비해 높으며, 소득 수준 및 물가 역시 낮다. 잘사는 도시들은 슈튜트가르트, 프랑크푸르트, 뮌헨 등 남서부에 집중되어 있다. 허나, 다름에 대한 수용, 문화적 다양성, 세계화 측면에서 베를린은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대안 문화의 중심지이다. 심지어 “정신 나간 내 아들(딸)아, 베를린에 가야겠다(du bist verrückt mein kind du musst nach berlin)”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이다.
이러한 베를린에서 우익 포퓰리즘 정당인 AfD(Alternative für Deutschland, 독일을 위한 대안)가 지방 선거에서 14.2%의 지지율을 얻었다는 사실은 독일 사람들에게도 꽤 충격으로 다가온 듯 하다. 독일의 전통적, 보수적 가치 수호 및 부활을 목적으로 하는 AfD는 비주류가 판치는 베를린에서 소위 꼰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왜 AfD를 뽑았을까? AfD의 약진은 나치의 부활만큼 두려워해야 할 결과인가? AfD 지지자들은 몇몇 언론에서 말하듯, 급속한 세계화 및 경쟁에서 실패감과 박탈감을 느끼는 루저 집단인가?
우선, 육체적 노동자 및 실업자 그룹에서 AfD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기에, 이를 저소득 백인층의 경제적 박탈감으로 설명하려는 입장이 있다. 허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베를린 시민들의 경제적 만족도는 지난 선거보다 더 상승했으며, 심지어 80%에 달하는 시민들은 개인의 경제적 상황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베를린 경제 상황이 좋다고 답한 시민은 지난 선거 36%에서 62%로 두 배 가량 상승해 90년대 후반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1. AfD 지지자는 저소득층인가?
육체적 노동자, 실업자 집단에서 AfD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기에, 이를 두고 AfD 지지자를 세계화와 경쟁에서 뒤쳐져 박탈감을 느끼는 소위 루저 집단으로 해석한 글도 입장도 몇몇 있었다. 하지만 AfD와 소득과의 상관 관계는 의외로 낮다.
AfD가 1위를 차지한 지역들은 대부분 20% 후반에서 30%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지역으로 보자면, 동베를린의 지지율이 서베를린 지지율보다 월등히 높음을 알 수 있다. 허나 AfD가 승리한 많은 지역구는 오히려 백인 중산층이 두터운, 비교적 잘 사는 지역구이다.
베를린에서 1인당 수입이 841 유로 이하인 경우 빈민으로 분류되며, AfD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한 Pankow, Treptow Koepenick의 경우 오히려 빈민 비율이 베를린 전체 하위 3위 지역구에 해당한다. 즉, AfD 지지자 중에는 백인 중산층 역시 굉장히 많았다는 이야기이다.
독일에서는 1년 이상 장기 실업자에게 생활 지원금 명목으로 1인당 집세와 400유로에 달하는 생활비를 지원해준다. 베를린은 평균적으로 65세 이하 성인 중 약 20%가 이를 수령한다. 65세 이하 성인 중 33%이상이 장기 실업 생활 지원금을 받는 비교적 가난한 지역구의 선거 결과를 분석해보면, 사민당 지지율이 23.3%로 가장 높으며, 그 뒤를 AfD(16.7%), 좌파(15.7%)가 잇는다.
2. AfD 지지율과 고용불안은 관계가 있나?
한국 몇몇 언론에서는 비정규직과 실업자 집단에서 AfD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와 이를 고용 불안과 연결 시키고 있으나, 이는 단순한 오역이다. “비정규직”으로 해석된 Arbeiter는 육체적 노동자로 비정규직과 직접적 관계는 없다. 독일 선거 여론 조사에서는 직업군을 육체 노동자, 사무직 노동자, 자영업자, 실업자 이렇게 4가지로 분류했다.
독일에서는 육체 노동자 역시 4대보험, 정년 보장, 유급 휴가 및 유급 병가 권리를 인정받는 정규직도 많다. 물론, 노동의 성격상 하청 노동자, 시간제, 계절 노동자, 일용직으로 대체될 확률도 높으며, 신자유주의 거센 물결 속에 실제 이 비율은 꾸준히 상승해왔기는 하지만 말이다.
3. AfD 지지자는 45세 이상의 남성(소위 개저씨)인가?
남성 중 18%, 여성 중 11%가 AfD를 지지했으며, 45세에서 69세 그룹에서 AfD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AfD는 사민당이 실행하고 있는 양성 평등 프로그램에 반대하며, 학교 교과 과정 성교육에서 양성 평등 대신 전통적 성별 역할을 가르칠 것을 주장하며, 청소년 시기에 긍정적 남성상 이미지 확대를 주장한다. 또한 한부모 가정이 ‘Normal한’ 가정으로 분류되는 것에 반대하며, 전통적 양부모 가정이 사회 주축 가치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독일에서 남성과 여성 성역할을 구분하고, 전통적 성역할 및 가족 제도를 도입하려 하느냐, 젊은 여성들은 코웃음을 치겠지만, 나이든 개저씨들은 이런 정책이 흡족할 수 있다. 양성 평등 시대에 남성으로서 잃어버린 자신의 권위를 다시 세워주는 복고 정당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물론, AfD 유권자들이 이런 정책을 펴는지도 몰랐을 확률이 더 크지만 말이다.)
4. AfD 지지자는 무슬림 혐오자, 외국인 혐오자, 신종 나치인가?
AfD가 네오 나치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독일에서 토론이 뜨겁다. AfD의 간판 정치인 몇몇이 대놓고 무슬림 혐오 발언을 했는가하면, AfD 활동 이전 진짜 네오 나치 정당인 NPD에서 활동한 경우도 많았다. 어쨌든 AfD 지지자들은 압도적으로 무슬림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메르켈 총리의 난민 수용 정책에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AfD 투표자들의 압도적 다수가 AfD를 뽑은 이유로 난민 정책(72%)과 국가 안보(45%)를 뽑았다. 전체 투표자 평균 수치에 따르면 사회 정의(51%), 경제 및 일자리(25%)가 선거 중요 의제였다. 베를린 유권자의 약 30프로만이 ‘난민이 독일인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 ‘너무 많은 난민이 와서 두렵다’라고 대답한 반면, AfD 지지자는 이에 대해 거의 99%에 육박하는 절대 다수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한 난민 관련 조사에서, 난민으로 인한 복지 비용 증가에 대해서는 99%의 Afd 지지자가(전체 응답자 중에서는 55%), 범죄율 증가에 대해서는 97%가(전체에서는 45%), 이슬람의 지나친 영향 확대에 대해서는 96%가(전체에서는 45%)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나 ‘이슬람이 독일에 위험한가’라는 물음에 AfD 지지자 중 82%가 긍정적인 대답을 보여, AfD의 난민 정책과 이슬람 혐오(두려움) 간에 강한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AfD 지지자들은 대규모 난민 수용과 이로 인한 국가 안보 및 확대된 이슬람 종교의 영향이 무서워서 반 무슬림 및 난민 목소리를 내고자, 특히 현 정부의 난민 수용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똘똘 뭉쳤다는 것이다. 이는 AfD 지지자의 69%가 다른 정당에 대한 실망으로 AfD를 뽑았다는 점에서 더 명백하게 드러난다. AfD 지지자 중 단 26%만이 AfD를 신뢰한다고 답함으로서, AfD 지지자 역시 자신의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투표권을 행사한 것이지, AfD가 실질적 정치력이 있으리라고 믿지 않는 것이다.
5. 그렇다면 도대체 왜 AfD 지지자들은 무슬림이 무서운 걸까?
독일은 시리아 전쟁 이후로 거의 백만 명에 달하는 난민을 받아들였다. IS 등 이슬람을 빙자한 테러 사건으로 유럽이 떠들썩한 상황에서 이는 충분히 우려를 불러 일으킬 만하다. 하지만 역설적인 것은 오히려 난민, 외국인이 없는 지역일수록 AfD 지지율이 높았다는 것이다.
위 선거구별 1위 정당 지도와 비교해보면, AfD 승리 선거구 중 절대적 다수 지역에서 이민자 비율이 10% 미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민자 비율이 20%이상인 곳에서 AfD 승리 선거구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난민 수용소가 위치한 선거구별 1위 정당을 보면, 단 두 군데만이 AfD 승리 선거구이다. 다만, 난민이 지역 주민 중 1명당 10명인 지역구의 경우 AfD 지지율이 도시 전체 지지율보다 2% 포인트 높아, 난민 집중 밀도와 AfD 지지율 사이에 약한 상관관계가 보이긴 한다. 그러나 난민 집중도가 높은 지역구인 Tempelhof에서 AfD 지지율은 7.6%로 도시 전체 지지율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난민이나 (무슬림) 이민자들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 왜 독일 유권자들은 이들에 의한 위협을 느끼는 것일까? 이민자,무슬림들의 범죄율은 당연히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일 수록 높을 확률이 크며, 실제로도 그렇다.즉 AfD 지지자들이 실제 (무슬림) 이민자에 의한 범죄를 경험했을 확률은 굉장히 낮은 것이다.
역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 현상은 독일의 언론과 그 독자를 분석해보면 충분히 논리적으로 설명이 된다.
6. 타블로이드지가 반 난민, 반 무슬림 감정을 부채질했나?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타블로이드지는 Bild로 자극적인 기사 제목과 선정적인 사진으로 두터운 저교육층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Bild가 인종 차별 주의적인가 아닌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대표적 황색 저널리즘으로 많이 팔릴 기사들을 다루며, 외국인 범죄, (특히 성 범죄), 무슬림 여성 문제는 Bild의 단골 주제이다.
이런 기사들만 접하고, 실제로 무슬림인들과 말을 섞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모든) 무슬림인들이 명예 살인을 하고, 테러를 저지르고, 부르카를 입으며, 미성년 여성과 나이 든 남성과의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며, 심지어 이러한 범죄를 저질러도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이유로 독일인에 비해서 덜 엄격한 처벌을 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는 이슬람이기에 덜 엄격한 처벌을 받는 경우보다, 이슬람으로 인해 더 엄격한 처벌을 받을 수 있으나, 보통의 처벌이 가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일부러 곡해 해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잘 팔리는 기사를 만들기 위해, 확대 해석하거나, 중요한 사실 관계를 일부러 빼놓고 보도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7. Bild 독자들은 누구인가?
그렇다면 Bild 독자들은 누구일까? 한 연구에 따르면, Bild 독자의 63%가 남성이며, 40-59살 사이가 가장 많으며, 13%만이 대학입학 시험을 통과했고, 43%가 최저 수준 고등 교육(졸업 이후 청소나 막노동) 31%가 중등 수준 고등교육 (전문 직업 학교)를 졸업했다. Bild 독자의 교육 수준은 여타 다른 주간지는 물론 전국 평균보다도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적기준에서도 Bild 독자들은 다른 주간지에 비해 육체 노동자 비율이 48%로 굉장히 높았다. (다른 주간지의 경우 17-26%만이 육체 노동자이다.) MEEDIA에 따르면, Bild 독자의 월수입은 1,500유로에서 2,500유로 구간이 제일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8. Bild 독자와 AfD 지지자는 흡사한 집단인가?
40-59세 남성의 저교육층, 육체 노동자. 바로 Bild 독자와 AfD 지지자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비밀 투표의 원칙 하에서 누가 누구를 뽑았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기에, 기존 선거구 별 통계와 선거 결과로 AfD 지지자들의 성향을 유추할 수 밖에는 없으며, Bild 독자 중 대다수가 AfD를 지지했다는 구체적 통계도 없다.
그러나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외국인, 이민자들과의 직접적 소통이 없는 상황에서 Bild와 같은 선정적 타블로이드지만 읽을 경우, 이들에 대한 두려움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더불어 아무리 독일 경제가 호황이라지만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바람 속에서 저교육, 육체 노동자들은 기계나 더 값싼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되기 쉽기에, 독일어를 못하는 난민의 대량 유입은 당연히 이들의 생계와 임금에 대한 공포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난민 신청자 및 난민 중 70%가 취업하였으며, 대부분 서비스, 건설 등 단순, 육체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9. AfD, 이대로 굳히기에 돌입하는가?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북유럽 국가 등 서구 선진국에서 이미 주류 정치에 입성하였고, 독일도 그 예외가 아닌 듯 싶다. 다른 국가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지만, 독일만큼은 AfD의 약진이 난민 정책으로 인한 일시적 일탈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믿고 싶다.
세계 2차 대전과 히틀러가 이끈 파시즘의 상처는 아직도 독일 사회에 깊게 남아 있다. 독일인들은 그 역사적 교훈을 잊지 않으며, 계속 상기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에 AfD에 반대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선거 캠페인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더불어 이미 서술한 것처럼 AfD 지지자들은 기존 정당의 난민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분노 표출용으로 AfD를 뽑았으며, AfD에 대한 신뢰 역시 없다. 또한 wahl.tagesschau.de에 따르면 AfD 지지자의 51%가 AfD가 극우 포퓰리즘과 더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답해 AfD 지지자 대부분 역시 극우 포퓰리즘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 AfD의 약진, 이대로 무시해도 좋은가?
그렇다면,AfD의 약진을 이대로 무시하고,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주리라 낭만적으로 믿어도 되는 걸까? 이미 서술한대로, 저교육층, 육체 노동자의 대규모 난민에 대한 공포는 사실에 기반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노동 대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이유있는 공포라 볼 수 있다.또한 신자유주의로 커져만 가는 빈부 격차 앞에 개인적 경제적 상황이 나아져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을 당연할 터이다. 이에,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은 올바른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필수 과제라고 생각한다.
마치며: AfD와 민주주의, 그리고 난민 문제
난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AfD 역시 기승을 부릴 것임은 자명하다. 독일이 세상 모든 난민을 수용할 수는 없으며, 살아남기 위해 전쟁에서 피해 도망나온 난민들을 거부하는 것 역시 비인도적인 행위이다. 특히 식민지 역사와 불공평한 세계 정치 및 경제 상황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서구 선진국일수록 이러한 딜레마에서 벗어나기란 어려워 보인다.
난민 정책으로 인해 극우 포퓰리즘이 횡행하는 사태의 원인을 우매하고, 이기적이며, 국수주의적인 AfD 지지자로 돌릴 것인가? 아니면 국민의 합의에 상관 없이 인도주의적 명분만으로 일방적 결정을 내린 정부로 돌릴 것인가? 혹은 국민을 우매하게 방치한 정부, 몇몇 언론에게 책임이 있는 것인가? 더 나아가, 실제로 대규모 난민 수용이 한 국가의 발전에 단기적으로 걸림돌이 된다고 하더라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모든 난민을 수용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이 글에서는 미처 다 다루지 못했지만, AfD의 약진은 세계화와 민주주의, 세계적 평등과 인권에 관련해 풀기 어려운 심오한 정치적 질문을 남겼다.
원문: MultiKul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