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활 마음 준비물 ‘마노카드’
초등 3학년만 되면 아이들이 달라집니다. 내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무뚝뚝해지고 또래와의 관계를 부모와의 관계보다 더 중요시하면서 부모의 말은 귓등으로 흘려버립니다. 부모는 애가 타는데 학교에서 보내주는 알림장은 책가방 깊숙이 박혀 있기 일쑤지요. 준비물이 무엇인지, 혹시 또래 관계가 힘들지 않은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합니다.
답답한 부모들에게 아이의 건강한 학교 적응과 또래 관계를 돕는 공감툴킷 ‘마노카드’를 추천해주면 어떨까요?
마노카드로 초등 아이 마음 문을 똑똑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와디즈에서 3일 만에 목표액을 달성한 캠페인이 있습니다. 초등생활 마음 준비물 ‘마노카드’가 그 주인공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의 첫 사회생활 적응을 돕는 감정 카드 패키지입니다.
마노카드는 마술카드는 아니지만 감정, 장소, 관계, 행동 카드 100장을 이용해 마술보다 더 어려운 ‘공감’과 ‘소통’을 시작하게 도와줍니다. 시간별로 감정을 표시하는 ‘데일리이모션’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듀얼스토리북’도 함께 구성돼 있습니다. 아이의 학교생활을 궁금해하는 부모에게 환영받을만한 일명 ‘대화 카드’입니다.
마노카드를 제작한 소셜벤처 이유미 마노컴퍼니 대표는 “초등학교 들어갈 때 아이들에게 비싼 가방이며, 신발도 사주면서 ‘왜 마음은 준비시키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마노카드를 기획하게 됐어요.”라며 설명합니다.
마노카드는 자신의 상황과 맞는 카드를 한 장씩 찾아서 꺼내놓으며 이야기하는 방식입니다. 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말하는 데 미숙합니다. ‘싫어’ ‘몰라’ 등 단답으로 감정을 내뱉고 구체적인 상황을 이야기하는 건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친근한 캐릭터로 그려진 감정, 장소, 관계, 행동 카드를 사용하게 하면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당시 감정은 어땠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마노카드와 함께 구성된 데일리이모션은 다양한 색과 크기의 ‘감정’ 스티커를 시간표처럼 기록해보는 장치입니다. 마노카드 사용 전 워밍업단계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데일리이모션을 똑똑하고 인기도 많은 아이와 해본 적이 있어요. 스티커를 보니 3시쯤 ‘재미없음’ ‘슬픔’ ‘불안함’ 스티커가 붙어 있길래 뭐하는 시간인지 물어봤더니 영어 학원 가는 시간이었어요. 재미없는 건 이해하는데 왜 불안한지 물어봤더니 그동안 털어놓지 못했던 영어공부에 대한 암담함을 털어놓았어요. 데일리이모션은 감정을 좀 더 쉽게 파악하고 물어볼 수 있는 장치예요.”
듀얼스토리북은 하나의 사건을 각자 다르게 경험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탁상달력처럼 만들어져 두 아이가 마주 앉아 책을 읽으며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책입니다. 자신과 다른 성향의 아이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듀얼스토리북은 성격이 다른 두 친구가 똑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느끼는지 알 수 있게 만든 책이에요. 오른쪽으로 넘기면 토토, 왼쪽으로 넘기면 씨니 이야기로 시작하죠. 미술시간에 물감을 얹은 친구를 바라보거나 혹은 당사자가 되어 나와 다른 타인의 감정을 이해해보도록 만든 책입니다.”
마노카드를 이용한 부모 가이드
예시문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눈이 퉁퉁 부어서 집에 왔다.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입만 뾰족 내민 채 울기만 한다. 애가 탄 부모는 다그치듯 물어보지만 아이는 그런 부모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문을 쾅 닫고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의 선택은?
- 왜 문을 세게 닫느냐고 잔소리한다.
- 마노카드를 이용해 아이와 대화한다.
- 사춘기라 생각하고 내버려 둔다.
정답은 2번입니다. 이 어려운 질문을 통과했다면 이제 실전 편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마노카드 사용법
아이가 감정이 좀 누그러질 때를 기다려 맛있는 간식과 마노카드를 들고 들어가 보세요. 그리고 부모가 먼저 마노카드를 들고 이야기합니다.
“엄마/아빠가 매우 슬펐어(감정 카드를 내밀며).”
“집에서(장소카드를 내밀며).”
“내 소중한 딸 유미가(관계카드를 내밀며).”
“말없이 울면서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려서(행동카드를 내밀며).”
그럼 아이가 자신의 감정 카드를 찾으며 혹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카드가 없을 때는 빈 카드에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시작할 겁니다.
“나는 오늘 정말 화가 났어요. 학교에서 친구가 따라다니면서 놀렸기 때문이에요. 너무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며 울어버렸어요.”
그 후 부모와 아이가 할 일은 간단합니다. 내일 학교에 가서 그 아이에게 ‘친구를 놀리는 일은 나쁜 짓이야. 앞으로 절대 나를 놀리면 안 돼!’라는 말을 함께 준비하고 연습도 해보는 겁니다.
마노카드를 사용해 본 부모들은 ‘내 아이의 마음을 미처 몰랐다’며 놀라워합니다. 매일 붙어 있는 우리 아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눈치채지 못한 겁니다. 초등 2학년 딸을 둔 한 부모는 다음처럼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출근하고 아이가 등교하기까지 집에 혼자 1시간 정도 있는데, 이 시간 아이가 ‘쓸쓸함’을 매일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시간을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지 아이와 이야기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유미 대표는 마노카드를 통해 어른이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라고 조언합니다.
“마노카드를 들고 아이에게 이야기하라고 강요하는 건 뭔가를 캐내려 한다는 인상을 받게 하죠. 마노카드를 들고 부모가 먼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감정이었는지 이야기하세요. 아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될 거예요.”
마노카드가 디자인에 공들인 이유
“우리 회사 직원 4명 중 2명이 디자이너예요.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감정 카드에 왜 디자인이 필요할까요? 일반인이 디자인을 보기만 해도 사용 방법을 쉽게 알도록 하기 위한 의도입니다. 전문가만 쓰던 감정 카드를 대중화하기 위해서죠. 하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교육 관련 연구소에서 일할 때였어요. 회사 고급 유치원을 강남에 개업했어요. 그곳에서 아이의 인지 지능, 사회 정서, 감각 지능 등을 싹 다 검사해서 종합 보고서를 만들어 주는 서비스를 하게 됐죠. 그때 만났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워낙 여러 교육을 받아 지능이 상당히 높았어요.”
그런데 이 똑똑하고 예쁜 아이들에게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지능검사 항목 중 3세면 다 통과할 수 있는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것이었죠.
“‘옆에 친구가 울면 어떻게 할 거야?’라는 질문이었는데 아이들이 부적절한 대답을 하는 거예요. 엄마나 아빠에게 이를 거라든가 같이 안 놀 거라든가, 혹은 아예 대답을 못 했어요.”
오랫동안 교육회사나 심리 검사지를 만드는 회사에 다녔던 이유미 대표는 조그마한 방 안에서 아이와 단둘이 검사를 진행하다가 어느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한두 명이 아닌 많은 아이가 그 쉬운 질문에 대답을 못 하거나 회피하는 반응을 보인 것이죠.
이유미 대표는 검사를 위한 검사로 끝나는 일이 아닌 뭔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카이스트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을 들으며 마노카드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소셜벤처 ‘마노컴퍼니’를 설립하고 마노카드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 유치원 아이들은 30년 후에 국회의원도 되고 고위 정부 관료도 돼 있을 거예요. 하지만 여전히 공감 못 하는 어른으로 자라있겠죠. 사회지도층이 될 수 있는 그 아이들에게 공감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마노카드를 고급스럽게 만든 건 그 유치원 아이들과 부모들이 이 카드를 쓰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에요.”
IT 접목해 아이들 감정 정보를 차곡차곡
마노카드는 대화를 위한 툴킷이지만 여전히 많은 도전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대화 자리에 앉아 본 어른들이 ‘그다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노카드를 이용해 본 어른들이 우리 아이가 이런 말을 했는데 이게 무슨 뜻인지. 다른 아이에 비해 우리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정말 많이 궁금해하세요. 진단용으로 만든 건 아니지만 마노카드를 통해 진단 전 단계인 정보 축적을 통해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려 합니다.”
이 대표는 IT 기술을 이용해 마노카드로 쌓인 데이터에 기반 둔 대화 코칭 등 부모 서비스를 구축하려 계획 중입니다.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상담가를 만나면 더 쉽고 빠르게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 상담 회기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세상이 환해지는 꿈, 마노컴퍼니의 꿈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다고 말합니다. 꿈꿀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각박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노컴퍼니의 꿈은 확실합니다.
“공감 능력 향상이 우리의 소셜 미션입니다. 처음에는 부모지만 다음에는 교사랑 아이가 공감할 수 있는 것, 그다음에는 친구끼리, 그다음에는 지역사회 문제를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것, 다음에는 지구 에너지 등 자연환경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볼까 해요. 전 아이들 마음속에 공감이라는 전구가 다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아이가 아직 안 켜졌거나 누군가에 의해 꺼진 불이라고 생각해요. 마노의 꿈은 그 공감 전구를 하나씩 다 켜주는 거예요. 그러면 엄청 밝은 미래가 되지 않을까요?”
공감이란 불빛, 모든 아이의 마음속에 밝은 빛이 비치는 세상. 마노의 꿈속에서는 아이들의 꿈도 함께 빛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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