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는 전쟁이다.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남들보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많은 부모의 믿음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공부하라 몰아붙이는 거지요.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경쟁에서 이기는 법 뿐이니까요. 아니면 정말 그럴까요?
가벼운 마음으로 본 영화 〈정글북〉에서 교육의 지혜를 보았습니다. 사실 어쩌면 당연합니다. 원작 『정글북』도 저자 키플링이 자신의 삶의 지혜를 딸에게 전해주려 쓴 이야기니까요. 안타깝게도 저자의 딸은 일찍 죽었지만 그의 책은 살아남아 지금까지 즐겨 읽히는 고전이 되었습니다.
정글북은 소년 모글리가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입니다. 첫 장면에서 모글리는 늑대들과 경주를 합니다. 늑대의 방식으로요. 하지만 인간인 모글리는 늑대보다 잘 뛰지 못합니다. 결국 흑표범 바기라에게 잡힙니다. 탈락입니다.
바기라는 모글리에게 말하죠.
“그냥 좀 늑대가 될 수는 없니?”
늑대 대장 아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도구를 사용해서 물을 먹는 모글리에게 아킬라는 “인간의 속임수를 쓰면 안 된다”며 늑대의 방식으로 물을 먹으라고 합니다.
곰 ‘발루’는 사뭇 다릅니다. 그는 모글리의 방식을 인정합니다.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늑대와 전혀 다른, 모글리만의 방식이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모글리는 누구보다 잘 꿀을 채취할 수 있는 능력자인데 말이죠.
처음에는 모글리에게 늑대의 방식을 강요했던 바기라도, 모글리가 도구를 사용해 코끼리를 구한 것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게 됩니다. 인간의 방식이 어쩌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인간인 모글리가 정글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어쩌면 인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일지도 모릅니다.
경쟁은, 말하자면 사람부터 코끼리, 기린, 호랑이까지 모든 동물을 모아놓고 “늑대의 방식으로 경쟁해라”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느린 아이는 가차없이 도태되는 방식이지요.
하지만 실제로 정글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경쟁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해야 합니다. 내가 기린이라면 긴 목을 사용해서 빠르게 변화를 감지해야 할 겁니다. 내가 호랑이라면 살금 살금 움직이고 단번에 목을 물어야 할 거고요. 내가 인간이라면? 모글리처럼 도구와 지혜를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영화의 결말에서 모글리는 도구를 사용해서 ‘인간의 방식으로’ 시어칸을 물리칩니다. 이후 원작 만화영화와는 달리 모글리는 정글에서 ‘인간으로’ 사는 것을 선택합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처음과 같이 늑대와 경주를 합니다. 이번에 모글리는 도구를 사용해서 늑대들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인간인 모글리는, 인간의 방식을 택했을 때 비로소 늑대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세상은 정글이 맞습니다. 거칠고, 두려운 곳이지요. 하지만 그 해답은 남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해서 패자를 짓밟고 올라서는 것이 아닙니다. 나만의 방식을 개발해서 다른 모든 사람에게 최대의 행복을 가져다 주면서 사는 것입니다. 연약해서 늑대가 되지는 못하지만, 도구와 지혜를 통해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모글리처럼 말이죠.
원문: 김은우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