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IT 기업은 어디일까? 구글, 페이스북, 혹은 애플을 꼽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물밑에서 그들보다 더 무섭게 세계 정복을 이뤄가는 그룹이 있다. 세계 최대의 커머스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닷컴 버블을 가장 잘 극복한 그룹이다. 10여년 전 위기를 겪었지만 현재 세계 최고의 커머스로 우뚝 섰다. 올해 아마존의 성과는 굉장하다. 작년 대비 올해 반기 매출은 31%(300억달러 상당) 올랐다. 순이익은 무려 853%(8억 5천 7백만 달러 상당) 상승했다. 이런 결과에 비결은 무엇일까?
1. 핵심 사업
투자자의 관점에서 아마존에 가장 중요한 사업은 아마존 프라임과 아마존 웹 서비스다.
아마존 프라임은 프리미어 정액 서비스다. 연간 99달러로 아마존의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아마존 프라임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대략적으로 꼽아보았다.
2일 총알 배송
음악
영상 콘텐츠(영화, TV 프로그램 등)
크라우딩 사진 저장 공간
워싱턴 포스트 구독
킨들 전자책 도서관
프라임 나우 (일부 2시간 총알배송)
기프트 카드
(그 외)
얼핏 살펴봐도 엄청난 혜택이다. 일단 아마존 프라임에 들어오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사실상 하루 종일 아마존의 서비스를 사용하게 만든다. 쿼즈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구독자는 미국에서만 6천 3백만 명에 이른다.
아마존 웹 서비스는 세계 최대의 크라우딩 컴퓨팅 플랫폼이다. 서버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개발자들이 간편하게 최적화를 할 수 있도록 각종 툴을 제공한다. 세계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물론 애플 iCloud, CIA까지 아마존 웹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앞으로 5년 안에 아마존 웹 서비스의 수익이 아마존 자체보다 커지리라 예상했다. 이가 사실이라면 앞으로 아마존은 서점 회사도, 커머스 회사도 아닌 ‘서버 제공 회사’로 진화중일 지도 모른다.
프라임은 현재 가장 우수한 수익을 내고 있는 사업이다. 아마존 웹 서비스는 아마존의 미래를 책임지는 유망주다. 하지만 이 둘이 전부는 아니다.
2. 생태계
아마존 프라임과 아마존 웹 서비스는 아마존의 더 큰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수단이다. 그것은 ‘사람의 시간을 지배하는 생태계’로써의 아마존이다.
아마존 프라임으로 상징되는 커머스는 사람의 ‘구매’를 장악한다. 아마존 웹 서비스는 데이터를 장악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들이다. 그 외에 아마존이 하고 있는 상대적으로 수익이 떨어지는 사업도 모두 사람의 시간을 지배하는데 필요한 사업들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디어다. 정보 전달을 장악한다.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아마존은 IT 회사로써는 희귀한 ‘목소리’를 얻었다.
알렉사(Alexa)는 비서다. 인공지능 플랫폼으로써 아침에 일어나면 날씨, 뉴스(물론 워싱턴 포스트다!), 식사(아마도 아마존을 통해 구입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등을 챙겨준다. 티켓 구매부터 (아마존을 통한) 생필품 예약까지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해준다.
아마존 스튜디오는 오락이다. 여가시간을 장악한다. 아마존은 스튜디오를 통해 영화 및 영상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에미 상에 16개 노미네이트 될 정도로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있다. 이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명사가 된 넷플릭스를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다. 혹자는 아마존이 서점 시장을 점령했듯, 워너 등의 영화 제작 시장도 잡아먹으려 한다고 의심한다.
그 외의 사업들도 마찬가지다. 2lemetry는 사물 인터넷 플랫폼을 장악한다. 자동차 사업, 에듀 테크 등의 사업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모두 미래에 개인의 ‘시간’을 장악하려는 시도다,
일단 아마존의 생태계에 편입되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너무나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서비스가 하나의 생태계로 합쳐져 유기적인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워싱턴 포스트는 그 자체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신문 사업이다. 하지만 아마존에 편입되어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정기 프리미엄 상품에 ‘한 부분’으로 편입된다면? 훌륭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과거 한국의 재벌의 문어발 경영이 비판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아마존은 더욱 더 체계적이다. 치밀하게 미래에 사람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하나 하나 추가해가며, 본인의 생태계 제국에 모든 개인이 편입되기를 권유하고 있다.
더욱 무서운 점은 이 모든 일이 ‘조용히’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이나 애플과는 달리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언론 노출을 꺼린다. 언론사 사주가 된 후에는 더욱 더 본인 마음대로 언론 노출을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주목이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으로 가는 사이에 그는 차곡 차곡 자신의 생태계를 키워가고 있다.
심지어 과거의 독점과는 달리, 아마존의 독점적 생태계는 시장을 키우고 모두에게 이익을 나눠주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의 다양한 혜택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훌륭한, 신 개념 제품이다. 물론 아마존이 가장 큰 수혜자다. 아마존은 현재 미국 전체 소매시장 성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생태계에 대항하려면? 오로지 ‘생태계’밖에 없다고 커머스 및 플랫폼 사업가 Jon Nordmark는 조언한다. 더욱 많은 서비스를이 서로 모여 시너지를 만드는 대안을 만들어야만 이 플랫폼에 맞설 수 있다. IT를 중심으로 묶여진 초거대 ‘생태계’들의 경제 전쟁의 시대가 오고 있다.
※ 참고 기사
- 아마존이 어떻게 이용자들의 시간을 점령하는 ‘생태계’를 건설하고 있는지 잘 알려주는 기사
- 아마존이 어디에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지, 그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한 쿼츠의 기사
- 제프 베조스의 세계 정복기(?)를 다룬 기사. 아마존의 놀라운 성공의 뒷면에는 끈질긴(relentless) 문화가 있고, 이는 내부 직원에 대한 성과 무한전쟁의 무자비한(ruthless) 대우로 이어진다는 폭로가 인상적이다.
원문: 김은우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