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처음 빌릴 땐 ‘천 원’이면 된다. 그런데 기본으로 주어지는 시간이 한 시간이라서, 한 시간씩 넘어갈 때마다 천 원씩 부가요금이 붙는다. 즉, 처음 빌리고나서 1시간 1분 후에 반납하면 (한 시간을 넘겼으므로) 1천 원을 추가로 더 내야 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서울숲에서 홍대 근처까지 따릉이로 한강을 질주할 때는 추가요금 낼 각오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제 따릉이 대여소가 많이 늘어나서 수시로 반납하고 다시 빌리는 것을 반복하면 천 원으로 거의 하루종일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 한 시간 내에 반납하고 다시 빌리면 또 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렇게 계속 반복하며 타면 1천 원으로 계속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최근 들어 동네에 따릉이 무인대여소가 슬금슬금 늘어나는 것을 보고, 아 이젠 정말 천 원으로 웬만큼 즐길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정말 그게 가능했다.
사람들이 호기심은 가지지만 아직 그렇게 많이 이용하지는 않는 모습이던데, 기본적으론 아직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게 아닌가 싶고, 그 다음으론 은근히 복잡한 따릉이 이용방법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실 나도 따릉이를 처음 이용할 때는 막 헷갈리고 이해도 안 되고 그랬다. 뭔가 알 수 없는 이상한 짓이 있는 것 같기도 해서 거부감도 들었고. 무엇보다 모바일용 따릉이 앱이, 본인인증과 성별 연령 수집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폰 용 앱이 없다는 것도 좀 웃기는 일이기도 하고.
어쨌든 따릉이를 이용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 처음 사용한다면 따릉이 홈페이지 가서 회원가입 하고, 교통카드 번호를 입력해서 등록한다. 그 후에 따릉이를 빌릴 때는, 안드로이드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우선 결제를 하고, 현장에 가서 자전거에 등록한 교통카드를 대고 빌리면 된다. 교통카드는 회원카드로 이용할 뿐, 여기서 돈이 나가지는 않는다 (물론 결제할 때는 모바일 교통카드로 결제가 되는 것 같긴 하지만). 한 번 해보면 쉽다. 실패해도 천 원이니 부담없이 시도해보면 된다.
따릉이 거치대 수가 늘어난 것은 환영할 일인데, 좀 쌩뚱맞은 곳에 설치된 것들도 꽤 있다. 아무래도 중산층 정도가 사는 아파트를 거점으로 삼아서 그런 듯 하다.
대략 이렇게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이 정도 하이킹하는데 자전거 대여료는 단 돈 천 원.
따릉이 대여소 현황을 보면 강남 쪽은 아예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강을 건너 가지 마오. 강남쪽 한강변에 자전거 타기 좋은 코스가 있다해도, 따릉이 타고 다리를 건너면 거의 추가요금은 필수다. 추가요금 각오하면 상관없고.
아무래도 배치도를 보면 종로를 비롯한 관광코스에도 집중 배치해서 외국인들도 자전거를 타고 관광을 다닐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은데, 아직은 많이 무리다. 자전거만 있으면 뭐 하나, 도로가 엉망인데. 특히 종로 쪽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건 좀 아니다. 차라리 1차선의 반을 선으로 쫙 그어서 확실하게 ‘자전거 우선도로’라고 써 붙이고 인식을 아예 바꾸든지.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도심에선 그리 활용도가 높지 않을 듯 싶지만, 그래도 한적한 관광지나 공원, 한강변 같은 곳에서는 활용도가 높다. 집에 자전거가 있어도 집에서부터 끌고 나오기 귀찮을 때, 목적지에 가서 따릉이 빌려서 놀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한강변을 따릉이를 타고 달려본다. 절대타워도 보고.
천 원으로 하루종일 따릉이 타고 놀러다니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근데 좀 귀찮은 건 감수해야 한다. 따릉이 대여소가 한강변에 바로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강과 가까운 곳에 있다고 표시가 돼 있어도, 어느 정도 마을 쪽으로 들어가야 따릉이 거치대를 볼 수 있다.
지도로 확실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을 때는, 주로 전철역이나 큰 아파트 근처에 있다고 생각하고 들어가보면 된다.
뚝섬유원지 쪽도 작은 지도로 봤을 땐 한강변에 있을 줄 알고 한참 찾아 헤맸는데, 알고보니 마을 쪽으로 들어가 있는 전철역 근처에 있더라. 너무 사람 많은 곳에도 잘 설치를 안 해놓는 듯 하다.
뚝섬유원지 역은 정말 대단하더라. 자전거 놓여 있는 것들만 보면 거의 일본 전철역 주변과 비슷한 분위기.
이제 슬슬 자전거도 지자체에서 관리를 해야하지 않나 싶다. 동네마다 자전거 묶어둘 수 있는 곳에는 항상 방치된 자전거들이 꽤 있다. 그런 자전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더는 자리가 나지도 않고. 방치된 자전거는 한 번 싹 수거해서 수리하고 저가에 팔든지 했으면 싶다.
어쨌든 무더운 여름날엔 한강도 덥더라. 하나도 시원하지 않았다.
신기한 것들도 많이 생겼고
일명 자벌레라 불리는 뚝섬 유원지의 저 기괴한 건물은 위험한 곳이다. 피라냐 같은 꼬마들이 득실득실. 귀와 정신을 파먹힐 수 있다. 굉장히 위험하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인증센터 발견.
근데 스템프 찍는 인주가 다 말라 비틀어져 있다. 이 정도면 상당히 오랫동안 관리를 안 한 느낌이다. 뚝섬유원지와도 가까운데. 국토종주 자전거 여행을 하려면 스탬프 인주를 하나 사 갖고 다니는 게 좋겠다. 다이소에서 천 원 한다.
서울숲을 지나 성수동 이마트로 갔다. 원래는 한강 따라서 쭉 가보려 했지만, 너무 더워서 힘들더라. 길 가 온도계를 보니 35도. 더운 건 그래도 괜찮은데, 요즘 열대야로 잠을 못 잤더니 자전거 타면서 눈이 감기기도 하고, 영 상태가 엉망이다.
성수동 이마트 앞에 따릉이 대여소가 있어서 편리하다. 개인 자전거 끌고 다니면 밖에 묶어두고 마트 들어가기 겁난다. 싸구려 체인 그런 거, 맘만 먹으면 몇 분 만에 절단 낼 수 있으니까. 근데 따릉이는 일단 반납하면 끝이다. 맘 편하게 마트 들어갈 수 있다. 나와서 다시 대여하면 되고.
한 나절 따릉이를 수없이 재 대여하면서 다녀보니,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천 원으로 자전거 빌려서 놀러다니기도 할 만 하다는 결론이다. 누군가에겐 그게 약간의 불편함이 아니라 큰 불편일 수도 있겠고.
대략 빌린 후 30분이 넘어가면 재대여를 위한 따릉이 거치대를 찾아다녀야 한다. 진행방향에 맞게 위치를 잘 노리고 다니면 그때그때 적당히 반납과 대여를 반복할 수 있다. 항상 그걸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귀찮아서 안 하려고 하지 싶다. 뭐 그럼 하지 말든가.
어쨌든 따릉이 대여소는 지금도 계속 여기저기 생기고 있는 중이라서, 앞으로 더욱 촘촘하게 거치대가 생기면 장기임대 회원권을 끊어도 괜찮을 듯 싶다. 대여소 위치만 잘 맞으면 집이나 회사 근처에서 전철 역까지 타고 가는 것도 가능할 테고, 걷기는 힘든데 버스 타긴 좀 애매한 거리에 사용해도 될 테고.
무엇보다 따릉이는 아직 설치된지 얼마 안 된 새 것이라 빨리 많이 즐기는 게 중요하다. 다들 알잖나, 이 나라의 이런 공공 어떤 것들은 시간 지나면 거의 아무도 돌보지 않고 썩은 채 방치된다는 거. 야외에 놓아둔 자전거는 몇 년이면 수명 끝이다. 아직 잘 굴러갈 때 많이들 사용하자.
참고
원문: EMPTY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