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가 온라인 쇼핑몰에 상품으로 등장했다. 티몬은 지난 8월 8일 재규어의 소형 세단 모델인 XE의 2가지 모델을 700만원이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였다. 차량은 20대가 준비되었고 그 차량들은 금세 모두 판매되었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기사에 연이어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가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는 등의 좋지 않은 내용의 기사들이 이어졌다. 도대체 자사의 제품을 대량으로 잘 팔아주었는데 무엇이 문제라는 말인가?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가 주로 내세우고 있는 부분은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의 손상’ 그리고 ‘소비자 혼란 야기’이다. 그럼 그 부분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의 손상’에 대하여, 그들이 이야기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가격 인하로 인해 훼손된다면 그들의 브랜드는 곧 가격 그 자체인 것이다.
- 또한 이미 오프라인에서는 딜러십 내에서 가격 할인을 해 주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그 부분도 역시 브랜드 이미지의 훼손에 해당한다. 내 견해로는 700만원의 할인 폭은 아마도 딜러십의 딜러마진의 범위 내였을 것이다. 결국, 공급가보다 낮추어 판매를 진행한 것도 아닌데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그 할인 폭의 범위는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이 시장의 자유경쟁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닌가?
- 거기에 총판과 같은 형태의 중간 유통사가 자신의 유통판매 정책을 제조사에게 항시 공유를 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세상에 어느 삼성 전자제품 판매상이 자신이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제품 가격을 삼성전자에게 공유하겠는가? 혹시라도 유통사가 제조사의 허락을 받고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면 그런 산업의 영역은 자동차 산업뿐일 것이다.
- ‘소비자의 혼란 야기’에 대한 부분은 최근 재규어 XE를 일반 딜러십을 통해 구매한 고객들에게는 충분히 그런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소비자의 수는 극소수이고, 만일 이와 같은 유통 구조가 좀 더 보편화되면 그런 변화로 인해 혼란이 아닌 대만족을 드러낼 잠재 소비자의 수는 수백 배, 수천 배 많을 것이다.
8월 8일의 이벤트로 인해 가장 혼란을 겪었을 존재는 누구일까? 그건 분명히 소비자보다는 재규어랜드로버라는 회사였을 것이다. 지금까지 통제된 유통구조를 통해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부분에 구멍이 났으니 말이다.
온라인을 차를 사는 시대가 다가온다
오래전 처음 E커머스가 등장했을 때 우려만 표명하고 미온적인 대응을 하거나 혹은 그런 유통구조에 반하는 입장을 표명했던 업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대부분 시장에서 도태되었을 것이다.
이제 온라인 유통에 대한 시도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자동차 산업 역시 다를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소비자는 딜러십을 최대한 걸치지 않는 최저가의 차량 구매와, 딜러십을 통해서 약간 더 비싼 비용을 내더라도 차량 유지 기간 동안 케어를 받는 차량의 구매 가운데 선택하고자 할 것이다. 법적으로 완벽히 새로운 유통구조를 막아버릴 수 없다면 이는 받아들여야 한다.
온라인 유통구조를 이용하는 것이 차량 제조사들에게 마냥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까? 오히려 아닐 수도 있다. 온라인 유통구조로 진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 마케팅 및 홍보에 투자하는 비용이 낮아질 수도 있고, 이런 판매구조를 통해 유통되는 차량의 애프터마켓을 통해 수익을 거둘수도 있다. 거기에 더하여 만일 전체 차량 중 온라인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공식 AS망이 아닌 사설 정비를 찾는 수요가 많아진다면 공식 AS망에 투자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편리하고 새로운 유통망을 통해 합리적인 차량 가격으로 인해 매출 자체가 늘어나는 부분을 제외하고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 꽤 있는 것이다.
티몬이 준비하였던 재규어 물량은 3시간 만에 전부 판매되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차량의 온라인 판매 방식은 점점 늘어날 것이고 성공적인 시도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런 성공이 자리 잡으면 E커머스 업체들은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다. 자동차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것은 매출 부분에 지대한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특히 아직까지 외형매출 규모가 매우 중요한 소셜커머스 쪽에서는 특히나 매력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꼭 소셜 커머스가 아니더라도 차량 한대를 파는 것은 화장품 1,000개를 팔거나 명품백 50개를 판매하는 효과와 맘먹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는 보통이 아닌 셈이다.
게다가 자동차 회사들 입장에서는 판매가 부진한 상품의 경우는 매력적인 가격 프로모션의 온라인 공개를 통해서 더 극적인 판매 촉진을 일으킬 수도 있다. 결국은 재고비용을 감소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 영업사원들이 남은 재고 차량을 알음알음으로 열심히 한 대씩 파는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재규어랜드로버뿐만 아니라 어떤 자동차 회사던지 이런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빠르게 선제 대응하여 시장을 오히려 장악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는 것이다. 나라면, 내가 그런 수입차 회사의 담당자라면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법적 절차를 통해 기존의 자세를 고수할 노력으로 공식 AS망을 대신할 수 있는 정비 매뉴얼의 적극적 배포나 애프터 마켓의 정비 및 관리 서비스의 판매 방식을 고민하고 또 고민할 것 같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한 번 지켜보자.
원문 : Jaeseung Mun님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