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넘게 이 바닥에서 서비스 기획과 비즈니스 기획을 해왔다. 번뜩이는(였던) 아이디어는, 제품화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산으로 간다. Why없이 What만 남은 상태가 된다.
기획자는 끊임없이 스토리보드를 그리고, 수많은 버튼과 설정을 만들어 넣는다. 그게 그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그 사람은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열심히 할 때마다 더 산으로 간다. 수많은 사람들의 그냥 던지는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에 치이고, (솔직히 네 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 똑똑해 보이고 싶을 뿐) 어느 순간 핵심이 아닌 수많은 기능에 돌이킬 수도 없고,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된다.
아마도 대부분 스타트업들이 겪는 문제이다. 사실 안 겪고 이게 문제라는 걸 인식하기 어렵다. 그런 문제를 겪는 모든 분에게 소개하는 글. 읽어도 쉽게 바뀌진 않을 테고, 나 혼자 바뀐다고 되는 일도 아니지만 일단 읽어보자.
이 글은 Nikkel Blaase의 「Why Product Thinking is the next big thing in UX Design」을 번역하였다. 1차 번역자에게 허락을 받아 좀 더 읽기 쉽게 의역하였다.
‘사용자 경험’을 생각할 때, 우리는 보통 사용자들의 삶을 더 쉽게 만들어주는 단순하고 아름답고 사용하기 쉬운 제품 일련의 기능들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사실 일련의 기능들은 제품에 있어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또한 변경되기도 쉬운 부분들입니다. 기능들은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이 시도하는 다양한 솔루션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제품 중심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특정 사용자의 문제를 중심으로, 일이 완료되는 것을 중심으로, 목표를 중심으로, 수익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용자 경험의 핵심은 일련의 기능들이 아닙니다. 사실, 사용자 경험의 핵심은 사용자가 제품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일 (Job)입니다. 우버의 핵심 사용자 경험은 언제든 택시를 쉽게 잡는 것입니다. 카운트다운 기능 (택시가 정확히 언제 도착하는지 보여주는 기능) 은 이런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기에 적합한 기능입니다.
그러나 우버는 이 기능이 없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반면에 카운트다운 기능은 우버의 핵심 사용자 경험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기능과 제품 사이에는 단방향의 상호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기능은 제품 없이 동작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디자이너가 제품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능이 아니라, 제품을 생각하라”
“Think in products, not in features”
제품이 해야 할 일을 찾아라
하나의 제품은 하나의 핵심 고객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 제품이 존재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핵심적인 고객 경험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욕구를 충족시켜주거나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그것 때문에 의미 있어지며, 특정한 가치를 제공해줍니다. 만약 존재하지 않는 문제이거나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면, 제품은 쓸모없어지고 사람들은 그 제품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 : 제품은 망할 겁니다. 잘못된 솔루션은 고쳐질 수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문제는 뭐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실제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한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아, 물론 100% 확신이야 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많이 관찰하고, 사람들과 많이 대화하고 이를 통해서 문제를 파악하고, 고객들이 진짜 원하는 솔루션을 만들어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는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고객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 스티브 잡스
예를 들면, 클레이 크리스텐슨은 밀크쉐이크의 판매를 개선하기 위해 몇 가지 시도들을 했습니다. 그는 밀크쉐이크를 더 달콤하게 만들고, 다양한 맛을 제공하고, 컵 사이즈를 다양하게 제공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쉐이크를 사는 고객들을 관찰하기만 했습니다.
그는 결국 고객들이 쉐이크를 사는 이유가 ‘아침 운전을 덜 지루하게 만들기 위한’ 것임을 알아냈습니다. 밀크쉐이크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그것이 다른 음료에 비해 걸쭉해서 배부른 상태를 더 오래 지속시켜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진짜 실재하는 문제였습니다.
물론 고객들은 쉐이크를 살 때 이걸 깊이 있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별생각이 없죠. 어쨌든 크리스텐슨은 밀크쉐이크를 더 걸쭉하게 만들어서 판매를 늘렸습니다.
문제와 사랑에 빠져라, 특정한 솔루션이 아니라.
– Laura Javier (페이스북 프로덕트 디자이너)
제품 중심으로 생각하고, 그에 맞는 사람들을 위한 적정한 기능을 만들어라
제품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은 성공적인 기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제품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정의함으로써, “왜 우리는 이 제품을 만들고 있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습니다.
목표 고객 정의(누가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지?), 해결 방법 정의(우리는 이걸 어떻게 하고 있지?)등의 질문들은 새로운 기능을 만들 때 충분한 가이드가 되어 줄 것입니다.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이런 기능들의 성공 여부를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문제와 솔루션의 적합성
제품은 발견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솔루션은 문제가 해결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따라서, 제품-솔루션 적합성은 제품이 제공하는 핵심 고객 경험을 정의합니다.
개별 기능들은 핵심 고객 경험을 확장시키고 지원하지만 고객 경험을 대체될 수는 없습니다. 인터랙션 디자인과 비주얼 디자인은 제품을 더 예쁘고, 더 사용하기 쉽고, 즐겁게 해주거나 경쟁자에 비해 눈에 띄게 해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제품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이 왜 적절한 문제-솔루션 적합성이 제품의 성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지에 대한 답입니다.
제품 정의
제품 중심으로 사고할 때, UX 디자이너는 아래의 문제들에 먼저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사용자 문제)
- 우리는 누구를 위해서 이것을 하는가? (목표 고객)
- 우리는 이것을 왜 하는가? (비전)
-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하는가? (전략)
- 우리는 무엇을 달성하고자 하는가? (목표)
- 그런 다음에야, 우리가 정확히 하고 있는 것 (기능)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제품 중심 사고의 힘
제품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특정한(적절한) 사람들에게 딱 맞는 기능을 만들 수 있도록 해줍니다. 제품 중심 사고는 단순히 인터렉션 디자인, 비주얼 디자인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제품의 고객 경험을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그것은 확실히 디자이너가 고객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무언가를 만드는 위험을 줄여줍니다. 그것은 기능을 만들 때마다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기능을 만들기는 쉽지만, 적절한 사람들을 위해 딱 맞는 기능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제품 중심 사고는 UX 디자이너가 적절한 기능을 만들고, 관련자들과 더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것은 디자이너가 “아니오”라고 얘기할 수 있게 해주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 전에 주저할 수 있게 해줍니다. 새로운 기능이 요청되고, 누군가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낼 때, 디자이너는 와이어프레임을 그리거나 예쁘장한 레이아웃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하지 않고, 먼저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 이것은 제품에 적합한가요?
- 이것은 고객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
- 사람들이 이것을 정말 필요로 하거나, 원하나요? 먼저 알아보죠!
- 이것은 제품을 더욱 슬림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것입니다.
결론
제품 중심 사고는 확실히 디자이너들이 적절한 사람들을 위한 적절한 기능을 만들게 하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진짜 문제를 가지고 씨름하게 합니다. 그것은 올바른 결정을 내리게 하고, 사용자들이 원하는 성공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 기초가 됩니다.
제품 중심 사고는 프로덕트 매니지먼트와 UX 디자인 사이에 유익한 관계를 만들어주고, 이는 더 강력한 제품을 낳습니다. 이것이 제품 중심 사고가 UX 디자인에 있어서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될 이유입니다.
원문 : 정윤호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