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회인들 그렇지 않겠는가 싶지만, 이면과 디테일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또는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발언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때로 무모한 일이다.
1.
‘메갈리아’가 그렇고, 이번엔 ‘이화여대 사태’가 그렇다. 그런데 메갈리아와 달리 나는 이대 사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바라보고 있다. 물론 이대 사태의 한 측면에선 분명히 “우리가, 우리 아이가 어떻게 해서 들어간 학교인데, 평생교육이라니 말도 안 된다”라는 학벌주의도 일부 작동할 것이다. 아니, 그것이 그토록 많은 학생이 적극적으로 SNS를 이용하면서까지 자발적으로 모인 주요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설령 그런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대학이, 대학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대화보다 우선하여 공권력을 동원한 지점이 더욱 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그리고 모든 사건의 배후엔 이해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와 같은 운동당사자들의 배후에 자신의 이해관계가 얽혀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것이 공론화의 주요 동력원이 되는 것도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이를 부인하고 공리공론만을 앞세워 디테일의 이모저모를 들춰내며 훈수하는 일, 심지어 그들 중 일부의 발언만을 키우는 것이 과연 정당하냐는 생각이 든다. 우리 자신이 개혁의 당사자이자 동시에 대상자란 점에서도 그렇다.
2.
‘평생교육’ 또는 ‘성인교육’에 대해 나는 약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걸 왜 이화여대가 하나? 아니, 좀 더 나아가서 그걸 왜 지금의 대학이 해야 하나? 이걸 학생들의 밥그릇 싸움이나 학벌주의의 강화(물론 웃기는 소리다. SKY와 이화여대 정도 되면 그래도 괜찮은 학벌일 수도 있겠지만, 그 대학들도 이미 파열음이 나올 정도로 망가지는 현실 진단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도로 치부한다면, 그 반대로 이화여대 또는 대학 당국이 ‘평생교육’ 시장까지 가져가고 싶어서 저 난리를 치는 것은 애써 보지 않으려 한다.
이미 졸업장 장사로 재미를 보았고, 이미 그 장사가 막판에 이르렀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대학 당국이 탈출구로 선택하고 있는 것이 평생교육, 성인교육 시장이다. 그 대학의 모 교수가 싱글싱글 웃어가며 했다는 말대로 고작 4년 동안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나 받고 졸업할 소비자(학생)들이 왜 볼멘소리냐고 했다는 말은 액면 그대로 진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화여대 학생들의 저 움직임은 결국 소비자운동인 셈이다. 적어도 십수 년의 인생을 바쳐 입장료를 지급했고, 등록금을 가져다 바쳤는데, 교수란 자는 그들을 뜨내기손님 취급하고 대학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형편없는 주제에 새로운 영업장만 열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3.
이 지점에서 가장 중요한 공공성의 핵심은 이미 존재하는 학벌주의의 문제나 이미 실패하고 있는 학벌주의 타파가 아닐지도 모른다.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평생교육’과 ‘성인교육’을 과연 낡은 술부대인 현재의 ‘대학시스템’에 맡겨도 괜찮은 것일까? 그들이 계속해서 등록금 장사를 하도록 내버려두어도 괜찮은 것인가? 라는 의문이 아닐까 싶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과연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이 나라에서 평생교육과 성인교육이 도입되는 교육철학이 과연 있는지, 그것의 내용은 어떤 것인지,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 역시 선행되어야 한다. 언론 역시 현상만 쫓을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짚어줘야 한다.
‘메갈리아’를 비롯해 내가 재미있어하는 건 한국사회에서 어떤 운동이 벌어지면 일단 도덕적, 윤리적인 가치 판단, 재단부터 하려 든다는 것이다. 일단 무슨 일인지,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원인을 분석하여 제대로 알고 난 뒤 가치 판단이란 최종적으로 내리는 판결일 터인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또는 자기들만 알면서) 먼저 도덕적, 윤리적인 판단부터 내리려고 드니 맨날 공리공론, 당파싸움이 되는 것 아니겠나.
4.
그나저나 나는 좀 더 많은 외부세력이 필요하다고 줄곧 이야기하는 사람인데, 이화여대 분들은 더 많은 외부세력이 필요치 않은가? 그 점은 한 번 그들 자신에게 물어보고 싶은 대목이긴 하다.
원문 : Jeon Sung Won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