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어떻게 해야 해요?
많은 분이 제게 묻습니다. 필사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죠.
사실 공감합니다. 많은 이들이 필사하라고 합니다. 열심히 베껴 쓰면 된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필사에 도전합니다. 펜을 잡고 차분히 종이에 글을 따라 내려 적기를 반복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고 손도 아파집니다. 그 순간 떠오르죠.
“정말 이래서 글쓰기 실력이 느는 걸까?”
그러다 보면 필사에 점점 소홀해지곤 합니다. 그러다 절충점을 찾기도 하지요.
“‘베껴 쓰기’니까 노트북으로 타자를 치면 손도 덜 아플 텐데.”
자신과의 타협점을 찾은 분들은 노트북으로 타자를 칩니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글의 양을 베껴 쓸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말이죠. 예전에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아마 필사에 도전하는 많은 분이 겪는 패턴이지 않을까 합니다.
필사는 왜 하는 것일까요?
자, 이런 패턴을 반복했다면 원론적인 부분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왜 필사를 하려고 마음먹었는지, 그 부분으로 말이죠.
글을 잘 쓰기 위해서입니다. 노트북으로 ‘글자를 베껴 쓰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필사라는 것을 통해 글이 주는 감동을 느껴야 합니다. 필사라는 것을 통해 손이 글의 흐름을 익히도록 해야 합니다. 필사라는 것을 통해 머리가 글의 구조를 외우도록 해야 합니다. 필사라는 것을 통해 문단과 문단의 연결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필사라는 것을 통해 문장과 문장의 이음에 대해 살펴야 합니다.
이런 것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잘 베껴 써야 합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필사에 대한 방법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습득한 제게는 중요한 자산이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효과적인 필사 방법’은 이렇습니다. 일단 양은 생각하지 마세요. 글을 많이 써보는 것도 좋긴 하지만 한 번을 필사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게 좋습니다.
- 필사하기 위한 교재는 직접 선택해야 합니다. 읽었을 때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고르세요. 전 기사를 추천합니다. 비교적 짧은 글을 통해 글의 구성을 배울 수 있거든요.
- 글을 골랐다면 처음에는 쓱 읽으세요. 이 단계는 마치 잘 만들어진 음식이 나왔을 때 음식의 멋과 향을 즐기는 것과 같은 단계입니다.
- 글의 전체 구성 흐름을 보면서 읽으세요. 글쓴이가 어떤 의식의 흐름으로 글을 써 내려 갔는지를 분석하는 단계입니다.
- 숲을 봤으니 이제 나무를 살펴봐야겠죠. 문단과 문단의 흐름과 문장과 문장 간의 연결에 집중해서 읽으세요.
- 이제 글에 대해서 파악이 됐다면 필사를 하세요. 필사하면서 문장 안에서 쓰인 단어들을 음미하세요. 곱씹으세요. 쓰면서 글을 음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이곳에는 이런 단어를 썼는지 등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써야 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없이 필사하게 되면 손만 아프답니다. 타자연습은 안 돼요. 노트북으로 쓰는 것은 어떻냐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전 그런 분들에게는 “요령 피우지 마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노트북으로 쓰다 보면 ‘타자연습’이 되는 것을 제가 느꼈기 때문입니다.
타자연습에 빠지다 보면 주객전도가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글쓰기를 하기 위해 타자를 하는 것인지, 타자 연습을 하기 위해 글을 보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거든요.
경각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필사란 글쓰기 전문가가 되기 위한 이들에게 비교적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훌륭한 하나의 수단입니다. 또한, 상당히 고된 일이기에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늘 경각심을 가지고 임해야 합니다. 그래야 필사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남들이 한다고 해서 베껴 쓰는 시늉만 낸다고 글쓰기 내공은 늘지 않습니다.
이는 제가 지난 6년 동안 기자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것입니다. 사람마다 필사 방법이 다를 수 있고, 필사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른 것을 존중하기에 제 방법이 100% 옳다고는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런 과정을 통해서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었기에 용기를 내서 ‘필사 방법’에 대해 몇 자 적었습니다.
부디 글쓰기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원문 : 신동진의 브런치
덧붙이는 글
글쓰기에 관심이 있거나, 글을 쓰는 것이 즐거우신 분이 있다면 페이스북 ‘작가의 글쓰기’ 클럽으로 초대합니다.
가입에는 제한이 없지만, 교류가 목적인 만큼 비공개로 해놨습니다. 현재는 다음 브런치 작가님들이 함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여기서 영감을 얻으실 수도 있고요. 다양한 작가분들과 교류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사를 읽기에 시간이 부족하신 분들을 위해 ‘오늘의 뉴스’ 매거진도 개설했습니다. 반드시 잘 쓴 글을 선별해서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읽어보면 좋은 내용을 올려놓고 있으니 참고가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