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 학기 하는 수업인 <American Culture>와 <Popular Music in America> 강의에는 꼭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곤 한다. 1960년대의 민권 운동과 모타운(Motown) 강의를 할 때 언급하는 내용.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는 모두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에 반대하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사회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태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
마틴 루터 킹은 흑인과 백인의 차별 없이 모두가 같은 미국인으로서 하나의 사회 속에서 동등하게 화합하여 살아가는 ‘인종 통합(racial integration)’을 자신의 지향점으로 삼았다.
그러나 말콤 엑스는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백인들이 그것을 순순히 흑인들에게 내어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즉 그는 진정한 인종 통합의 가능성을 믿지 않았으며, 따라서 흑인들은 백인과 섞여서 같이 살려고 억지로 애쓰지 말고 흑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그들과는 따로 살 것을 주장했다. 이것이 바로 ‘인종 분리주의(racial separatism)’이다.
최근 미국에서 일어나는 흑백 간의 갈등(혹은 경찰과 흑인들 사이의 갈등),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행위, 그리고 우리나라의 핫이슈 중 하나인 남혐·여혐 논쟁을 보며 나는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를 떠올린다.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들이 상기 거론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우리가 서로 상생(相生)하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지 아니면 서로를 거부하고 따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지를 생각해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분리주의자였던 말콤 엑스는 전 세계 다양한 곳을 다니고 많은 이들을 만나본 후 분리주의를 버림과 동시에 백인 역시 ‘적’이자 ‘따로 살아야 할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이 깨달음을 통해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의 운동을 펼치기 직전, 그는 암살당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원문 : 이규탁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