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리더십 관련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리더십은 타인을 이끄는 것 이전에 스스로의 삶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자기계발이나 리더십에 관한 책을 수십 권 읽다 보면,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일관되고, 때로는 상투적이라 할 만큼 누구나 알만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소를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억지로 마시게는 할 수 없는 법이다.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리더십과 동기부여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장에 대한 근거도 명확하게 제시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가장 행복한 상태로 최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ARC가 만족 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는 자율성(Autonomy), 관계성(Relatedness), 그리고 역량(Competence)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율적으로 일하고 싶어 하며, 업무 내에서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이는 주위의 인정을 받아 보상받는 상황이 아닌, 아무런 대가 없이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자 하는 순수한 욕구를 말한다) 또한 업무를 통해 자신이 성장하고 성취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대부분 회사나 상사는 ARC를 망치는, 잘못된 방향으로 직원들을 동기부여 한다.
누가 내 직장에 CCTV를 설치해 놓았나 싶을 정도로 정확한 현상 파악을 한 부분이 있어 소개해 본다. ARC 중 하나가 무너질 때 다른 것까지 악영향을 받는 것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당신에게 직원들에 대한 통제 욕구가 강한 상사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는 필요하든 아니든 직원들의 모든 업무를 사사건건 따지며 관리한다. 자신의 비효율적인 리더십 스타일이 직원들의 심리적 욕구에 악영향을 미침으로써 자기 부서가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지 모르거나 아예 관심조차 없다. 그는 꿋꿋하게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는 데 만족감을 느낀다.
당신은 지난 몇 년간 상사에게 나름대로 인정받는 직원이었다. 특히 영업 데이터를 수집해서 본부에 분기 자료를 제출할 때 당신의 능력은 빛을 발했다. 상사가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면 당신이 대신 보고서를 작성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항상 당신의 보고서를 다시 검토하고 고친 뒤 직접 본부로 보낸다. 게다가 수정한 내용도 자기 마음대로인 듯하다. 간단히 말해 당신이 아무리 보고서를 아무리 잘 작성해도 그를 만족하게 할 수 없다. 그의 세세한 관리 방식은 당신의 자율성을 침해한다. 당신의 업무를 통제하고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 항의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항의한 사람들에게 어떤 결과가 닥쳤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ARC 도미노 효과는 이런 상황에서 시작된다. 자율성이 없어지면 당신은 마음속에서 자신의 역량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한다. 상사의 과도한 참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력과 이를 방조하는 회사의 정책은 역량 욕구를 더욱 훼손시킨다. 상사의 비효율적인 리더십, 직원의 욕구에 대한 무관심,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태도 등은 관계성의 욕구에도 영향을 끼친다. 게다가 상사의 관리 스타일과 이에 대한 당신의 우려 같은 무형의 외부적 압력은 내적 행복감을 망가뜨린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더 많은 기회를 주거나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발견하게 되면 회사를 떠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당신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유일한 이유는 작성하지 않았을 때 닥칠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강요된 동기부여다. 그런 걱정에 약간의 죄책감이 더해져서 억지로 그 일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보고서를 작성하긴 해야겠지. 어쨌든 내 일이니까. 하지만 내키지는 않아. 그저 문제가 없을 정도로만 제출해야지.’
일을 더 창의적이고 훌륭하게 해내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어떻게 제출하든 상사가 또 수정할 테니 말이다.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당신의 부정적 동기부여는 일반화의 과정을 거치며 확대된다.
‘매일 아침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회사를 향하는 것은 오직 월급을 받기 위해서야!’
갑자기 당신의 직업 자체에 대해 외부 동기부여의 관점이 자리 잡는다. 모든 것은 돈 때문이다. 사람들은 세 가지 심리적 욕구가 만족되면 긍정적 에너지, 활력, 행복감으로 인해 즐거워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다. 하나의 심리적 욕구는 다른 욕구에 영향을 미친다. 세 가지 욕구 가운데 하나라도 결핍되면 ARC 도미노 효과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자율성, 관계성, 역량의 욕구 중 하나라도 훼손되면 그 여파가 다른 욕구에도 미친다.
작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미 동기부여가 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누군가를 동기부여 시킨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나는 동기부여를 긍정적인 측면으로만 생각했었기 때문에 작가의 주장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적인 동기부여까지 생각의 폭을 넓히면, 이 말은 이해가 된다. 이미 부정적으로 동기부여가 되어 있으므로 동기부여를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작가는 동기부여를 여섯가지로 구분한다.
- 무관심 – 자신이 하는 일에 아무런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 외부 – 자신이 하는 일로 인해 금전적 혜택, 지위 상승, 외적 이미지 향상 등을 기대한다.
- 강요 – 자신이 하는 일을 하지 않았을 때 갖게 될 죄책감, 불이익에 대한 우려 등의 감정을 피하려 억지로 일을 한다.
- 연계 – 자신의 일이 타인에게 도움이 되거나 스스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가치를 찾을 수 있다.
- 통합 – 자신의 일을 개인적인 삶의 가치나 업무의 본질적인 목표와 부합 시킬 수 있다.
- 내재 – 순수하게 자신의 일을 즐길 수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외부 동기부여 관점을 부정적인 관점으로 분류하였다는 것이다. 흔히 ‘채찍과 당근’으로 불리는 벌과 보상은 저차원적인 동기부여 방식이다. 대부분 기업이 사용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정면으로 주장하고 있다.
EBS에서도 칭찬이 야기할 수 있는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 방송을 한 적이 있었다. 외부의 동기부여는 장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사람의 자율성을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회사가 아무리 드라이브를 해도 그것이 직원들의 생산성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포츠와 관련한 오래된 비유는 비즈니스의 세계와도 잘 들어맞는다. 수익에 집중하는 행위는 경기할 때 공을 바라보지 않고 스코어보드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일과 같다. 비즈니스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라는 믿음을 물리치고 긍정적 동기부여로 이끄는 새로운 믿음을 도입하라.
경기에 이기기 위해서는 경기 자체에 집중해야지, 스코어보드를 보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사는 부하가 열심히 일하도록 동기부여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부하는 이미 게으른 상태(무관심)로 동기부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상사가 부하를 동기부여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장난 같은 느낌도 들지만, 작가는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 동기부여의 관점을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꿀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관리자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물론 부하의 동기부여 관점을 전환하는 것을 시도하기 전에 관리자 스스로의 관점이 긍정적으로 확립되어야 한다. 동기부여의 관점을 긍정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마음챙김(Mindfulness), 가치관(Values), 그리고 목적(Purpose)의 앞글자를 따서 MVP라고 부른다.
긍정적 동기부여를 위한 방법들이 흔히 책 <시크릿> 류에서 말하는 마음 먹은 대로 상황이 달라진다는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이것이 상투적인 진실이다. 자신의 업무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진정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최상이다.
ARC가 확보된 상황이라면 긍정적 동기부여를 하기 쉬울 것이며, ARC가 훼손된 상태에서는 긍정적으로 동기부여가 되었던 사람조차 부정적인 관점으로 변할 것이다. ARC를 망칠 수 있는 것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회사(상사)이다. 많은 리더가 이 책을 읽고 확실히 이해했으면 좋겠다.
ARC를 망치는 놈들은 이런 책 자체를 읽지 않을 것이란 것이 딜레마
원문 : MoreThanAir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