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커피 업계의 핫한 이슈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저가 커피전문점의 열풍입니다. ‘빽다방’을 선두로 ‘커피 식스’, ‘매머드 커피’, ‘쥬시’, ‘더 착한 커피’ , 위메프의 ‘W카페’, ‘마노핀’, ‘고 다방’ 등 우후죽순처럼 생긴 저가 커피전문점들은 이제 어딜 가나 하나쯤은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경제 불황의 여파로 가벼워진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합리적인 가격임을 내세워 창업시장에 핫한 아이템으로 떠오른 저가 커피전문점, 그 열풍의 근거로 빽다방의 최근 개점 상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불과 1~2년 사이에 300개점 이상을 출점했고 지금도 꾸준히 개점 중이라고 하니 저가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렇게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의 대중적인 인기가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는 신빙성이 있는 분석이지만, 최근 빽다방이나 쥬시와 같은 저가 브랜드의 빠른 확장 속도를 보면 저가 커피 열풍은 단순히 그런 이유로 설명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과연 저가 커피의 열풍은 대세일까요? 대박 창업아이템일까요?
정말 그런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우리나라의 창업 시장 현황을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창업 시장 현황
현재 국내 외식시장 규모는 80조 원 규모로 이웃 나라 일본에 비하면 1/4 수준밖에 안 되는 수준이지만(일본은 3,100억 달러, 우리나라는 800억 달러)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5% 이상 성장해 왔기 때문에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많아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미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매년 5% 이상 성장하는 산업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럼 창업을 하면 무조건 다 잘 되고 성장하게 되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평균 100만 개에 가까운 자영업자가 생기고 80만 개가 문을 닫습니다. 국세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2013년 개인사업자(자영업) 창업은 949만 개, 폐업은 793만 개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에서 창업과 폐업이 가장 많은 업종이 바로 음식업이었습니다. 지난 10년간 187만 2천75개가 창업해서 전체 창업의 19.7%를 차지하고 174만 4천138개가 폐업해서 전체 폐업의 22%를 차지했습니다. 이 숫자들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요? 음식점을 창업해서 살아남을 확률이 10년간 7%에 불과할 정도로 창업시장의 현실이 밝지 못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저가 커피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래에 저가 커피 열풍에 대한 두 가지 기사를 링크했습니다.
첫 번째 기사는 저가 커피전문점 창업의 열풍 뒤의 이면을 이야기하며 모두가 성공으로 이어질 수 없는 이유를 내용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높은 창업비용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익률, A급 상권이 아니면 출점을 시켜주지 않아 높은 고정비(임대료, 인건비)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결국 영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내용이고 두 번째 기사는 첫 번째와 달리 기사의 제목부터 ‘줄 서서 마시는 착한 커피’라는 자극적인 카피 문구로 기사를 써 내려가면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꾸준히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열풍의 실체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같은 시기에 쓰인 기사인데 정반대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이만큼이나 현실과는 거리가 멀고 괴리가 심합니다. 그럼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 두 가지 중 어떤 기사를 더 신뢰하고 참고하면서 창업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이 두 가지 기사에는 상반된 입장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첫 번째 기사는 창업시장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두 번째는 최근 식음료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창업시장에 대한 의견은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전문가의 창업에 대한 의견을 구합니다. 그에 의지해서 창업 전선에 뛰어들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실패사례가 쌓일수록 전문가들의 조언은 책임을 피해가기 위해 애매하게 둘러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최근 식음료 트렌드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면, 이 유행이란 것이 결국 뜨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이 되어버리니 자신의 의견을 책임질 걱정 없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처지가 다르다 보니 내용이 이렇게 상반되게 쓰이는 것입니다.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은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소비자는 저가 커피의 열풍을 두 손 들고 반기겠지만, 큰 비용을 들여 혹은 전 재산을 투자해 시작한 창업자들은 적은 수익률에 생계를 지속하기 어려워 결국 폐업에 이르게 됩니다. 적정한 가격이 적정한 수익을 보장하고 그 수익으로 사업자가 충분히 생계와 추가적인 소비를 이어갈 수 있어 경제가 건강하게 순환되는 구조, 우리가 경제학자나 경제 전문가들에게 항상 듣는 이런 세상은 현실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꿈같은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고가의 창업비용, 저렴한 이익
마지막으로 제가 커피전문점 열풍에 대해 해답을 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있습니다. 바로 편의점 원두커피입니다. 최근 국내 유수의 편의점들은 앞다투어 원두커피를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편의점 커피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자세히 다뤄보겠지만, 실제 편의점 커피의 퀄리티는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가격은 저가 커피 전문점보다 더 저렴합니다. 500원에서 1000원 정도로 거래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편의점 커피가 성장할수록 저가 커피전문점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갈 것입니다. 1,500원에 판매하는 커피도 일정한 지출비용에 비해 수익률이 적어 폐업하게 되는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500원짜리 커피를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수익 구조 자체가 편의점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실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저가 커피만 남고 저가 커피전문점의 열풍은 어느 순간 사그라들 것입니다. 단순히 싼 가격으로 승부하기보다 차별화된 전문적인 역량을 늘려서 가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 경쟁력을 갖는 것이 살아남을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 해에 폐업하는 자영업자 수 80만 개,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 비용 해마다 1조 2천억 원, 폐업 이후에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현실, 모두가 성공과 생계유지라는 미명 아래 창업 전선으로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있지만 실패한 이유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게 됩니다.
앞으로도 몇 년간 제2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해 창업시장은 호황을 맞이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합니다. 하지만 창업시장만 호황이고 창업자는 불황인 현실에 대해서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려해보고 지금부터라도 은퇴, 혹은 직업을 바꿔 맞이하게 될 제2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어떻게 시작할지에 대한 고민보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한 안목을 갖춰 시작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PS.
평균적인 창업 준비 기간에 대한 통계를 보면 주목할 만한 수치가 있습니다. 창업자마다 적게는 3개월부터 많게는 2년까지 준비 기간을 거친다고 합니다. 3개월에서 12개월 미만의 준비기간을 갖는 사람들의 비중과 1년 안에 폐업할 확률이 거의 비슷하고, 1-2년 이상 준비하는 사람들의 비중과 1년 뒤에도 살아남는 확률이 비슷하다는 것은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지 않을까요?
원문 : Andy R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