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창업 열풍에 휩싸여 있습니다. 해마다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새로운 사업자를 내고 80만 명이 폐업신고를 하는 나라, 햄버거 체인점 맥도널드의 전 세계 매장을 합친 것보다 치킨집 매장 숫자(3만 6,000개)가 더 많은 나라, 그런데 커피전문점(4만 8,121개)은 치킨집보다 더 많은 나라,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에 무방비상태로 뛰어들게 됨을 경고하지 않는 나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많지만 실패를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나라, 창업 컨설턴트는 넘쳐나지만 폐업 컨설턴트는 없는 나라, 그런 이유로 한해 손실되는 사회적 비용이 1조가 넘는 나라, 그걸 방치하는 나라,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며 부끄러운 민낯입니다.
이 글을 읽어 보시고 커피전문점 혹은 외식과 관련된 창업을 준비하는 본인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 혹은 미처 모르고 있었던 부분은 없는지 점검해보는 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1. 커피(아이템)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는다
학원에 다니며 커피의 기초만 배웠고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지속적으로 커피와 커피 산업에 대해서 공부하고 투자하며 커피를 다루고 판매하는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하려는 마음이나 계획이 없다면 커피전문점 창업은 잠시 접어두시기 바랍니다.
이미 창업 이후 안정적으로 업계에 진입한 창업자와 수많은 커피 업계의 종사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커피에 대해서 공부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배움의 수준과 품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운이 좋아서, 자리가 좋아서 잘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과연 이런 사람들과 경쟁해서 살아남고 이익을 남길 방법이 지금의 당신에게 있을까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면 당신은 아직 창업하면 안 됩니다.
2. 전문가의 조언을 듣지 못했다
이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래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구해 본 적은 있으신가요? 그렇다고 대답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은 전문가를 만나보지 못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자칭 전문가인지 진짜 전문가인지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당신에게는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분야의 전문가는 많이 있지만 당신의 상황에 맞춰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여러 명 만나서 전반적인 상황과 조언을 듣고, 비용이 들더라도 만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많은 시간을 들여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이야기를 들어야 전문가를 구분할 수 있는 안목도 생기게 됩니다. 다시 한 번 지금까지 만나왔던 사람들이 전문가가 맞는지 생각해보고 의심스러운 마음이 든다면 당신은 아직 창업하면 안 됩니다.
3. 얼마가 필요한지 모른다
커피전문점(외식업)을 창업하려면 대체 얼마나 드는지 알고 있으신가요? 실제로 시작하려는 일에 투입되는 비용을 세세하게 분류하고 크기는 몇 평이 필요한지, 임대료와 보증금은 얼마를 줘야 적당한지, 권리금은, 시설 혹은 설비는 얼마가 필요한지, 장비는, 도구는, 소모품은, 가구는, 인터넷은, 전화는, 직원은, 손익분기점은, 수익률은, 여유자금은 어떻게 책정하는 것인지.(게다가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계약이나 영업 허가 관련 서류 등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하고 구입해야 하는 리스트와 오픈하기까지의 날짜별로 계획도 없고, 누굴 만나야 하는지, 어딜 찾아가야 하는지, 이제부터 누군가에게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창업은 아직 먼 꿈나라 이야기입니다.
중소기업청이나 정부기관의 창업지원 센터에서 실시하는 소상공인 창업지원 정책이나 지자체별로 관할 구청 등에서 지원하는 정책 등은 알아본 적도 없고 그저 포털사이트 검색창(그것도 네이버, 다음뿐이라면) 앞에 앉아 인터넷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이 지금 알고 있는 최선이라면, 당신은 아직 창업하면 안 됩니다.
4. 프랜차이즈나 컨설턴트를 신뢰한다
프랜차이즈는 당신의 성공을 기원하죠. 하지만 실은 프랜차이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일을 합니다. 그것도 바로 당신이 평생 모은 자금으로 수익을 내고 일을 합니다.
믿을 수 없다고요? 화가 난다고요? 화낼 필요 없습니다. 프랜차이즈의 속성이 원래 그런 것이니까요.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신화들 뒤에 얼마나 많은 가맹점주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 숨어 있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그런 모습을 친절하게 알려주면서 가맹점주를 모집하는 프랜차이즈는 없다는 사실도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물론 좋은 수익모델을 가진 프랜차이즈의 시스템으로 인해 안정적으로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창업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모든 프랜차이즈가 가맹점을 위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업체들도 있습니다.(솔직히 아직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의 프랜차이즈는 구조적으로 가맹점의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습니다.
외식업계의 특성상 트렌드 소비패턴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여러 매장을 함께 운영해야 하는 프랜차이즈는 대응이 느릴 수밖에 없고(개인 매장의 최대 장점이 의사결정을 빨리할 수 있기에 트렌드나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맹점주가 매번 아이템을 갈아타면서 영업을 할 수도 없으며 한다고 해도 효율적으로 비용을 사용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능력 있는 창업 컨설턴트의 조언은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당신도 모르는 당신의 열정과 재능을 불러일으켜 주기도 하고, 미처 놓치기 쉬운 부분을 보완해주어 실패의 확률을 줄여주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컨설턴트의 조언이 성공을 보장한다고 믿으면 안 됩니다.
다만 문제는 당신이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는 컨설턴트를 알아보는 안목이 없다는 것입니다. 무슨 얘기를 해줘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아직 창업하면 안 됩니다.
5. 인테리어에 대해서 1도 모른다
평당 인테리어 비용은 도대체 어떻게 책정하는 것인지, 어떤 자재를 어떻게 구분해서 쓰고 얼마인지 세목별로 확인할 수 있는 안목이 없거나 최소한 알아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창업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많은 외식 창업자들이 창업과정 중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부분이 인테리어 시공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인테리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다 보니 업체의 이야기나 실력을 검증하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실제 결과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비용은 가장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죠.
실제 결과물에 대한 의견이 달라서 결과물에 대한 분쟁이 가장 많이 일어납니다. 수정하기도 까다롭고 비용도 크게 들어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업체들을 만나 인테리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인테리어 자제, 과정에 그리고 결과물에 대해서 세세하게 설명하고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는 업체라면 신뢰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하세요. 만약 이런 내용을 하나도 모른다면 당신은 아직 창업하면 안 됩니다.
6. 상권분석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
상권분석이라고 하면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막상 어떤 식으로 분석해야 하는지 혹은 상권 분석에 이용되는 툴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고 있으신가요? 특정 지역에 나의 매장을 오픈하면서 유동인구나, 상권의 밀집도, 배후 인구의 수, 연령대별 분포도, 성향, 업종별 현황, 등 말고도 많은 것들은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분석은 필수임에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 당신은 아직 창업하면 안 됩니다.
많은 창업자들이 정보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지인, 부동산 중개업자나, 창업컨설팅 업체 등에 의지해 신빙성이 떨어지는 분석과 검증이 안 된 곳에 임대계약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상권분석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분이라면 ‘소상공인 시장 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을 찾아가 보셔서 상권 분석이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 조금이라도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7. 실패를 생각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면, 준비 과정의 노력이나 실제 준비된 상황들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 그리고 현재 창업을 하게 될 경우 시장에서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분석과 이해, 준비 없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분들이 많다는 것이지요.
이제 처음 외식업을 접하게 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덜컥 임대계약부터 하고 오는 경우도 있고, 내부 공사와 인테리어를 마무리 지었다고 하면서 아직 어떤 메뉴를 만들어 팔지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당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실패’.
자금이 넉넉하다거나 본인 소유의 건물에 시작하는 경우는 그나마 실패했을 때 데미지가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모든 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대출까지 받아서 시작하는 분들이 저런 상황일 경우에는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도움받을 수 있는 부분도 거의 없기 때문에 안타까움만 남습니다.
물론 외식업의 경우 실패할 확률이 매우 큽니다. 1년 이내에 업종을 바꾸거나 폐업을 하는 확률도 45% 나 되고 10년 이내에는 90% 가까이 폐업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대부분은 필수적으로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누군가는 평생을 일해서 받은 퇴직금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야심 찬 제2의 인생, 새 삶을 위해 대출을 받아 시작한 자금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실패를 겪고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10년의 외식 창업 통계의 수치가 이야기하는 것은 그럴싸하게 부풀려진 말이 아닙니다. 분명히 10명 중 1명을 제외하고 10년 안에 모두 문을 닫게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아직 창업하면 안 됩니다.
마무리하며
아무런 준비도 없이, 혹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서 창업했을 경우에도 실패는 필연적으로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번 실패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며 인생의 실패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누구나 실패는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같은 실패에도 두 가지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전자의 경우 아무런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실패한 원인을 찾기 매우 힘듭니다. 왜냐하면 준비가 없었으니 실패한 원인은 전부, 모든 것이 됩니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실패의 이유가 적고 비교적 뚜렷하게 알 수 있어 타산지석으로 삼아 새롭게 시작할 때 실패의 확률이 줄일 수 있고 성공창업의 대열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가 봐도 명확한 상황과 사실들을 외면한 채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지 않고 근거 없는 자신감만으로 창업한다면 다시 일어서기 힘든 상황을 겪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철저한 준비와 실패의 경험을 소중한 교훈으로 삼아 반드시 성공한 창업가의 대열에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원문 : Andy R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