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에 한 장의 사진과 함께 글이 올라왔습니다. 7월 1일 롯데의 커피 프렌차이즈 ‘엔제리너스’에서 출시한 신메뉴 ‘디 클라우드’가 표절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죠.
부산 진구에 위치한 개인 커피전문점인 ‘FM커피스트릿’의 메뉴 중 하나인 ‘투머로우’를 표절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이번에 출시된 ‘디 클라우드’는 우리가 3년 전부터 준비했던 메뉴이며, 지난해 4월에도 에스프레소에 바닐라 크림을 얹은 ‘아메리치노’를 출시한 적 있다”며 “디 클라우드는 아메리치노의 후속작이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우리가 확인해 본 결과 해당 메뉴는 여기(FM커피스트릿) 말고도 다른 데서 비슷하게 하는 곳이 많으며 다른 프렌차이즈점에서도 비슷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며 표절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롯데의 해명은 사실일까?
모든 프랜차이즈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롯데 관계자의 해명에는 의심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3년 전부터 준비했다는 부분이죠. 프랜차이즈 업계나 외식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소비패턴이 굉장히 빠릅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메뉴 개발은 보통 메뉴는 트렌드와 시즌에 맞춰서 보통은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 준비합니다. (필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4년 정도 일한 적이 있습니다.)
트렌드라는 것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1년 전에 준비했더라도 타이밍이나 콘셉트가 트렌드와 맞지 않으면 출시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콜드브루에 대한 관심이나 관련 제품들의 출시 시기도 1~2년 정도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콜드브루가 나오지도 않았던 3년 전에 콜드브루를 이용한 베리에이션 메뉴 준비를 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진실은 롯데 엔제리너스의 메뉴 개발을 담당하는 사람이 알고 있겠죠. 쉽게 “그렇소!” 하고 밝힐 리도 없으며, 엔제리너스의 신메뉴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나쁘지 않으니 롯데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겠지요. 반대로 대기업 메뉴를 개인이 따라 해서 큰 인기를 누렸더라도 같은 반응을 보였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아마도 그룹 본사의 법무팀을 움직여 고소·고발을 남발하며 끊임없이 괴롭힐 것이고, 결국 항복을 받아내겠죠. 생각만 해도 소름 돋는 상황입니다.
커피 메뉴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결론만 먼저 이야기한다면, FM커피스트릿의 메뉴 ‘투머로우’는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메뉴 이름을 따라 한 것이 아니라서 상표권을 주장할 수 없으며, 메뉴에 대한 레시피도 설사 음식 특허권을 갖고 있다 한들 약간만 레시피를 수정해도 따라 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음식 특허권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좋은 내용의 기사가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대기업의 자본논리(돈이면 다 된다)는 시장의 건전하고 공평한 경쟁을 무너뜨리고, 나아가서 영세한 상인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일로 인해 FM커피스트릿이 커다란 경제적인 손실을 입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되어도 안 됩니다. 이 일이 이슈가 되었으니 도리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질지도 모르는 일이죠.
하지만 한 개인이 공들여서 개발한 메뉴를 아무런 협의와 허락도 없이 가져다가 썼다는 것은, 경제적인 손실이나 법적인 책임에 관한 문제보다도 메뉴 개발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지적재산을 침해했다는 것이 보다 중요한 문제가 될 겁니다.
커피 산업이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 보니 커피 메뉴에도 지적재산이 있다는 인식이 적고 법적 근거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죠.
그렇다고 남의 것을 마음대로 따라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놔두어서도 안 됩니다. 롯데뿐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 이런 일이 잘못된다는 인식이 부족한 사실부터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법적인 잘못이 없다고 해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결국 성숙한 고객의식만이 이러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는 것이 조금 더 공평하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만약 부산에 계신 분이라면 엔제리너스의 ‘디 클라우드’와 FM커피스트릿의 ‘투머로우’를 드셔 보시고 직접 판단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원문: Andy R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