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대기업인 한국야쿠르트의 신사업의 하나인 코코브루니가 만년 적자에 허덕이며 매년 수십억씩 유상증자를 해서 사업을 유지하는 ‘연명 경영’의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며 스카이데일리에서 취재기사를 썼습니다.
왜 이런 기사를 쓰게 되었는지, 그리고 대기업의 외식사업은 무엇이 문제인지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그전에 한국야쿠르트와 코코브루니는 어떤 회사인지 알아볼까요?
전 국민이 사랑하는 음료 ‘야쿠르트’
한국야쿠르트는 일본야쿠르트사와 한국 자본이 합작하여 1969년 설립된 회사입니다. 현재 한국야쿠르트는 독립적인 경영을 하고 있고 일본 야쿠르트는 주주로서 별개의 회사로 봐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합작계약 당시 지분은 7(한국):3(일본)으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실제 지분은 61.8(한국):38.2(일본)으로 구성되어 있었죠. 창립 초기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공동대표이사, 이사 2명, 감사를 선임하였고 일본에서 기술자들도 파견을 왔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결재ㆍ경영에는 간섭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익은 가져가고 있습니다.)
영업사업을 포함해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독특한 영업방식과 홍보에 힘입어 소비자들의 발효유에 대한 인식도 차츰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발매 첫해인 1971년 하루 평균 2만 개가 판매된 야쿠르트는 점차 판매량이 늘어 77년에는 하루 평균 100만 병, 83년에는 300만 병, 89년에는 500만 병으로 폭증했습니다. 국민들의 삶이 윤택해진 90년대에 들어서는 하루에만 800만 병이 팔려 나갔습니다.
이러한 전 국민적 사랑에 힘입은 야쿠르트는 올해 총 판매량 470억 병 돌파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국내 식·음료 단일 브랜드 사상 최다의 판매 기록이기도 합니다. (자료 출처: 나무위키)
코코브루니는 2010년 한국야쿠르트에서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설립된 회사입니다. 2010년 신사동 가로수길에 론칭하며 시작을 알렸지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홍대에 매장이 생겼을 때 잠깐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매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매년 적자에 허덕이는 회사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모회사인 한국야쿠르트는 유상증자하고 전환사채까지 발행하면서 회사를 존속시키고 있었던 것이 기사를 통해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진작에 부도로 없어져야 할 회사가 모기업인 야쿠르트가 자금 수혈로 연명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한국야쿠르트의 구원투수 ‘콜드브루’
한국야쿠르트는 코코브루니가 부진하는 것과 함께 대부분의 신사업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2016년 3월 새로운 음료를 출시합니다. 그동안의 사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작심한 듯 모든 언론과 미디어에 대대적으로 마케팅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등장한 음료가 ‘콜드브루(정식 명칭은 콜드 브루 바이 바빈스키Cold Brew by Babinski)’입니다. 이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서 개발단계에서부터 2015년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쉽 우승자인 찰스 바빈스키(Charles Babinski)를 참여시켜 준비했다고 합니다. 찰스 바빈스키는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인텔리젠시아 소속의 바리스타였다가 현재는 G&B 커피의 대표자입니다. 콜드브루의 광고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로스팅 후 10일 이내의 제품 판매만을 고집한다는 카피 문구로 한국야쿠르트만의 영업방식인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가 있는 제품입니다. 현재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활발히 알려지며 하루 평균 10만 개씩 판매되는 등 성공적으로 RTD 음료 시장에 진입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서 올라오는 후기들을 보면 대부분 평이 좋아서 앞으로도 성공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코코브루니는 어떻게 될까요? 콜드브루가 성공하기 이전에는 새롭게 시작한 사업들이 대부분 실적이 부진하다 보니 어렵사리 만든 브랜드인 코코브루니를 쉽게 접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콜드브루의 성공으로 코코브루니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애물단지로 생각해서 구조조정을 통해 매각할 수도 있고, 콜드브루의 성공에 힘입어 브랜드를 리빌딩해서 커피전문점 시장에 다시 도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모두 먹어치워 버린 공룡의 멸종
대기업의 외식사업 진출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대기업 외식 브랜드를 접하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심지어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브랜드도 많습니다. 대기업의 외식사업 진출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삶에 치여 먹고살기 바쁜 우리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외식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90년대부터입니다. 80년대 말부터 패스트푸드점과 패밀리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면서 많은 외국 브랜드를 들여오기 시작하였는데, 그때 대기업들이 외식사업의 유망한 미래를 알아보고(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 것도 능력이다.) 경쟁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대기업의 패밀리 레스토랑 진출로 이때부터 지역상권 골목마다 있었던 경양식집이 하나둘씩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패밀리 레스토랑도 종말을 고하게 됩니다. 10년 넘게 같은 메뉴와 방식을 고집하던 패밀리 레스토랑은 새로움을 찾아다니는 소비자들에게는 서서히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대기업이 시장을 독식한 후에 경쟁자가 없다 보니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고 트렌드에도 둔감했던 탓도 큽니다. 스스로 시장을 망가트린 상황이 되어 모두 다 먹어치운 공룡처럼 멸종되어 버린 것이죠.
90년대 말 IMF로 인한 경기 침체의 여파로 전체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고, 외식시장에서도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형 외식업체의 인수 및 합병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 가계소비 및 외식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외식시장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형 외식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기업의 외식사업 진출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외식산업의 규모도 크지 않았고, 무엇보다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었기 때문에 외식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였으니까요.
그런데 왜 지금은 대기업의 외식사업이 부정적으로 비치고 비난을 사고 있는 걸까요? 그 이유는 대기업들이 거대 자본을 무기로 영세한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들의 사업분야에 진출해 시장구조와 지역상권을 무너뜨리고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대기업의 대형마트 때문에 재래시장과 지역상권이 무너진 사례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현재도 이 때문에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에서는 대형마트를 규제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딱히 효과가 없어서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의 침체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식사업의 경우에도 정부는 대기업의 외식 브랜드의 출점을 제한하거나 거리제한을 두어 규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조항을 두어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이나 회사에서는 영업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으므로 효용성이 없지요.
우리나라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대기업이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어 모험을 감수하고 또 정부에서 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공이 큽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 즉,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우리의 경제 상황에서 대기업을 위주로 하는 사업은 극심한 빈부 격차와 내수경기 침체를 감안하여 무분별한 외식사업으로의 진출은 규제하면서 상생할 방법을 타협과 협력을 통해 모색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공정한 경쟁과 건강한 사회를 꿈꾸며
시장 자율의 경쟁에 맡겨 성패가 가려져야 할 상황이라면, 진작에 경쟁에 밀려 퇴출되었어야 할 사업의 모기업이 자본을 보유한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시장에서 연명하며 존속되고 있다는 것은 건강한 경쟁을 통한 경제발전을 막고 시장구조와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오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대기업의 내수시장, 특히 외식산업 분야에서 무분별한 경제활동을 규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대기업은 눈에 보이지 않게 시장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아이템과 사업모델을 가지고 시장에서 동등하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을 이용해서 중소기업을 압박하고 갑을 관계를 이용해서 불공정한 계약을 통해 하청업체에게 책임과 비난을 떠넘기며 회사의 이익에 급급한 모습을 보세요. 어려웠던 시절 우수한 인력과 끝없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으며 나라 전체를 이끌며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던 모습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우리가 사는 지역, 동네, 골목골목에 어렵사리 삶을 꾸려가는 영세 자영업자와 대형마트에 상권을 빼앗기고 불공정한 조건으로 대형마트에 입점해서 사업을 하는 상인들과 하청업체들, 모두가 우리 부모, 자식, 형제이며 친구이자 동료입니다.
나만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우선이 아닙니다. 또 모두를 위해 무조건 희생하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대화하고 나누고 서로 돕고 타협하고 신의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회, 이런 사회로 가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요? 이런 세상을 기대하고 꿈을 꾸며 살아가는 것은 정말 부질없는 생각일까요?
원문 : Andy R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