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우리가 살아가는 데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비타민을 먹지 않아도 3주는 문제없이 살고, 음식이 없어도 3일은 문제없다. 그런데 산소가 없으면 1~2분도 견디기 힘들다. 산소가 이렇게 긴박하게 필요한 것은 체내에 ATP(아데노신 삼인산)의 비축량이 1~2분 사용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ATP가 완전히 고갈되면 모든 생명현상이 중단된다. 하나의 세포가 사용하는 ATP는 매 초당 약 1,000만개이다. 정말 놀랄 만큼 많은 숫자이다. 40조개 이상의 세로로 이루어진 우리 몸이 하루에 사용하는 ATP 숫자는 1000만 * 86,400초 * 40조 개이다. 워낙 숫자가 많다보니 비록 ATP의 분자가 나노크기로 초미세한 크기지만 무게로 치면 60~100kg 이다. 우리는 매일 자기 몸무게만큼의 ATP를 소비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매일 이정도의 양을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일 것이다.
포도당의 역할
다행히 ATP⟷ADP를 끊임없이 재생하면서 사용하기에 적은 양(?)의 음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이 ATP재생에 필요한 것이 포도당과 산소다. 식물은 이산화탄소와 물을 이용하여 포도당을 만들고 산소를 버리지만, 동물은 포도당과 산소를 이용하여 ATP을 얻고 이산화탄소를 버린다. 1개의 포도당으로 30개 이상의 ATP를 재생하기에 우리는 적게 먹고도 살아갈 수 있다. 산소가 부족하면 금방 헉헉거리면서 위중한지 알아도 포도당도 똑같이 급박하고 위중하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우리 몸에는 500g 정도의 포도당이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되어 있어 필요하면 즉시 꺼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포도당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뇌
이런 포도당의 사용이 가장 왕성한 부위가 뇌이다. 뇌는 우리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의 20%를 사용한다. 몸의 모든 근육이 사용하는 양보다 많다. 더구나 뇌는 에너지원으로 거의 전적으로 포도당만을 사용하는데 뇌 자체에는 포도당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뇌 세포의 포도당 공급은 혈류에 의해 분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다. 혈중 포도당 농도가 정상 수준의 50% 이하로 떨어지면 뇌 기능 장애가 나타나거나 심하면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뇌는 포도당을 거의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혈관 내에 포도당을 세포가 사용하려면 먼저 포도당이 세포막에 있는 포도당펌프(Glucose transporter)를 통해 세포 안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일반 체세포는 반드시 인슐린이 있어야 작동되는 포도당펌프를 가지고 있지만 뇌세포는 인슐린 없이도 무조건 작동하는 포도당펌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뇌세포는 항상 포도당을 이용할 수 있다.
음식의 섭취를 통해 혈관 내에 포도당이 넘치게 존재할 때 뇌는 췌장에 인슐린을 합성하도록 하여 다른 체세포도 포도당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인슐린을 합성하지 못하는 것이 성인 당뇨이고, 인슐린이 합성되어도 포도당펌프의 고장으로 체세포로 포도당이 이송되지 못하는 것이 소아 당뇨이다.
포도당이 부족할 때 일어나는 일
포도당 부족으로 저혈당이 되면 공복감, 떨림, 오한, 식은땀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실신이나 쇼크를 유발, 그대로 방치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저혈당의 극단적인 모습이 죽음이지만 약한 것은 여러 가지 증세로 나타난다. 휴대폰에 배터리가 떨어지면 기기는 멀쩡해도 모든 작동을 멈추는 것처럼 우리 몸에 ATP가 완전히 고갈되면 우리 몸도 완전히 멈춘다. 전자제품은 다시 충전하면 되지만, 우리 몸은 충전을 통해 돌이킬 수는 없다는 차이만 있다. 그래서 병원에 입원하면 가장 먼저 처방하는 것이 포도당 주사이다.
사람이 단맛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 몸에 가장 많이 필요한 성분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성분은 65% 정도의 물, 1% 이하의 탄수화물, 15% 이상의 단백질 그리고 최소 2% 이상(보통 15% 이상)의 지방이다. 단백질이나 지방은 소모되는 성분이 아니고, 필요하면 재생해서 재활용되는 성분이다. 따라서 생각보다 훨씬 적은 양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장 많이 먹어야 하는 것은 탄수화물(당류)이다.
원문: 최낙언 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