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에서 일하며 열 클라이언트 중 다섯 클라이언트는 네이버 자동완성검색어, 연관검색어, 쇼핑검색어, 실시간 검색어 순위 작업에 대한 문의를 한다. 글 전에 미리 밝히는데, 그 요청 자체를 무식하다고 말하거나 그 활동이 아무 의미 없다는 하려는 것은 아니다.
검색이라는 행위는 웹 브라우저 상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이며, 특히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 검색이라는 행위는 그 어떤 디지털 활동보다 중요해졌다. 따라서 검색창 혹은 그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사용자 시선을 사로잡는 행위는 실제로 매우 중요하다.
- 네이버 자동완성 검색어 네이버뿐 아니라 모든 주요 검색엔진은 자동완성검색어를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영역에서의 업무를 사업으로 하는 대행사들이 생겨났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것은 Organic(Natural)한 영역이다
검색영역은 크게 Paid Search와 Organic Search로 나뉜다. Paid는 말 그대로 돈을 주고 검색영역에 노출되는, 키워드검색광고나 쇼핑검색광고, 또는 브랜드검색 광고를 말한다.
Organic은 블로그, 웹페이지, 그림, 동영상 등 노출을 전제로 해당 채널에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모든 영역을 포함한다. 자동완성검색어, 연관검색어, 쇼핑검색어, 실시간 검색어는 따라서 Organic Search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자동완성검색어, 연관검색어, 쇼핑검색어, 실시간 검색어는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패턴에 따라 결정된다. 네이버 알고리즘의 품질은 논외로 하자. 사용자들이 많이 찾고 연관되어 찾고 순차적으로 찾는 단어들을 분석하여 우리에게 자동완성검색어, 연관검색어, 쇼핑검색어, 실시간검색어로 나타난다.
여기에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뒤에 붙으며 문제가 생긴다. 실제 사용자들의 패턴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검색했다고 ‘검색엔진이 착각하도록 만드는’ 작업을 통해 각 영역에서 원하는 단어가 나타나도록 한다. 실제의 현실이 아닌 인위적인 작업, 우리는 그것을 ‘조작’이라고 부른다. 그럼 이 조작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한때는 했으나 더는 검색어 조작을 하지 않는 모 바이럴 대행사 대표의 말이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반복검색이다. 다양한 키워드 조합의 검색을 반복하여 자동완성검색어를 만들고, 키워드들을 순차적으로 검색하여 연관검색어에 등록시킨다. 실시간검색어의 경우 생각보다 대상 모수가 작은 듯하다. 꽤 빨리 등록된다. 이 과정에서 검색엔진의 필터링을 피하기 위해 여러 컴퓨터를 두고 IP를 돌려가며 작업하기도 하고, 프로그램을 쓰는 경우도 있다.”
Organic이란 단순히 비용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단어 안에는 그 과정이 자연스럽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그래서 Organic Search를 Natural Search라고도 부른다. BlackHat SEO를 적발하고 페널티를 적용할 때 구글은 BlackHat이라는 단어 대신 “당신들의 마케팅은 Natural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검색어조작 마케팅은 절대 Organic하거나 Natural하지 않다.
이것은 Cheating이다
Natural한 영역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는 것은 검색엔진의 정책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다.
검색엔진의 서비스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자. 검색엔진은 사용자들이 해당 검색엔진에서의 검색 결과에 만족하길 바란다. 검색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더 나은 검색엔진으로 이탈할 것이다. 당연히 그 말은 검색엔진은 사용자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이 만족하는 콘텐츠를 상위에 노출하고자 한다. 그런데 검색엔진의 사용자 행동 분석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한다? 이것은 영업방해로 볼 수 있다.
- 검색어 조작으로 법적 처벌을 받은 대행사 사례 업계 소문으로는 이런 경우 대행사뿐 아니라 광고주에게도 검색엔진 자체적인 페널티가 적용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 성과는?
위의 얘기를 다 떠나서, 마케팅을 했으면 그 성과가 제대로 추적/측정 및 평가되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자동완성검색어, 연관검색어, 쇼핑검색어, 실시간 검색어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나 역시 해당 영역을 통해 검색을 확장하곤 한다. 하지만 이 영역들의 성과를 추적할 수 있나? 아래 질문들에 대해 누가 답을 알고 있다면 제발 알려주길 바란다. 비아냥대는 게 아니라 진짜로 알고 싶다.
- 자동완성검색어, 연관검색어, 쇼핑검색어, 실시간 검색어의 클릭 또는 사이트 유입을 측정할 수 있나?
- 자동완성검색어, 연관검색어, 쇼핑검색어, 실시간 검색어로부터의 사업성과를 측정할 수 있나?
- 자동완성검색어, 연관검색어, 쇼핑검색어, 실시간 검색어 영역의 평균 클릭 점유율은?
최소한 이것들에 대한 답이 내려지지 않으면 이 마케팅은 실체와 허상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 모 대행사의 쇼핑검색어 마케팅 보고서 검색광고에서 사용하는 ‘네이버 메인 검색창’에서의 검색량을 마케팅 성과로 보고한다. 쇼핑검색어와 관련이 없는 숫자이다. 아무리 양보해서 생각해도 쇼핑검색어 상위 노출 때문에 늘어난 네이버 검색량인데, 검증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고 인과관계 역시 밝혀진 바 없다. 과정은 인위적이고, 보고는 허위다. 이것들 말고 다른 정량적 성과보고가 있다면 제보 바람.
무엇이 문제인가?
‘업무권력’을 역순으로 생각해보자. 대행사 담당자-광고주 담당자-광고주 부서장-광고주 대빵(사장님, 회장님 등)
대빵이 문제다. 광고주의 문의 때 하지 마시라고 말리면 “아는데요… 제가 사장님한테 어떻게 안 된다고 해요… ㅠㅠ”라는 답변이 어김없이 돌아온다. 70% 이상이다.
어쩔 수 없다. 대행사에 갑인 그들도 회사 내에서는 힘없는 을인걸.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조건 팬 몇십만을 만들라는 오더. 담당자는 외국계정이건 뭐건 그냥 갖다 사서라도 때려 넣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소한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을 던져야 한다. ‘혹시 만일 있을지 모르는’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저 위의 기사처럼 실제로 있었던 사례를 보여주고, 다양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빌려 재고를 요청해야 한다. 원래 사장님들은 외부 사람 말은 잘 듣는다. 그 외부 사람이 자기 직원이 도는 순간 말을 안 들어서 탈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결국 담당자의 책임이 될 것이다. 아무 말 없이 “예”라고 한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대행사로서 우리의 노하우를 알려주자면, 일단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한 후 “그래도 하시겠다면, 저희는 검색마케팅 하는 사람의 자존심으로 직접 하기는 어렵고요. 업체를 소개해드릴 테니 직접 협의해보세요.”라고 상황을 피한다.
대안은 없나?
있다. 기본적으로 마케팅 캠페인을 잘하면 된다. 가장 쉽게는, 원하는 요소들을 잘 구성하여 이벤트를 만들고 적당한 미디어 캠페인을 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원하는 키워드 조합이 등록된다.
Black(나쁜 것, 스팸, 치팅)과 White(정당한 것) 사이에는 언제나 Grey가 있다. 이게 분명 권장사항은 아닌데 페널티를 먹이기도 애매하고 싶은 애다. 실제 사용자가 우리가 원하는 검색을 하되 우리에 의해 검색행위가 자극되고, 우리는 사용자에게 검색을 전제로 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우리에 의해 검색이 인위적으로 시작된 거긴 한데 실제 사용자가 검색하고 또 비용도 지급 안 한다, 이건 White에 가까운 Grey다.
종종 TVC를 보면 네이버, 네이트 등의 검색창이 나오고 “0000를 검색해보세요”라는 게 광고 후반에 등장한다. 만일 여기에 우리가 원하는 키워드 조합을 넣는다면?
사람들은 그 키워드로 검색할 것이고 그 키워드가 자동완성 및 연관검색어에 등록될 가능성이 크다. 분명 사람들의 검색은 우리에 의해 Trigger되었지만 실제의 사람들이 검색한 것이고 우리는 검색을 전제로 한 비용을 지불하지도 않았다.
또 다른 아이디어. 사람들이 특정 단어 조합 몇 개를 검색하여 검색결과화면의 특정 콘텐츠에 있는 특정 링크를 찾도록 한다. 미리 블로그 콘텐츠나 마이크로 사이트, 동영상 콘텐츠 등을 뿌려두는 거지. 그 링크를 찾아 클릭하면 대박 할인 페이지가 뜬다. 이스터 에그 찾기 같은 캠페인이지만, 이 캠페인에 참여하려면 특정 단어 조합을 검색해야 한다. 그럼 당연히 자동완성검색어, 연관검색어를 기대할 수 있는 거지.
결론
자동완성검색어, 연관검색어, 쇼핑검색어, 실시간 검색어. 당연히 필요한 영역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Shortcut을 먼저 말자. 디지털에서는 유난히 ‘하다 하다 안되어서 이거’가 아니라 아예 편법을 기본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성과측정은 불가능하고 기여도는 애매하고 만에 하나 있을 책임은 엄청난 이것을 과연 업체까지 써 가며 부정한 조작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요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다면 모를까, 기본 제안부터 이걸 들고 오는 대행사는 믿고 거르라고 말하고 싶다. 부정하게 돈을 버는 자들이 나한테는 얼마나 충실할까?
그리고 대행사 새끼들 정신 차려. 어디 할 짓이 없어서 광고주한테 독약이 될 지도 모르는 것을 허위로 보고하면서까지 팔아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