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ㅅㅅ에 「다시 불거진 의대생 산부인과 실습 논란을 보다」란 글이 실렸다.
최근 대학병원에서 의대생들이 산부인과 진료 현장을 참관하는 데 대해 환자의 사생활 침해라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다. 산부인과 진료의 특성상 진료하는 의사 외의 사람이 들어와 이를 지켜본다는 게 결코 편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의대생의 특이한 위치를 생각할 필요는 분명 있다. 대학병원 역시 진료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대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법원 판결 역시 대학병원의 특이한 성격을 생각해 볼 때, 대학병원에서 진료받는다는 것은 대학생들의 참관을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환자의 사생활이 중시되고, 심지어 산부인과의 문진 과정조차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마당에 언제까지나 교육의 필요성을 내세워 이런 관행을 정당화할 순 없다. 결국, 명시적인 ‘동의 절차’를 두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일 대다수의 환자가 참관을 거부할 경우, 글쓴이가 걱정하는 바와 같이, 미래의 출산 환경은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다. 사실상 인턴 레지던트가 당연시되는 풍조인지라 어떻게든 이 과정 중에 부족한 교육을 끼워 넣게 되겠지만 그건 그 나름대로 헬게이트(…)
결국 이 동의 절차가 요식행위가 될 가능성도 높다. 사실상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당연히 동의해야만 하는 조항이 된다거나. 거절할 경우 알게 모르게 불이익이 생긴다거나. 내원하면 그냥 자동으로(?) 동의하도록 유도한다거나.
하지만 그런 요식행위가 된다 해도 어쨌든 없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낫다. 어쨌든 환자에게 의대생이 참관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정보를 숨기지 않고, 참관이 썩 내키진 않더라도 스스로 대학병원급의 진료를 받기 위해, 그리고 의대생들의 교육과 궁극적으로는 미래의 산모들을 위해 환자 스스로 사인한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라는 부분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 의대생들의 교육을 위해, 미래 세대의 산모들을 위해, 의대생들의 참관을 용인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환자 ‘스스로’가 되어야 하며, 그것이 설령 요식행위에 불과할지라도 환자 ‘스스로’ 정할 권한을 갖는 한 단계가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물론 교육의 수월함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장치로 보일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온갖 규제에 손발이 묶인 병원과 과로에 치여 죽어가는 병원 의료인들 입장에선 부담이 되는 것도 분명 사실일테고. 초기에는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병원과 무조건 동의하지 않으려 하는 환자 사이의 갈등도 꽤 심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 이게 옳은 방향이다. 현실적인 이유도 물론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결국 그릇된 방향으로 가자 하는 얘기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문 : 임예인의 새벽 내리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