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인스턴트 아티클을 모두에게 개방한 이후, 링크드인 역시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 (Instant Article)과 같은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고 지난 5월 발표했다.
기존에 언론사들은 자체 홈페이지에 기사를 올리고 소셜 미디어에는 기사의 링크를 포스팅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한국에서는 유독 카드 뉴스 형태의, 페이스북에서 소비되고 자사 홈페이지로는 넘어오지 않는 뉴스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지만 말이다) 일반적인 페이스북의 뉴스 소비자들은 링크를 클릭하고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기사가 로딩되길 기다려야 했었다. 하지만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은 그럴 필요 없이 페이스북 내에서 바로 기사를 업로드하고 읽는 것이 가능해 기존 방식보다 최대 10배 빠른 로딩 속도를 낸다.
페이스북이 동영상 자동재생과 인스턴트 아티클을 성공시키고 구글이 구글 포스트와 AMP (Accelerated Mobile Pages) 서비스를 론칭한 일이 정말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듯이, 링크드인의 인스턴트 아티클 기능 또한 당연히 예상되었던 방향이다.
몇몇 언론사들은 아직도 믿고 싶어 하지 않는 현실이지만, 이제 사람들은 어디서 뉴스를 보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굳이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포털에서 뉴스 기사를 보더라도 신뢰성에 금이 간다고 보지 않는 것. 오히려 어디에 뉴스 기사가 있는지보다 얼마나 광고가 적고 속도가 빠른가에 주목하고 있다.
플랫폼 패닉
이미 많은 사람이 몇 개의 소셜 미디어에 온 세상 사람들이 의존하게 되는 플랫폼 독재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 동영상, 채팅에 이어 이제는 뉴스 기사까지 침범한 소셜 미디어의 확장세는 공포스럽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일이다. 모두가 홈페이지를 만들고 콘텐츠를 올릴 수 있었던 ‘열린 인터넷’이 단 몇 개의 플랫폼에 의해 서서히 잠식되어가고 있으니.
사실 이런 법석은 한국에 있는 우리에게는 기시감을 준다. 검색포탈 덕분에 플랫폼 독점에 대한 논란은 한국에선 이미 여러번 반복되었던 일이다.
인터넷에 있는 다양한 콘텐츠 중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내용만 골라 추천해주는 콘텐츠 큐레이션 회사 Taboola의 CEO 애덤 싱골다 (Adam Singolda)는 열린 인터넷에서 소셜 미디어에만 의존하게 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외부 플랫폼에 100% 의존하는 미래가 올까 봐 걱정입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외면할 수는 없죠. 이용자 수가 수 억 명에 다다르니까요. 언론사들은 페이스북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장차 모든 콘텐츠를 페이스북에서만 보게 되는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페이스북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언론사들은 싱골다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페이스북이 1년 전 처음 인스턴트 아티클을 론칭했을 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상품의 유용성을 의심했고, 절대 사용할 일이 없을 거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하지만 오늘날 언론사들은 가능한 한 많은 인스턴트 아티클을 발행하려고 안달이 났고, 페이스북의 자동 재생 동영상 덕을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영상 전문가들을 추가 모집하고 있다. 일례로 Mashable이라는 글로벌 매체는 동영상으로의 ‘전략적 집중’을 위해 기존 직원을 30명이나 해고했다.
한편 언론사의 이런 추세에 반대를 표하며, 페이스북 동영상이 실제 수익과 연결되지 않는 시간 낭비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언론사가 뉴스를 동영상으로 올리더라도 유튜브처럼 광고를 포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동영상 내 광고 게재를 허용한다 치더라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만한 조회수를 얻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예측도 있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스턴트 아티클의 클릭율은 아직 언론사 홈페이지와 비슷한 수준이라 이 또한 냉정히 말하면 획기적인 수익 상품은 아니다.
결국, 언론사는 큰 수익도 내지 못하는데 소셜 미디어의 인터넷 독식이라는 엄청난 걱정거리만 떠안게 된 꼴이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확장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브랜드!
답은 바로 브랜드다. 언론사는 노출을 수익화할 방법을 궁리해야 하지만, 브랜드는 단순하게 노출만 신경 쓰면 된다. 광고란 애초에 최대한 많이 노출시키는 것이 목적 아닌가? 달라진 게 있다면 광고가 실리는 매체다. 과거 브랜드들이 라디오와 TV를 통해 최대한 많은 사람의 눈에 띄려고 노력했다면 오늘날은 그 역할을 페이스북과 버즈피드가 대체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가 동영상으로 영역을 확장했을 때, 대부분의 언론사는 이렇게 생각했을 거다. 우선 뉴스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팔로워를 늘리고, 조회수가 높아지면 광고주한테 높은 마진을 붙여 홍보 동영상을 만들어 팔아야지! 페이스북 덕분에 1000만 원이라는 예산으로 (동영상 제작비와 페이스북 광고비 모두 포함) 20만 조회수를 기록할 수 있는 지금, 높은 마진을 붙여 동영상을 팔자는 아이디어는 상당히 괜찮아 보인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인스턴트 아티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 그만큼 비싼 가격을 매겨 광고를 팔 수 있고, 수익성도 높아지는 단순한 원리다.
하지만 이는 미래의 흐름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정교한 타겟팅 광고가 가능한 지금, 브랜드들은 언론사를 통하지 않고서도 높은 조회수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굳이 언론사를 통하는 것보다 자체적으로 동영상을 제작하고 페이스북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더 저렴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는 비단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링크드인, 구글 포스트, 인스타그램 등 생각할 수 있는 웬만한 플랫폼에 모두 해당되는 현상이다.
각종 플랫폼의 무서운 확장세는 개별 브랜드에겐 힘을 주지만 언론사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아직 플랫폼 활용에 익숙지 않은 브랜드들은 언론사를 통해 비싼 비용을 내면서도 광고를 하려 하겠지만, 자체적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걸 깨닫는 브랜드가 점점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언론사들이여, 당장의 조회수와 수익에만 급급하지 말고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라!
원문: Contenta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