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 의료비가 인구 1인당 처음으로 올해 1만 달러를 넘어설 것 같다고 AP 연합통신 등 외신이 미국 보건 및 후생성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이 <Health Affairs>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4년에 5.3% 증가한 전체 의료비는 2015년에는 5.5% 정도의 증가율를 보였으며 총액 기준 3.2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와 같은 증가 추세는 계속 이어져 2016년에는 4.8% 증가한 3.35조 달러, 미국인 1인당 $10,34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비록 연속 5%대 증가는 하지 않았지만, GDP 증가세보다 분명하게 높은 의료비 증가는 미국 경제에 점차 증가하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팀은 2015년에서 2025년 사이 증가율은 5.8%, 2025년 예상 의료비 부담은 1인당 18,000달러, GDP 대비로는 20.1%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와 같은 추정의 근거는 점차 고령화가 진행되는 인구구조와 더불어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인구의 증가로 인한 지출 증가에 있습니다. 특히 2025년에는 미국 정부 재정 부담이 무려 47%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서는 미국 의료 시스템의 독특한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흔히 민간 의료 보험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상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부 부담이 큰 의료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간 보험 조직들은 보통 젊고 경제력이 있는 계층에서 보험료를 받고 이들에게만 의료 보험을 제공합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의료 사각지대에 있거나 혹은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 같은 국가 의료 보장 서비스에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말해 소득이 적고 병이 잘 생기는 고령층은 국가에게 부담을 넘기는 셈인데, 이로 인해 민간 의료 보험이 지배하는 미국에서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의료 부분에 투입해야하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사실 이전에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지만, 미국 연방 정부의 지출 1위는 국방비가 아니라 의료비입니다. 문제는 국방비는 삭감이 용이해도 의료비(메디케이와 메디케이드) 지출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미국 역시 평균 수명이 증가하고 노인 인구가 필연적으로 증가하면서 정부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2025년에는 정부 부담 비중이 거의 절반에 육박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데, 사실 이전에 나온 예측이나 경고와 별로 다르지 않은 내용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런 엄청난 비용을 국가는 물론 개인이 부담하기 점차 어려워지고 있으므로 미국의 의료 보장 시스템은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오바마 케어로 알려진 의료 보험 개혁은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기여하긴 하겠지만, 의료비를 크게 줄이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 문제는 오바마 다음 행정부를 크게 압박할 이슈지만, 워낙 많은 이해관계 대상자가 이 문제와 결부되어 있어 개혁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유럽 선진국과 비슷한 시스템을 바로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어느 나라나 심각한 문제가 없는 나라는 없게 마련이고 미국 역시 내부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의료 이슈에서만큼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 낙후된 시스템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입니다. 만약 미국의 정치권이 50년 전 메디케어 시스템을 도입할 때 (1965년) 당장에 편한 방법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상황이 더 좋았겠죠. 이 문제는 정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반면교사입니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