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녀석은 일기를 인터넷에 쓸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소프트뱅크의 창업자인 손정의 회장이다. 손 회장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를 세우고 사람들 앞에 선언하라’고 하였다. 그러면 그 말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인터넷은 내게 그런 의미다. 내가 이곳에 선언하고 많은 사람에게 공유한 만큼, 일기보다 훨씬 더 엄격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다들 한 번씩 해보길 바란다.
무턱대고 시작했다, 누구나 그렇듯이
시간은 빠르다. 이제 창업을 한 지 3년이 넘어간다. 모든 것은 2013년 3월, 군대에서 말년휴가를 나온 고교 시절 단짝 친구인 경병현에게 떡볶이와 순대를 먹으면서 ‘창업을 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그 제안을 군인 신분으로 받아들인 놈도 어이가 없지만, 우리가 제일 먼저 했던 일은 PC방에 가서 회사 로고와 이름을 만들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드는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숙하고 순수했던 시절이지만, 얼마나 진정성이 넘치는지. 말년 휴가를 나온 친구와 클럽이나 나이트클럽에 가는 것이 아니라 PC방에서 밤을 새우고 다음날 오후 3시까지 그 작업을 했다. 아직도 명확하게 기억이 나는 걸 보니, 꽤 힘들면서도 즐거운 시작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경기도 안산의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났다. 그 친구는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순수한 아이였다. 가난이나 외부 환경에 무관하게 매우 행복하게 살던 친구였다.
나는 그 친구와 반대로 독기를 품고 있었는데,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제일로 여겨지는 돈이라는 걸 실컷 벌어보고 싶었고, 별것도 아닌 돈에 받은 고통을 세상에 돌려주고 복수하고 싶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부터 매일 하버드, 옥스퍼드 대학교 등 세계 제일의 대학생이 공부하고 배우는 것들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다. 기업가와 관련된 영화, 마피아와 관련된 영화, 정해진 삶을 바꾸고 개척하는 주인공을 다룬 영화는 닥치는 대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내 사상을 마구 주입했다.
우리는 매일 집에서 같이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일을 할 수 있을지 신들린 사람처럼 떠들었다. 공부하다가 힘이 들면 인터넷 강의를 봤고, 그래도 힘이 들면 여의도나 삼성역 근처로 가서 야간에 밝게 불이 켜진 높은 건물들을 바라보며 의지를 다지곤 했다.
그렇게 3년이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지금의 10년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 친구와 인연을 맺게 된 지 10년이 지났고, 사업을 같이한 지도 3년이 지났다. 집을 나와서 서로의 자취방에서 잔다고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면서 서울대입구의 조그만 방을 구해서 일을 시작했다. 그게 모든 일, 그리고 실수의 시작이다.
나는 사업을 하기 위해 사업을 택했다. 어떤 아이템도, 서비스도 없었다. 심지어 IT기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우리 중에 코딩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 그것은 분명히 실수다.
물론, 지금에서야 인정할 수 있는 실수이긴 하지만, 앞으로 창업하고 싶은 대학생이 있다면 준비되지 않은 창업은 분명한 오류고 많은 문제를 겪을 것이란 것을 말해주고 싶다.
그때, 내가 선택한 길은 코딩을 배우는 일이었다. 나는 개인이 독기를 품으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게 내 삶을 가로지르는 가장 중요한 가치다. 결국 독기를 품고 코딩을 한 지 한 5개월쯤 지난 후 안드로이드 앱 ‘닥터 알람’을 출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닥터 알람’은 특유의 독특한 재미와 가치를 고객들에게 주면서 순식간에 다운로드 수 50,000이 넘어갔다.
나는 이제 우리의 역량이 시장에서 입증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닥터 알람’을 접고 새로운 서비스를 찾기 시작했다. 내 친구는 SK상생혁신센터라는 입주공간에서 작업했고, 나는 카페에서 주로 작업을 했다. 그러다 보니 커뮤니케이션 이슈가 자연스럽게 발생하게 됐는데, 이 때문에 협업 툴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협업툴은 우리가 쓰기엔 너무 어렵고 복잡했다. 그냥 포스트잇이나 링크 같은 거 공유할 수 있는 판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게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만들기로 결심했다. 솔직히, 얼마 안 걸릴 줄 알고 용감하게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비캔버스’다.
비캔버스 개발을 시작한 지 어느새 2년이 됐으니 절대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한데, 그때는 잘 몰랐다. 그래서 사람들이 서비스가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물어볼 때 뭔가 멋있는 말을 해주긴 하지만, 사실 미안하게도 잘 기억이 안 나서 지어낸 것이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고 완전히 무식한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 실수는 나의 운과 함께 시작된다. 당시 사무실도 없고 돈도 심각하게 없던지라 마루 180이나 여러 입주시설에 인큐베이팅을 신청했는데 모두 떨어졌다. 그런데 딱 하나! 정부지원사업 ‘스마트 벤처창업학교’에 서류 합격한 것이다. 내 인생 처음 서류합격이었다. 너무 기뻤지만 면접 심사 때 보여줄 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비캔버스’가 돌아가는 서비스인 것처럼 애프터 이펙트로 만들어서 가져갔다. 그 이후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매우 무식하고 용감한 일이었다.
스마트벤처창업학교 때 처음으로 썼던 사업계획서를 공개한다. 지금 쓰라고 하면 이렇게 쓸 수도 없을 것 같다. 포스트잇으로 철학을 하겠다는 건지 매우 진지하고 용감하게 나의 무식함을 드러냈다.
인간이니 기계니 하는 이상한 말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런데 결과가 놀라웠다. 우리가 스마트 벤처창업학교에 1등으로 입교하게 된 것이다. 그때까지는 500만 원만 있어도 무엇이든 만들고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1억이라는 자금이 갑자기 들어오면서 돈에 대한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생각보다 돈은 매우 빨리 소진된다는 걸 이때 배운 것 같다.
스마트 벤처창업학교가 끝나서 돈이 없을 때쯤, 또다시 행운이 찾아왔다. 한화 S&C와 엔절로부터 2억 3천만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모든 것들이 꿈만 같았다. 모든 일이 1년 안에 순식간에 일어났다. 지난 1년간의 고생이 더욱 값지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때부터 내 실수가 시작된다.
실수는 절대 빛나지 않는다
나는 새로운 인력을 나와 내 친구처럼 헝그리 하게 할 수 있는 사람들로 채워 넣기 시작했다. 그들이 개발을 당장 잘하건, 성격상 맞건 안 맞건 상관없었다. 그냥 헝그리 하게 전투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만 모이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이제까지 믿어왔던 ‘독하면 무엇이든 해낸다’가 모든 사람에게 통할 것이라 생각했다. 성격이 문제가 있으면 바뀔 수 있다고 믿었고, 성과가 안 나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게 우리는 매출 100원도 없는 회사임에도 매달 천만 원 이상의 돈을 써댔다. 웃겼던 것은 그 당시에 급여를 제대로 받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원래 잘하던 사람을 잘하는 위치에 앉혀서 사업을 운영한 게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개인 리소스의 한계가 왔고 나는 사람을 하나 둘 늘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출은 커져갔다.
나는 우리가 임시적인 팀이라는 것을 망각했다. 성과를 내지 않으면 소멸한다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인정하지 않았다. 나는 서비스 성장보다 팀을 만들고 회사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뭔가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우리 회사가 대단하다고 착각한 것일까? 잘 모르겠다.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는 것만 명확하게 알고 있다.
내가 주로 했던 일은 사람들이 문제가 있을 때 설득하고 전투력을 높여주는 일이었다. 하루에 최소 4시간 이상을 사람들의 의지를 북돋고 위대한 사람들의 영상이나 글, 명언을 보여주며 혹독하게 우리를 채찍질하자고 설득하는데 시간을 쏟았다. 우리는 형제이자 가족이라고 믿었고, 그 사람들이 우리 회사에서 언젠가 나간다는 건 생각도 하기 싫었다. 기대는 커졌고, 강요도 많이 했다.
투자받은 돈을 40% 정도 썼을 때쯤 위기감이 다가왔다. 우리가 이제까지 한 게 너무 없었다. 마일스톤을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서비스에 완전히 몰입하고 다시 사람들을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일정은 지켜지지 않았고, 우리는 매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 전투적으로 열심히 했고, 어떤 사람들은 동아리 활동을 하듯 일을 했다. 전투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일정을 지키는 일이 많았고 지키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그다지 일을 많이 하지도 않으면서 일정을 지키지 못하면 매우 화가 났다.
그 모든 것이 나에게 큰 스트레스를 안겨주었는데, 나와 내 친구 둘이서 할 때는 상상도 못 했던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한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길을 찾다 보면 길은 나온다.’ 이런 생각으로 살아온 우리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나는 지금도 일은 많이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다. 왜냐하면 우리가 특정 분야에 숙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것이 배신하는 일은 결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에게 그걸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 실수라고 본다. 그리고, 사람들을 자꾸 바꾸려고 했던 이유는 내가 그 개인에게 거는 기대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는 10년, 20년 갈 거고 저들이 나중에 리더십을 갖게 될 텐데, 그때 리더십을 잃지 않으려면 지금 빨리 속도를 내서 능력을 키우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어떤 이유로도 내 시나리오에 저 사람이 우리 회사를 나가는 것은 없었다. 내가 팀원들 개개인이 회사가 커졌을 때 가져야 되는 리더쉽까지 고민을 했다니, 김칫국을 너무 빠르게 마신 셈이다.
나는 단 한 사람도 회사에서 먼저 나가라고 하거나, 그것을 종용할 생각이 없었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사업을 하면서 일본의 이나모리 가즈오,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들의 사업철학이 나에게 너무 심각한 영향을 줬다. 이게 많은 젊은 창업자들이 앞으로도 계속할 실수라고 본다. 여기에 내 경험으로 말미암아 실수를 공유하니, 나와 같은 실수를 덜 했으면 좋겠다.
1. 조금 가치가 안 맞을 것을 예상했지만 같이 가기로 했다
사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처음 우려했던 이슈 그대로 마지막 모습으로 남고 떠난다.
2. 어차피 우리는 학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일을 제대로 못했다. 그저 많이 일하는 것이 답이었다.
제대로 하는 사람을 정확한 위치에 앉혀야 한다. 회사에서 트레이닝하려는 생각을 버렸어야 했다.
3. 인원을 마구 늘렸다.
인원은 월급이나 복지와도 같다. 늘리기는 쉽지만 한 번 늘리면 줄이기 힘들다. 사람들이 다 나가고 돌아보니, 애초에 그만큼 인원이 필요가 없었다.
4. 팀은 영원할 것이고 팀원은 형제기 때문에 치고받으면서 끝까지 가는 것이라 오판했다.
팀은 다 같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사라지는 것이고, 팀원은 형제가 아니다. 어느 날 회사에 제시간에 아무도 나오지 않을 때, 룰을 만들어도 아무도 지키지 않을 때쯤 돼서야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이미 늦었다.
5. 제일 중요한 것. 사람들 말을 많이 무시했다. 내 인사이트가 짱이라고 착각했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기 때문에 많은 사람으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걸 깨닫기까지 매우 오래 걸렸다.
이것은 내 개인의 문제에 대한 지각이다. 분노를 쉽게 하고 타협을 모르는 내 성격이 많은 문제를 발생시켰고, 인간관계에서 정말 여러 번 실수했다. 이 중에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관계들도 있는데, 이 부분에서 더욱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이런 나의 실수들이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내가 팀에서 나이가 가장 어렸고 내부적으로는 형 동생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긴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트렐로 등 툴을 써서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싶을 때 2~3번 계속 이야기를 해야 했고, 회의 자료를 준비해달라고 해도 몇 사람은 회의 때 아무것도 준비해오지 않는 일이 반복됐다. 출근 시간은 이미 존재하지도 않았고, 누군가 아프다고 안 나오겠다고 하면 딱히 할 말도 없었다.
이 약점을 깨는 방법은 간단하다. 스타트업의 특별성을 없애면 된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 그대로 규정을 만들고 일하면 된다.
출근은 9-10시 퇴근은 7시. 더 할 사람은 자기 마음대로. 자기가 세운 일정은 지킨다.
이렇게 해도 더 할 사람은 더 한다. 모든 것은 자율에 맡기고 그 성과만 공정하고 냉정하게 평가되면 될 일인데,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아마 대학생 창업자들은 이 문제로 고민을 겪고 있을 수 있다. 누구는 시험 보러 간다고 하고, 누구는 수업을 듣는다 하고, 다시 복학한다 하고 스트레스의 연속일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내가 겪어온 바로는 그런 상황에서는 그냥 뛰어들지 않는 것이 낫다. 스타트업이란 것은 팀에 대한 고민은 줄이고 서비스와 고객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늘릴 수 있을 때 성공과 가까워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팀원과 사업 자체에 대한 고민은 백날 해봐야 서비스 어려워지면 나갈 팀원들은 나가게 되어있다. 안 나갈 사람은 애초에 고민거리도 안 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투자를 받고 조인한 팀원은 비캔버스의 사용자였는데, Self-organized된 사람이라 딱히 내가 모티베이션을 주거나 할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됐다. 그리고 지금도 전혀 문제없이 근성 있게 나아가고 있다) 이게, 내가 망각한 두 가지 공식이다. 이제 내 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 팀원에 대한 고민이 줄어 온전히 서비스와 고객에 대해 고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속도감이 붙는다.
- 매출이 없다면 지출을 줄여야 한다. 지출의 대부분 비율을 차지하는 인건비에 대해선 매달 고민해야 한다.
작년을 돌아보면, 사업에 있어 왜 팀이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 감을 잡게 되는 소중하고도 비싼 수업료였다.
왜 투자자들은 팀을 보는가? 누군가는 좋은 대학, 직장을 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팀이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 결성되는 팀이 막상 내부적으로는 서비스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득과 커뮤니케이션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가게 되면 서비스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
Y Combinator의 폴 그레이엄이 대부분 성공한 창업자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공유한 에세이가 있는데, 이것이 정답이라고 본다.
Be Careful with Cofounders
This was the surprise mentioned by the most founders. There were two types of responses: that you have to be careful who you pick as a cofounder, and that you have to work hard to maintain your relationship.
What people wished they’d paid more attention to when choosing cofounders was character and commitment, not ability. This was particularly true with startups that failed. The lesson: don’t pick cofounders who will flake.
– Paul graham (Co-founder, Y combinator)
문제 생길 것 같으면 같이 일하지 말라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폴 그레이엄의 수많은 에세이는 이런 내용보다는 서비스와 Growth나 이에 관련된 창업자의 마인드셋 등 실제 사업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팀에 과도하게 매달리면 사업이 아니라 사업 놀이만 하다 끝날 확률이 매우 크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앞으로 내가 추구할 방향과 길은 이 실수들에서 비롯된다. 혹독하게 회사와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언가 내부적으로 이슈가 있음에도 우리를 좋은 팀으로 포장해서 투자를 받을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서비스에 대해 심각하고 밀도 있게 고민하고 회의할 수 있는 팀. 그것을 전제로 매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성장하는 그런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나 또한 많이, 잘 일하지 않으면 팀에서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릴 수 있다.
CEO라는 것은 직함일 뿐이기 때문에, 이것을 특권이라 생각하지 않고 부단히 단련하고 혹독하게 나를 채찍질하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강요하기를 멈추기로 했다. 고객이 우리를 냉정하게 바라보듯, 우리도 우리 내부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냉정하게 평가해서 회사 자체를 키워나가야만 한다. 회사는 네이비씰이 아니었다. 내가 우긴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Motivation할 때 큰 영향을 준 영상, 책이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자기 스스로 자신만의 다양한 point에서 Motivation을 얻어야만 한다. 매주 확신과 비전, 모티베이션을 다른 사람이 계속해서 줘야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젠가 낙오하게 되어 있다. 그게 내가 강요를 멈추기로 한 이유다.
내가 팀원들에게 자주 말했던 것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겠다.
지금 이 돈 받고 이 지분 받고 일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뭔가 큰 명예나 부를 얻거나 원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어서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원하는 건 항상 매일 몰아치는 잔잔한 파도가 아니라, 거대한 쓰나미를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쓰나미는 몰아치기 전에 전조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거대한 쓰나미일수록 더 물이 많이 빠진다. 그래서 누구나 쓰나미를 본능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럼 우리는 지금 무슨 전조현상을 일으키고 있나? 무엇을 특별하게 하길래, 우리가 얼마나 비상식적으로 특별하길래 그런 말도 안 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우리의 뭘 보길래 본능적으로 성공을 예측할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말도 안 되는 것을 원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말도 안 되게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것 같다. 일을 진짜 말도 안 되게 많이 하면서도 잘한다든가, 얼굴 팔리는 걸 각오하고 길에서 이상한 짓을 하거나. 말도 안 되는 뭔가를 해야 정말 거대한 무언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매일 이 고민을 하며 잠이 든다. 그리고 매일 밤 부끄러움을 느낀다.
원문 : 홍용남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