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뭣이 중한디
사드에 관해 물어야 할 질문은 오직 하나뿐이다.
“사드는 북핵 억지에 유용한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할 것이면 소용이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북핵을 무력화할 수 있는가? 왜 이 질문에는 답하지 않는가?
사드에 대한 어떤 문헌을 읽어 보더라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나 명확하다. 사드는 고도 40km 이상의 고고도에서 종말 단계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그 사거리는 200km 안팎이고, 총 48발을 보유하고 있다.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북한은 사드로 요격하기에는 너무 가깝다. 수도권은 사드에서 너무 멀다. 전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사는 나라에서 수도권 방위와 상관없는 미사일 요격 시스템이 핵 억지력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국방부는 이게 북핵용이라고 말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북핵을 억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자, 똑같은 질문을 순서만 바꾸어서 해 보자. 사드로 북핵을 억지하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야 무엇이 아깝겠나. 당장 핵폭탄의 위협과 전자파 중에서 택하라면 전자파 쪽이 아니겠는가.
사드 배치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고? 3조 원이나 한다지만 그 돈으로 핵을 막을 수 있다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아니, 10배 돈을 줘서 30조 원을 쓴다 하더라도 북핵이 터졌을 때를 생각해 보면 저렴한 보험 축에 들 것이다. 그 돈을 주한미군이 부담하느니 우리 정부가 부담하느니 하는 논쟁도 있던데, 북핵만 막아준다면야 우리가 전부 부담한다고 해도 불만이 없다.
더 나아가, 중국의 경제 보복은 또 무서울 게 무엇인가? 핵폭탄을 막을 수 있다면야 그깟 중국과의 무역 마찰이 무서울 게 뭐가 있는가? 오히려 우리가 중국이 사드 배치에 항의한다는 이유만으로 선제로 무역 공격을 해도 시원찮을 것이다.
입지상의 문제? 핵폭탄을 막겠다는데? 지역 땅값 떨어지는 게 무서운가? 전자파가 몸에 해로워서? 핵이 떨어지고 난 후라면 지역 땅은 풀 한 포기 살아남을 수 없다. 전자파가 몸에 해로운 건 신경 쓸 틈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계속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것이다. 사드가 ‘북핵 억지’라는 목적에 적합한가, 에 대한 질문 말이다. 바로 이 질문에만 답할 수 있다면 나는 사드 찬성론으로 바로 돌아설 것이다.
사드가 초래할 결과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사드를 배치하면 북한이 ‘아이고 무서워라’ 하면서 핵을 포기하는가? 아니면 ‘쏴도 소용없는데 뭐하러 저 지랄일까?’ 하고 제풀에 지치는가?
사드의 효용이란 딱 하나밖에 없다. 아무리 말로 해도 김정은이 듣지를 않으니, 도저히 안되겠다고 우리도 무장을 강화해 보겠다는 짜증의 표현 말이다. 하지만 그 짜증을 한 번 부리는 대신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일까?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한 워게임에서 사드는 전혀 제약조건이 되지 않는다. 장사정포를 당겨 버리고, 스커드 수백발을 쏘아 올리면 되는데 그깟 사드가 있건 말건 무슨 상관인가?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고성능 레이더로 인한 감시 체계로 심각한 위협을 느낀다고 한다. 사드 하나로 끝날 일이 아니다. 동북아 전체의 MD 체계 편입이라는 결과가 완성되면 힘의 균형이 무너진다고 판단할 것이니, 이를 강력하게 반대한다. 실제로 그렇게 되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는 그렇게 판단하고 주장하고 있다. 그게 아니라고 설득이 가능한 문제인가?
우리는 사드 이전과는 다른 체계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6자 회담의 구도 안에서 북핵을 해결하겠다는 구상에서 벗어나서, 한·미·일과 북·중·러의 무한대결로 돌입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북한 입장에서는 그간 자신을 압박하던 6자 회담 구도를 벗어나 사드를 중점으로 한 중·러의 연맹군을 얻게 되리라는 것은 너무 뻔한 일이 아닌가.
중국이 경제 보복을 언급했으나, 이것은 부차적인 효과일 뿐이다. 진짜 무시무시한 결과는 그깟 무역 제재를 치고받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무장 강화일 것이며, 이로 인해 동북아 전체에서 군비 증강 경쟁이 에스컬레이트 되는 일일 것이다.
자, 다시 첫번째 문제로 돌아가 보자.
사드는 북핵을 억지나 무력화시킬 수 있는가? 아니다. 그런데 사드는 동북아 전체의 군비증강 경쟁을 격화시키게 될 것이다.
얻는 것은 무엇인가? 분풀이? 그렇다면 잃는 것은 무엇이 될 것인가? 역시 분풀이!
원문 : 하승주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