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안셀 아담스는 말했습니다.
좋은 사진을 찍는 법칙은 없다. 그냥 좋은 사진이 있을 뿐이다.
맞는 말입니다. 좋은 사진이라는 것이 어떤 규칙을 지키면 저절로 만들어진다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간 나름 긴 시간에 걸쳐 수없이 많은 사진들을 보아오면서 좋은 사진들에는 어떤 규칙들이 몇 가지 공통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주관에 불과하지만요.
위에 말했듯이 이 규칙들을 지킨다 해서 좋은 사진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사진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이러한 부분을 만족시키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비슷한 이야기인듯하지만 실은 전혀 다르니 이 점에 먼저 유의해주시고…
그보다 먼저 하나의 전제조건으로서 이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이야기 한 바 있듯이, 그냥 잘 찍은 사진(실패하지 않고 노출이나 화벨이나 초점 등을 잘 맞춘) 이랑 보는 이를 감동시키거나 웃음 짓게 하거나 감성에 젖게 하는 좋은 사진은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사진의 21가지 공통점
- 대체적으로 보기 편하며 이해하기 쉽다.
- 대체적으로 단순 간결하면서도 중의적이다.
- 대체적으로 사진 속에 이야기가 있다.
- 대체적으로 주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또한 전달력이 뛰어나다.
- 대체적으로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기억, 추억을 건드린다.
- 대체적으로 전부 다 보여주진 않고 3푼은 어떤 식으로든 감추어 감상자로 하여금 상상케 한다.
- 대체적으로 사람이 지니는 오감의 일부, 혹은 전부를 자극한다.
- 대체적으로 기교적인 면에서 완성형에 근접해있으나 보통 그것을 티내지 않는다.
- 대체적으로 시선의 이동이 자연 발생하며 중간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가 없다.
- 대체적으로 흔히 보기 어려운 창의성이 발휘되어있다.
- 대체적으로 보는 이가 행복해하거나,슬퍼하거나,비분강개하는 등 내적 감정을 유발한다.
- 드물지만 별 내용 없이 단순히 기교의 극에 도달함으로서도 가능하다.
- 드물지만 분명한 목표하에 확연한 의지로 철저히 기본을 초월한다.
- 드물지만 단순히 시각적으로 압도적인 강렬함을 선사하는 경우도 있다.
- 드물지만 천.지.인의 합일 등 우연을 가장한 필연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 예외 없이 촬영한 소기의 목적을 어떤 식으로든 달성한다.
- 보통 사진보다 더 오랫동안 감상자의 시선을 잡아 붙들어 맨다.
- 보통 사진보다 두고두고 감상자 뇌리에 남아 떠오르곤 한다.
- 2차 창작을 유도하는 기폭제로 작용한다.
- 사진이 보여주는 장면 이전 / 다음이 궁금해진다.
- 사진에서 텍스트가 저절로 쏟아져 나오던가, 혹은 도저히 텍스트로 형언할 수 없다.
국내 탑 레벨의 작가이신 조세현 선생님께서 일찍이 그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사진은 보기 어려울 필요가 없다. 보기 어려워선 안 된다. 보기 쉬워야 하는데, 그렇게 만드는 과정이 어려울 뿐이다.
짧은 말씀이지만 이 한마디 속에 들어있는 내용은 어마어마합니다. 쉽게 만들기 위해 우리가 익히고 배우고 터득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거든요. 물론 제가 생각하는 개인적 주관적인 의견에 불과합니다. 절대 정답이 아니며 정답이 될 수도 없어요. 아니, 그 이전에 정답이 있기는 한건지 의문입니다.
그렇지만 그렇다 해서 좋은 사진은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멈춰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프로와는 달리 아마추어에게 있어 사진은 결과를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어떤 것을 긴 세월에 걸쳐 꾸준히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마다 좋은 사진에 대한 주관이나 의견이 당연히 다르겠지만 어차피 답이 없는 건데 생각해서 뭐해, 말해서 뭐해, 형용할 수 없는 건데 왜 자꾸 객관화하려 하나… 이럴 수는 없다는 이야기죠.
천재가 아닌 이상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그저 꾸준히 찍으며 꾸준히 생각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 아닐까 싶습니다.
원문 : 마루토스의 사진과 행복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