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카메라가 비싼 이유
1. 센서의 크기가 더 커서
반도체 제조 공정을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정한 크기의 웨이퍼를 잘라 센서를 만드는 공정상 센서의 크기가 커지면 하나의 웨이퍼에서 만들 수 있는 센서의 수가 급감하기 때문에 판형 크기가 커질수록 센서의 가격은 확 올라갑니다.
그리고 디지털카메라에서 센서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카메라 가격이 비싸집니다.
2. AF 성능을 좋게 하려고
AF 성능을 좋게 하기 위해 측거점을 늘리고 위상차 회로를 늘리고 정확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제작 비용이 증가합니다. 일례로 보급기는 1개의 메인 프로세서가 AF와 이미지 프로세싱 등을 총괄해서 담당하지만 플래그쉽 쯤 되면 AF 전담 프로세서와 이미지 프로세싱 전담 프로세서가 따로 들어갈 정도죠.
3. 범용성을 늘리기 위해서
혹한이나 사막, 폭설이나 폭우 등의 극한 상황에서도 촬영 이가능케 하기 위한 방진 방적 처리라던가 더 나은 내구성의 확보 및 와이파이, GPS를 비롯한 각종 추가 부가기능이 들어가면 그만큼 비싸지게 됩니다.
4. 기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더 나은 배율, 더 큰 뷰파인더와 이를 위한 더 큰 펜타프리즘, 시야율 100%의 확보 등도 비용 상승의 원인입니다.
5. 브랜드 가치와 독점성
상표 그 자체에도 가치가 있는 메이커의 제품이나, 유일무이한 성능을 지녀 대체 불가능한 제품은 독점성으로 인해 가격이 비싸고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6. 신제품일 경우
보통 신제품이 더 비싸긴 합니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신제품이 더 싸게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례로 캐논의 DSLR 라인업은 신제품이 구형보다 싸게 나온 경우가 비싸게 나온 경우보다 더 많을 정도죠.
그런데도 신제품이 항상 더 비싸게 느껴지는 건 구형의 가격하락이나 엔원환율의 변동 등 외부요인의 작용탓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차이점
1. 사실 상업 레벨 아닌 이상 화질의 차이는 사실상 없다고 단언해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나중에 나온 크롭 제품이 초기 FF 제품보다 오히려 화질이 좋은 경우도 생기고 있고 뭐.
구분한다 못한다 이런 무의미한 탁상공론을 펼칠 것도 없이, 아직까지 많은 작가들은 초기 구형 DSLR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비롯해 잡지에 사진 잘만 싣고 있습니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보편적 수준의 화질은 DSLR이나 미러리스 타이틀 달고 나오면 다 만족시킨다 보아도 무방할 정도죠.
2. 고감도 저노이즈 부분에서 비싸다고 무조건 뛰어난것도 아니고 싸다고 못써먹을 수준이 아닌것도 마찬가지
다만 특정 시기를 놓고 보면 일반적 기준에서 비싼 쪽이 미미하게나마 더 나은건 맞습니다. 유의미하게 나은지 무의미하게 나은지는 개개인 차이겠죠.
3. 비쌀수록 더 많은 편의기능과 범용성을 보유합니다.
특히 반응성과 정확성, 그리고 범용성 면에서 보여지는 차이가 가장 크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4. 대신 익혀야 할 기능과 조작법도 더 복잡하고 더 많습니다.
UI에 완전히 통달하면 한 손으로도 장난감처럼 다룰 수 있는가 하면, 기껏 AF 동체추적 능력 뛰어난 카메라 사놓고 동체추적 모드가 뭔지도 모르거나 어떻게 설정하고 써야 할지 모른채 쓰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정도.
5D mk3 쓰시는 분은 정말 많이 봤지만 AF 셋팅 제대로 하고 적재적소에 쓰는 분은 반도 채 안된다고 봅니다.
5. 안되거나 못하거나 하는 경우의 수가 줄어들고, 전반적으로 실패한 사진을 촬영하지 않을 확률이 상승합니다.
동체추적을 예로 든다면 숙련자 기준으로 최고급기를 쓰면 98% 성공하는데 보급기 입문기 쓰면 50%대로 뚝 떨어지는 정도.
숙련자 이상의 초고수라면야 더 올라가긴 하겠지만 그만큼 촬영 스트레스를 더 받는 건 똑같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1. 고급기 비싼 거 사면 후보정 안 해도 작품 나올 거란 생각은 버리세요.
보정 안 하시는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고급기와 보급기의 사진 차이는 적고 후보정 무보정의 차이는 어마어마합니다.
2. 보급기 입문기도 못하는 건 없어요. 다만 더 어렵거나, 더 복잡하거나, 온갖 편법을 동원하거나, 부가장비들의 힘을 좀 더 많이 빌어야 할 뿐.
3. 그리고 고급기의 부가 기능을 익히는데 드는 노력도 생각보다 더 많이 필요합니다.
4. 사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극한으로 좁히면 감도, 셔속, 조리개값, 초점 이 네가지가 전부입니다.
그 어떤 부가기능 첨단기능 붙여놔도 목적은 저 넷을 어떻게 하면 좀 쉽게 경우의 수에 부합시켜 자동화 해줄 것인가로 귀결됩니다.
5. 바꿔 말하면, 이 넷만 완전히 이해하고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면 무슨 카메라의 어떤 기능이라도 곧 이해하고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거죠.
결론
고급기를 제대로 사용한다면 더 적은 스트레스로 더 많은 사진을 건질 수 있습니다. 요컨대 효율이 높다는 소리죠. 화질이 아니라요. 대신 돈을 많이 낼 뿐.
보급기도 제대로 사용한다면 고급기와 동일한 퀄 동일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좀 많이 받고 버리는 사진이 늘어날 뿐. 대신 돈이 절약되죠.
그리고 후보정을 제대로 익히세요. 결과적으로 돈이 가장 절약되면서 효율은 가장 높아집니다.
화질을 기준으로 삼지 마세요. 스트레스를 기준으로 선택하세요. 그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원문 : 마루토스의 사진과 행복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