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언트로부터 “바이럴 용 아이디어 하나 제안해 주세요.” 라는 요청을 받았다. ‘아이디어, 하나, 제안’이란 단어는 알겠는데 ‘바이럴 용’은 무엇이란 말인가. 클라이언트가 TVC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바이럴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 온라인(=유튜브)에 공짜로 틀 수 있는 것
- TVC보다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으로 만들 수 있는 것
이 요청을 받아들인 광고회사 제작팀은 난감하다.
제작팀은 클라이언트가 무슨 의도로 바이럴을 요청했는지 모를 만큼 순수한가 보다. 제작팀은 바이럴을 단어 그대로 생각해 버린다.
말 그대로 확산(Viral)될만큼 매력적인 콘텐츠.
바이럴을 용도와 예산으로 판단하는 클라이언트와 콘텐츠의 매력도로 판단하는 제작팀 사이의 갭은 둘 중 하나가 양보하지 않는 이상 줄일 수 없다. 보통 양보하는 쪽은 약한 쪽이고, 결국 제작팀이다.
물론 저예산으로도 온라인에서 대박이 날 만큼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것은 TV 광고식 화법에 익숙한 제작팀에게도 쉽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바이럴은 광고회사가 쭉 잘 해왔던 TV 광고와는 재미의 포인트도 연출도 모든 부분이 조금씩 다르다)
완성된 결과물은 일반적으로,
- 저예산이므로 1급 프로덕션을 쓰지 못해 TVC의 고급스러움이 나오지 않고.
- 클라이언트의 이런저런 가이드라인을 지키다 보니(실제로는 광고회사의 책임도 있다.) 내용은 기성 TVC 같고.
- 매체비를 쓰지 않고 유튜브에 올라가니까 시청자가 선택적으로 볼 수 있고, 즉 강제로 보지 않아도 돼서 아무도 보지 않게 된다.
그럼 클라이언트와 광고회사는 놀랍도록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몇백에서 몇천만 원을 썼는데 조회 수가 몇백에서 몇천이다. CPP(cost per play)가 1만원을 넘어간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 어쩌면 시작하는 순간부터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바이럴, 저예산,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면서…
반대의 상황을 생각해보자, 클라이언트가 바이럴을 ‘콘텐츠’ 중심으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될까?
- 용도 : 바이럴의 내용에 따라 TVC나 인쇄, 아웃도어로 확장가능하다.
- 예산 : 바이럴의 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다. TVC보다 더 들 수도 있다. 매체비로 잡아놨던 금액까지 바이럴 제작비에 쓸 수도 있다.
- 평가 : ‘바이럴이 될 수 있는 콘텐츠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광고적인 메시지가 최소화되고, 콘텐츠 자체의 매력도가 높아지게 된다. 광고회사도 좀더 자유롭게 크리에이티브를 펼칠 수 있다.
- = 바이럴은 성공적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덧, 클라이언트 탓만 하면서 글을 마치기엔 광고인들도 그리 떳떳지 못하기에 굳이 사족을 하나 남기려 한다.
“만약 클라이언트가 당신들 마음껏 바이럴을 만들어 보라고 했을 때, 광고회사는 할 수 있어야 한다.”
원문 : Songha Lee의 미디엄
특성 이미지 출처 : wisdon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