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미혼 단신노동자 노인이었다.
그는 매일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곤 했는데, 드넓은 취직의 바다에서 고기 한 마리 낚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한 지 벌써 84일째였다.
노인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자취방을 떠나 취직의 바다로 천천히 노를 저어나갔다. 하반기 공채 시즌인 만큼 오늘만큼은 꼭 고기를 낚으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넓은 바다로 나온 노인은 이력서라는 미끼 하나를 자소서 밧줄에 달아 40길 아래로 던졌다. 두 번째 이력서는 75길 아래로, 그리고 세 번째 것과 네 번째 것은 각각 100길과 125길 아래의 깊은 물 속으로 던졌다.
노인은 머리 위에서 새가 빙빙 도는 것을 보았다.
“고기를 찾았구나”
그는 소리 내어 말 했다. 바로 그때였다. 물 위에 나와 있던 초록색 막대기 중 하나가 물속으로 쑥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드디어 먹었군.”
—– 중략 —–
노인은 고기 옆으로 가서 고기 머리를 뱃머리에다 대었다. 푸른 등을 가진 아름다운 월급치였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그 크기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저 정도라면 족히 200파운드는 넘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아니, 훨씬 더 넘을지도 모르지,
내장을 빼내고도 약 삼 분의 이가 남을 텐데, 파운드당 족히 최저 시급 6,030원을 받으면 모두 얼마나 될까?
아마 대략 126만 원은 넘을 것 같았다.
노인은 부푼 마음을 가지고 돛대를 세우고 조각조각 기운 돛을 폈다. 마침내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늘에 떠 있는 적운과 권운으로 보아서 밤새도록 미풍이 불 것이 틀림없었다.
노인은 자신이 월급치를 낚았다는 것이 사실임을 확인하려고 고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름다운 월급치의 자태를 보니 오랜 취준생 생활이 떠올라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첫 번째 상어가 고기를 공격해 온 것은 그로부터 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것은 바다에서 가장 빨리 헤엄칠 수 있다는 덩치가 큰 최저임금위원회 상어였다.
놈이 바로 월급치의 꼬리 위쪽의 살점을 향해 덤벼들 때 이빨로 찰칵 소리를 내면서 물어뜯는 것이 보였다.
“40파운드는 족히 가져가 버렸어.”
노인은 자못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내어 말했다. 이제 남은 월급치를 돈으로 바꿔봐도 103만 원 정도밖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미혼 단신노동자의 최저생계비라도 건졌으니 다행인 것일까?
노인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 한 마리의 월급치를 잡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하고 한 달 동안 그렇게 부단히 노력했는데, 단 한 순간에 이렇게 쉽게 뺏어가다니.
고기를 씹으면서 두 시간 정도를 보냈을 때였다. 노인은 쫓아오던 상어 두 마리 중 앞의 놈을 보고야 말았다.
아!
노인은 절망적인 비명을 토했다. 노인은 앞 놈 뒤로 유유히 따라오고 있는 두 번째 놈의 지느러미도 보았다. 갈색 삼각형 지느러미와 스치고 지나가는 꼬리의 동작으로 보아서 이놈들은 국민연금 상어와 건강보험 상어가 틀림없었다.
두 마리의 상어는 게걸스럽게 월급치의 허리 부분을 물어뜯고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남은 월급치의 5분지 일이나, 그것도 제일 맛있는 부분을 잃어버렸군. 노인은 침통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것이 꿈이라면, 아니 차라리 내가 월급치를 잡지 않았었다면 좋으련만. 미안하다, 고기야. 결국은 모든 일을 그르치고 있구나.
그는 말을 잃고 말았다. 이제는 월급치를 쳐다보기조차 싫었다. 너무 많은 피를 흘리고 물에 씻기고 불어서 월급치의 색깔은 거울 뒷면의 탁한 은빛 같았다. 그래도 아직 그 줄무늬는 보였다.
다음에 나타난 놈은 신용카드대금 상어였다. 신용카드대금 상어는 만일 사람 머리가 들어갈 만큼 넓은 주둥이가 달린 돼지가 있다면 바로 그런 돼지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놈은 돼지가 죽통을 향해 달려들 듯이 다가왔다. 노인은 그놈이 고기를 물게 놔두었다가 노에 비끄러맨 칼로 단 한 번에 골통을 찔렀다. 그러나 상어가 몸통을 뒤집으며 퉁겨나갔기 때문에 칼을 빼앗기고 말았다.
노인은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노를 잡았다.
월급치는 병신이 되고 말았다. 노인은 더 이상 고기를 보고 있지 않았다. 월급치가 뜯길 때 노인은 마치 자기 자신의 살점이 뜯기는 것 같았었다.
마침내 저 건너편에 불빛이 보였다. 그는 빛의 안쪽을 향해 키를 돌리며 이제 곧 물가에 닿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정께쯤 노인은 또 싸워야만 했다. 이번에는 싸움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상어가 떼를 지어 몰려 왔는데, 크기는 작아 보이는데 한번 물리면 상처가 크게 나는 질이 나쁜 상어들이었다.
통신사 상어, 교통비 상어 그리고 공과금 상어들이 월급치에 달라붙었다. 노인은 몽둥이로 상어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수시로 살점을 뜯어먹는 소리가 들렸으며, 배 밑에 있는 놈이 고기를 물어뜯을 때마다 배가 흔들흔들했다.
마지막으로 한 놈이 고기를 향해서 덤벼들었다. 가장 질이 나쁘다는 학자금 대출 상어였다. 이제 노인은 모든 것이 끝난 것을 알았다. 그놈은 뜯기지 않는 고기 머리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것이 몰려든 상어 떼 중에서 마지막 놈이었다.
고기는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노인이 자취방 항구에 도착했을 때, 주변의 불은 이미 꺼져 있었다. 사람들도 모두 잠자리에 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자취방까지 가는 동안 그는 다섯 번을 앉아서 쉬어야만 했다. 자취방 안으로 들어가서 벽에다 돛대를 세워 놓았다. 침대에 드러누웠다. 담요를 끌어당겨 차례로 어깨와 등과 다리를 덮은 다음, 손바닥을 위로 편 채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은 노인의 배 옆에 매어져 있는 뼈만 남은 월급치를 보며 놀라워했다. 그 시각 노인은 아직 잠에 빠져있었다. 미혼 단신노동자는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원문: limyoungj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