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Ask Don’t Tell.”
미국에서 군대 내 동성애를 금지하는 유명한 법안의 이름이다. 공공연히 자신의 성적 지향을 얘기하지만 않으면 군 복무를 할 수 있지만, 성적 지향의 공개된다면 전출 당하거나 강제 전역까지 당할 수 있는 게 “Don’t Ask Don’t Tell”의 골자다. 이 법은 2011년 오바마에 의해 없어졌다. 오바마는 이 법을 없애면서 “우리는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고 말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우리는 ‘여럿으로부터 온 하나’라고 말하는 나라입니다.”라고 말했다. 무려 5년 전의 일이다.
어제 국민일보에서 말문이 막히는 기사를 봤다. “군형법이 동성애 엄격하게 금지하는데도 신분 노출하며 동성 파트너 찾는 군인들“이라는 제목이었다. 기자가 게이 데이팅 앱을 설치하고, 군인 중에 게이가 있다며 말세라고 한탄하는 내용의 기사다.
기자는 동성 간 성행위를 “부도덕”하다고 얘기하고, 군인들의 동성 간 성행위를 금지하는 군형법 92조 6의 위헌법률심판을 비판적으로 언급한다. 기사 자체는 쓰레기지만, 덕분에 한국 군대에서 동성 간 성행위를 법으로 금지한다는 걸 알게 됐다.
모 한의사 센세가 지적했듯, 국민일보는 모 교회와 연관이 있는 탓인지 동성애 문제나 이슬람 문제에 있어서는 기사가 아니라 똥을 투척하는 경향이 짙다. 동일한 지면에서 생리대 살 돈이 없는 소녀들을 조명한 기사가 나왔던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다. 언론의 품격은 기사 하나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가 보장될 때 달성된다. 아무리 교회와 연관이 있다지만, 데스크가 이런 똥을 방치하는 것은 국민일보를 찌라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Don’t Ask Don’t Tell” 법이 폐지되고 5년이 지난 후, 오늘 미국 국방부는 모병 시 트랜스젠더를 금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군형법 92조 6이 위헌법률심판까지 간 것과는 대조적으로 오바마 행정부 차원의 정책이다. 현재 미군 내에 있는 트랜스젠더는 군대에서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도 있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성전환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미국 국방부의 애쉬 카터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병역을 위한 개인의 자질과 상관없는 장벽을 두고 싶지 않습니다. 이 장벽은 우리로 하여금 가장 잘 임무를 달성할 수 있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군인들을 모집하고 유지하는 걸 어렵게 합니다. 우리는 100%의 미국인 모두에게 다가가야만 합니다.”
미국인이라는 단어를 한국인으로만 바꾼다면, 한국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말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원문: 윤지만님의 페이스북
커버이미지 출처: The Bl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