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전세계가 유럽연합 탈퇴를 묻는 영국 국민 투표 상황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가디언의 마이클 화이트(Michael White) 기자가 ‘브렉시트(Brexit)’를 둘러싼 영국의 상황과 배경을 정리했습니다.
원문 제목 <What is Brexit and why does it matter? The EU referendum guide for Americans>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인들을 위한 설명서라서 미국 정치인, 미국의 상황과 비교한 부분이 있습니다. 필요한 곳에는 따로 해설을 달고, 아니면 아예 우리나라 상황에 맞춰 의역한 부분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국민투표 결과, 너무 걱정 안 해도 되겠죠?”
그리스 해변이든 프랑스의 작은 마을이든 휴양지를 찾은 영국인들은 유럽연합의 동료 시민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을 겁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비교적 관망세였던 질문이 최근 들어서는 좀 더 거칠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네 도대체 유럽에 왜 이렇게 어깃장을 놓는 거요?”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럽연합 탈퇴 여론이 잔류 여론을 앞선다는 보도가 잇따랐기 때문이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일컫는 브렉시트(Brexit) 운동은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영국 내의 소외감 혹은 분노에서 비롯됐습니다. 제국주의 시절의 확실성, 세계화 이전 평생직장 등에 대한 향수에 이민자에 대한 반감, 내 손으로 뽑은 적도 없는 바다 건너 브뤼셀에 있는 정치권력과 사법기관에 대한 거부감이 합쳐졌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자유로운 시장 질서까지 파괴하는 악의 근원처럼 여겨집니다. “우리의 지배력과 권한을 되찾자(Take back control)”는 슬로건이 사회적인 고립주의자와 제국주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 모두에게 잘 먹히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자리 구하기가 너무나 어려운 포르투갈의 청년들, 미국 북부의 사양화된 공업지대 러스트 벨트에서 일자리를 잃어버린 노동자들, 과도한 규제를 비난하는 헤지펀드 매니저들도 어느 정도 브렉시트 운동의 기저에 깔린 분노와 반감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휴양지에서 질문을 받은 영국인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리스 사람에게는 “(급진좌파) 시리자나 (극우) 황금새벽당과 비슷한 면이 없지 않죠”, 프랑스 사람에게는 “마린 르펜이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같은 현상이랄까요? 많은 이들이 무척 화가 나 있어요. 누군가 이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마련해주기를 기다려왔는지도 몰라요.”라고 말입니다.
계속된 유럽의 경기침체에 시장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난민 위기에 테러 공격까지 겹치면서 무언가 시급히 대책을 꾀해야 한다는 정서가 온 유럽에 퍼지기도 했습니다. 파리 근교에서 경찰관 부부가 살해당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발생한 조 콕스 의원의 충격적인 사망까지 뜻밖의 사건들이 이런 정서를 더욱 부추기기도 합니다. 지난해 말 권위주의적인 민족주의 정부가 들어선 폴란드 선거는 어떻고요? 유럽연합이 주창해 온 통합이라는 가치는 이미 곳곳에서 도전받고 위협받아 왔습니다.
영국 유권자들이 43년이나 이어온 5억 유럽 시민들과의 관계를 청산하려는 이유는 어찌 보면 간단합니다. 유럽연합과의 관계가 지긋지긋해졌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캘리포니아 주 주민투표나 스위스에서 기본임금 도입을 놓고 진행된 국민투표에서처럼 영국인들은 오는 목요일 정부를, 좀 더 멀리 가면 그동안 자신들을 끝없이 실망시켜 온 정치 엘리트들을 심판할 기회를 잡은 셈입니다.
영국과 유럽 통합의 역사 (The history)
국민투표는 영국 정치에서 흔치 않은 일입니다. 마가렛 대처는 전간기 파시즘이 득세한 원인을 우매한 대중 선동에서 찾았던 정치인들의 분석에 동의했죠. 대처는 국민투표에 대해 “독재자나 선동 정치가나 좋아할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대처 임기에 국민투표는 단 한 차례도 없었죠.
하지만 영국 역사상 국민투표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앞서 1975년 유럽 공동시장(유럽연합의 전신)에 가입한 것을 비준받고자 했을 때 당시 의견이 갈라진 노동당 정부는 의회 대신 국민에게 직접 뜻을 묻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해롤드 윌슨 총리가 진행한 형식적인 재협상이 여론에 영향을 미쳤고, 가입 찬성이 반대보다 두 배나 많은 표를 받았습니다. 영국은 그렇게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의 일원이 된 셈입니다.
당시 보수당 정치인들은 윌슨 총리가 당내 갈등을 관리하지 못하고 국민투표로 상황을 돌파하려는 전략이 무책임하고 분열을 부추기는 일이라며 개탄했습니다. 그 후로 40여 년이 지난 2015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비슷한 우를 범하고 맙니다. 당내 의견을 도출하고 갈등을 봉합하는 데 있어 쉬워 보이는 편의주의를 택한 것이죠. 당내 유럽통합에 반대하는 세력과는 도저히 말이 안 통하고, 이들에게 너무 시달리다 보니 캐머런 총리는 덜컥 유럽연합의 일원으로 남아있을지를 국민에게 묻겠다는 약속을 해버립니다. 윌슨 총리의 “재협상 시늉 전략”도 그대로 가져와 유럽연합 회원국과 영국의 관계를 바로 세우겠다는 약속을 덧붙였습니다.
무모한 도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캐머런 총리는 2010년 노동당을 누르고 집권할 때부터 연정 파트너였던 친(親) 유럽연합 성향의 자유민주당이 국민투표안 자체를 거부해주리라 확신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의 원만한 관계를 우선시하던 자유민주당의 국제주의자들이 민족주의 포퓰리즘에 굴복했는지 자유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보수당과 갈라섰습니다. 보수당은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뒀고, 캐머런 총리도 가까스로 총리 자리를 유지하게 됐죠.
다시 총리 관저로 돌아온 캐머런 총리에게는 처음 약속한 2017년까지 시간을 질질 끌며 국민투표라는 의제 자체를 다른 일로 덮어버릴 기회가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총리는 전반적인 흐름이 보수당과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읽어낸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유입되는 전쟁 난민과 경제적 난민은 7년 넘게 계속된 경기침체와 계속된 긴축정책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부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독일이 넓은 아량을 발휘하여 혹은 전략적으로, 아니면 유럽 다른 나라에도 난민을 받으라 요구해야 하는 마당에 어쩔 수 없이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겠다고 솔선수범했다지만, 사실 영국 입장에서는 난민이나 이민자가 별로 새로운 현상이 아닙니다.
2004년 구소련 혹은 동유럽 공산권 국가였던 나라들이 대거 유럽연합에 가입합니다. 폴란드를 포함한 이 여덟 개 나라에서 영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이민자들이 1백만 명을 넘습니다. 유럽연합 내 다른 경제 대국들이 자국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판단이 서면 어김없이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데 각종 제약을 걸었기 때문에 예상보다 많은 이민자가 영국으로 몰렸습니다. 경기 침체가 유로존 전역으로 확산되고 영국 경제 상황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것이 알려지자 스페인, 이탈리아에서도 사람들이 건너오기 시작했습니다. 고소득자에 대한 높은 세금을 피해 바다를 건너오는 프랑스 사람들도 있었죠. 유럽 단일 시장의 핵심은 상품, 서비스는 물론이고 사람이 오가는 데도 장벽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었으니까요.
이미 유럽연합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영국의 지위를 두고 유럽연합과 지루한 재협상에 나서는 대신 캐머런 총리는 지난겨울 6월 23일로 국민투표 날짜를 정해놓고 전격적으로 유럽연합 잔류를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마도 영국인 유럽연합에 남아있기를 바랄 겁니다. 라틴 계열 국가들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하는 걸 막아주는 더없이 좋은 방파제에 확고한 개방 경제 체제를 유지해 왔으니까요. 캐머런 총리와의 사이도 나쁘지 않은 거로 알려졌고요.
하지만 메르켈 총리도 불안한 연정 상황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독일 내에서 퍼지는 유럽 회의주의를 생각하면 제 코가 석 자입니다. 게다가 영국만 특별 대우를 해준다는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캐머런 총리를 도울 여력은 특히 없어 보입니다. 캐머런 총리는 꽤 길었던 요구 사항을 간소화해 브뤼셀로부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1) 새로 영국에 들어온 이민자들에게 지급하는 복지 수당 삭감, 2) 유럽의 금융 수도라 할 수 있는 런던에 유럽연합의 간섭을 제약하는 조항 신설, 3) 영국 파운드화는 유로화로 통합하지 않는다는 약속 다시 확인, 4) 브뤼셀의 규제를 일부 제한하는 장치 마련 정도입니다.
누가 어떤 주장을 펴고 있나? (The Players)
사실 캐머런 총리와 보수당 지도부, 그리고 영국의 거의 모든 정당이 유럽연합에 잔류해야 한다며 유권자들을 설득하고 있기는 합니다. 물론 각기 정치적인 셈법은 조금 다르지만요. 먼저 버니 샌더스에서 진지함이나 추진력을 빼놓은 사람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노동당의 당수 제레미 코빈은 오랫동안 자본주의 체제의 부산물이라며 유럽연합을 비판해 온 인물입니다. 코빈은 노동당 의원들로부터의 거센 반발이 두려워 마지 못해 잔류를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스코틀랜드 민족당(SNP)의 당수이자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를 이끄는 니콜라 스터전도 잔류파에 속하기는 하지만,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스코틀랜드 주민들에게도 다시 한 번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묻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2년 전 주민 투표에서는 영국에 남겠다는 의견이 더 많았습니다.
노동당과 스코틀랜드 민족당, 그리고 군소 정당을 제외하면 유럽연합 잔류 캠페인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주체로는 캐머런 총리와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 그리고 별로 인기 없는 보수당 지도부만 남습니다.
그리고 이번 투표는 비단 유럽연합에 남느냐 마느냐를 넘어 정당에 대한 지지와 특정 세력에 대한 불만, 지역마다 다를 수 있는 갖은 이슈가 모두 한데 모여 표출되는 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영국의 경우 부유한 남부와 후기 산업사회에서 뒤처지고 소외된 북부의 공업지대 사이의 갈등, 모든 것이 집중된 수도 런던에 대한 지방의 불만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 세속적인 자유주의와 사회적인 보수주의, 종교적 근본주의 사이의 문화 전쟁에 가까운 갈등은 서구 사회 어디에서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시리아에 개입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고 있는 푸틴의 러시아보다도 난민들에게 유럽의 관문처럼 여겨지는 터키가 더 골칫거리입니다.
이런 불만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바로 “엘리트”일 겁니다. 좀 더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지만, 영국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캐머런 총리는 명문 중의 명문이라는 이튼 스쿨과 옥스포드 대학을 졸업한 중상위 계층 출신의 “엘리트”로 이미 주변 환경부터 서민들과는 확연히 다른 ‘금수저’였습니다. 다만 캐머런 총리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할 때 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시하는 쪽도 별반 다를 게 없는 사람들이라는 데 엄청난 모순이 있는 거죠.
대표적인 탈퇴파 정치인으로 꼽을 수 있는 보수당 의원이자 런던 시장을 지냈던 보리스 존슨도 이튼 스쿨, 옥스포드를 나왔습니다. 늘 헝클어진 머리 스타일만큼만 엘리트 학교 안에서 전통적인 엘리트주의에 저항했던, 어떤 의미에서는 조지 W. 부시 같은 인물이죠.
하지만 그도 ‘금수저’인 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캐머런과 존슨의 차이가 있다면 캐머런이 좀 더 모나지 않게 말을 하는 편이라 좀 더 따분하달까요? 존슨은 물의를 일으키는 발언을 밥 먹듯이 하고도 미꾸라지같이 잘 빠져나오는 데 도가 튼 인물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절반은 케냐 사람 아니냐”는 차별 발언을 했고, 유럽연합이 어떤 의미에서는 히틀러주의나 다름없다는 막말을 했지만 끝내 직접적인 대가를 치르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존슨에게는 주변 사람들을 웃기는 재주가 있습니다. 이건 정말 무시 못할 재능이죠. 이쪽저쪽 편을 옮겨 다니는 데도 능수능란한 존슨이기에 국민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머지않아 보수당 당권을 장악하고 총리 자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도 많습니다.
한 가지 더.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는 쪽에 자금을 대고 캠페인을 후원하는 이들을 살펴보면 헤지펀드 매니저를 비롯한 금융 투기꾼들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작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해 (보수당 지도부가 경고하는 대로) 경기 침체가 오더라도 별로 피해를 보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어쨌든 캐머런 총리와 오스본 장관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일자리, 투자, 이자율, 수출, 공공지출, 집값 등 모든 부분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설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브렉시트가 몰고 올 충격에 대비해 긴급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경고까지 날렸죠.
반대로 탈퇴론자들은 터무니없는 협박이라고 맞섭니다. 오히려 영국이 유럽연합 회원국으로써 내는 연간 분담금 80억 파운드만 국내 경제 부문에 투자해도 당장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죠. (다만 탈퇴 캠페인을 운영하는 데 쓴 돈이 벌써 80억 파운드의 몇 배가 넘는다는 지적도 있긴 합니다) 대부분 전문가는 분야와 지위를 막론하고 잔류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데 의견이 모여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얼마 전 에둘러 영국이 유럽연합 일원으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표시했죠.
“영국 사람들에게는 이래라저래라 하는 전문가가 너무 많아요.”
캐머런 총리의 친구이자 유럽연합 탈퇴 운동에 가담한 각료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마이클 고브 법무부 장관이 한 말입니다.
포퓰리즘이 만연한 시대입니다. 고브 장관 말대로 전문가들의 말은 씨알도 안 먹히는 경우가 많죠. 서로 다른 수치, 근거, 주장을 앞세우면서 양측의 싸움은 이전투구 양상으로 흘렀습니다. 보수당 정치인들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투표가 끝나고 나면 총리 뒤로 다시 줄을 서서 뭉치겠지만요.
선택 (The Choice)
캐머런 총리에 반대하며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그가 올해가 가기 전에 총리직을 내려놓게 되리라고 전망합니다.
우리나라 정치가 제일 야단법석이라고 한숨을 쉴 호주 사람들, 부정부패에 탄핵 정국이 겹쳐 만신창이가 된 정치권을 바라보는 브라질 국민, 그리고 돈 많은 허풍쟁이 떠버리가 공화당 후보까지 오르자 적이 당황했을 미국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영국 정치도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가진 자들이 엘리트주의를 공격하며 가난한 서민들에게 엘리트주의를 무너뜨리는 데 표를 던지라고 호소합니다. 정작 혼란이 심해지면 그나마 갖춰졌던 기반마저 무너져 피해를 보는 건 서민들인데 말이죠. 대부분 언론도 브렉시트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1975년에는 대개 유럽에 들어가자고 외치던 언론들이 말이죠. 대부분 언론이 재벌과 갑부의 손아귀에 들어 있고, 세금을 덜 내고자 대개 본사는 영국에 두지도 않고 있는 언론사가 많아서 그렇다고 분석하면 지나칠까요?
실제로 탈퇴 표가 더 많이 나와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유럽연합이 제재를 가할까요? 아니면 영국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유럽연합이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 영국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관계를 유지할까요? 그 전에 영국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요? 아예 모든 관계를 끊을 것은 아닐 테니 캐나다처럼 유럽과 자유무역 협정을 맺는 선을 유지하면 될까요?
유럽연합 회원국은 아니지만, 특별 협약을 맺고 관계를 유지해 온 노르웨이식을 따르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지 계획을 꼭꼭 숨기고 있어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노르웨이와 유럽연합이 맺은 협약의 핵심은 사람의 이동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라 외국인 노동자와 일자리, 복지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을까 짐작할 뿐입니다.
나토를 비롯한 다른 국제기구는 어떻게 되는 거죠? 런던에만 집중되던 부와 자원의 배분도 차제에 해결이 될까요? 영불해협 근처 프랑스 쪽에 있는 칼레의 난민 캠프는 어떻게 될까요? 프랑스 사법 당국이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는 난민들에 눈감아주던 관행이 바뀔까요?
이 모든 질문에 진영에 따라 내놓는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고요.
어쩌면 영국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당장 삶에 큰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닐 거라고 예상하는지도 모르죠. 오히려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유로 2016에서 훌리건 문제로 잉글랜드 팀이 대회에서 실격 처리되어 쫓겨나지 않을까 그걸 더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영국인들에게 지난주 조 콕스 의원 살해 사건은 정말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젊고 미래가 촉망받는 의원을 극우파의 사주를 받았거나 적어도 이를 추종하는 악질의 손에 잃자 사람들은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우리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이 모든 역경을 극복해낼 수는 없는 걸까?”
영국인의 선택, 이제 정말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