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 10시부터 시작해서 온종일 4개의 외부 미팅이 있었습니다. 어김없이 검색엔진 최적화 프로젝트는 끼어 있었고요. 어쨌든 검색엔진 최적화가 디지털 마케팅에서 꽤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은 영업 현장에서 바로 느껴집니다. 오늘도 “제가 볼 때는 Tier 2 마케팅 옵션입니다. 일단은 검색광고를 먼저 하시고, Display Network로 확장하신 후 고려하셔도 늦지 않습니다.”라는 피드백을 드리고 왔네요.
제가 검색엔진 최적화를 반대하는 경우는 주로 두 가지입니다. 혹시 지금 검색엔진최적화를 생각하고 계신다면, 본인의 플랫폼이 이러한 상황은 아닌지 생각해보세요.
검색엔진 최적화가 효율적이지 못한 경우
먼저, 국내에서 주로 있는 경우입니다. 단기적인(길어야 올 한 해) 마케팅 ROI를 보장할 수 없는 경우.
극단적인 예로, 여러분들의 웹사이트가 30대 중반 이상이 주로 방문하여 네이버에 상단에 바로가기 및 브랜드검색을 제공하는 경우, 검색엔진 최적화의 우선순위는 뒤로 밀립니다.
조사에 따라 다르지면 평균 잡아 데스크탑 방문자의 70%는 네이버를 이용합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이 늘었고, 스마트폰의 기본 검색엔진인 구글의 모바일 점유율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모바일에서도 네이버의 점유율은 60% 언저리입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늘며 구글이 확실하게 성장할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의외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네이버 모바일에서는 통합검색을 제공하지만, 네이버는 여러분 웹사이트의 정보를 제대로 긁어와 검색결과에 반영할 만큼 영리한 검색엔진이 아닙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웹사이트 SEO가 가져올 수 있는 트래픽의 증가가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그 트래픽에 전환율을 집어넣어 보면, 직접 사업성과는 얼마나 될까요? 연말에 SEO에 투자한 금액을 ROI로 환산한다면, 적어도 회계감사 같은 재무적 평가에서는 어떠한 판단이 내려질까요?
큰 회사에 근무해보신 분들, 구조조정을 직접 실행하신 분들이나 M&A에 몸담고 계신 분들을 아시겠지만, 재무적 평가란 상식 수준 이상으로 냉혹합니다. 현업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개자식들이!” 소리가 나오는 것이 당연할 정도입니다. 그룹사 최고경영자 승인을 받은 3년 비전 로드맵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담당자에게 갑질도 때론 당하고, 이가 박박 갈릴 정도로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 대행사와 클라이언트 담당자는 서로 보호하며 성장하는 관계인데요, 훅 지른 SEO가 담당자에게 칼날이 될 수도 있습니다.
SEO가 갖는 전략적 의미는 많습니다만, 상당히 많은 경우에 적어도 국내에서는 디지털 마케팅의 Big Pillar가 되기에는 여건이 따라주질 않습니다.
예외의 경우
다만 이 상황에서 저도 OK를 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첫째, 다른 디지털 마케팅 활동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고도화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경우. 이 경우는 돌담의 빈틈을 메꿔주는 전략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둘째, 마케팅이 아닌 웹사이트, 즉 IT적 관점으로 추진되는 경우. 마케팅 ROI 부담이 상당히 덜어집니다. 말 그대로 검색 퍼포먼스만 잘 나오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두 번째 반대의 경우는 글로벌 SEO에도 해당됩니다. 오늘 미팅이 이런 케이스였습니다.
이 회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웹사이트가 검색엔진 친화적이에요. 초기에 내부에서 진행하신 분이 IT 담당자가 개인적으로 공부해서 적용했다고 하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SEO의 활용을 잘 이해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Brand Term에서는 Visibility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문제는 Category Term이에요. 저희 회사는 Generic보다 회사/서비스/제품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그래서 시장의 관심(검색량)과 전환의 밸런스가 맞는 키워드들은 Category 그룹으로 분류하거든요. 오늘 만난 회사의 경우는 Category Term의 경쟁이 엄청 치열했습니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40배 이상의 경쟁력을 갖는 경쟁 브랜드뿐 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서비스 벤더들이 Category Term의 검색 상위를 모두 먹어버렸거든요.
그렇다고 다른 애들 사이트가 개판이냐? SEO 열심히 하던데요; 아무리 살펴봐도 쉽게 치고 들어갈 판이 아니었습니다. 사이트를 뜯어고쳐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아예 사이트와 컨텐츠의 색깔, 규모, 운영전략을 모두 뒤집어야 할 정도.
안그래도 마케팅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회사가 Category Term을 잡기 위해 검색엔진 최적화를, 그것도 웹사이트 개편과 함께 진행한다? 브랜드나 대행사 현업이 아닌 비즈니스 매니지먼트 출신의 마케터 입장에서는 말리고 싶습니다. 말려야만 하고요. 차라리 그 예산을 광고나 다른 활동에 투자하여 점진적으로 사이트 경쟁력을 늘려야 합니다.
물론 SEO의 개념 자체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 웹사이트 개편 시 반드시 고려해야겠지요. 그렇지만 이러한 경우 마케팅 성과 증대를 위한 Key Tool로 SEO를 추진해서는 담당자도 대행사도 낭패를 겪게 됩니다.
제가 백그라운드가 그래서 너무 ROI를 신경 쓰는 건지는 모르겠는데요, SEO 프로젝트를 고려하실 때에는 SEO의 장점만 보지 마시고, 다른 마케팅 활동과 한 줄로 쭉 늘어놓고 생각해보시길 권합니다. 과연 이 목적과 마케팅 효과가 다른 목적과 마케팅 효과에 우선시되는지, 그리고 그 효과를 위해 SEO가 다른 마케팅 활동들보다 우선시되는지.
하지만 그래도 헷갈리신다면, 이 강의를 추천드립니다.
원문: Brandon’s Digital Marketing Work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