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고 당기기, 결코 쉽지 않은 스킬
흔히 어느 정도의 ‘밀당’은 꼭 필요하다고들 한다. 어느 때에는 상대가 없으면 안될 것처럼 매달리다가도 어느 때에는 아무 것도 필요없는 듯 굳건하기도 해야 한다. 언제고 매달리다가는 상대가 방심하고 우리를 업신여길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거리를 두다가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상대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심각하게 의심하게 만들기 일쑤이다. 이는 연애관계의 패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고급스킬을 적절히 구사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밀당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이 ‘스킬’을 언제, 그리고 어떻게 써먹을지를 잘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연애에 능한 이들은 이러한 사실을 직관적으로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이런 능력은 타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같은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런 직관을 타고나지 못한 듯하다. 어쩌겠는가. 무지하면 열심히 배우기라도 해야 한다. 오늘도 연애를 글로 배워보도록 하자.
과학에게 물어봅시다
최근에 발표된 한 연구(Dai et al, 2013.)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연구에 참가한 남성들은 한 여성(물론 연구자들이 사전에 교육시킨)과 5분간 ‘소개팅’을 한 후, 여성에게 얼마나 호감을 느꼈는지(liking), 그리고 얼마나 다시 만나고 싶은지(wanting)를 보고했다. 한편 이 여성은 연구자들의 지시에 따라 상대 남성들에게 차갑게 또는 따뜻하게 대하였다. 전자의 경우 이 여성은 남성들과의 대화에 소극적이었으며, 차갑고 성의없는 반응을 주로 보였다. 반대로 후자의 경우 이 여성은 남성들과의 대화에 적극적이었으며, 밝은 표정을 유지하는 등 남성들에게 호의적으로 반응했다.
실험 결과, 남성들은 일관적으로 이 여성이 자신에게 차갑게 대했을 때보다 따뜻하게 대했을 때 더 ‘좋아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이 결과만 놓고 본다면 그다지 놀랍지 않다. 나에게 잘 해주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하지만 흥미로운 결과는 다른 데서 발견되었다.
사실 이 실험에는 한 가지 변수가 더 있었는데, 그것은 남성들이 이 여성을 직접 소개팅 상대로 골랐는지, 단순히 소개받았는지의 여부였다. 그리고 이것이 남성들이 이 여성을 얼마나 ‘원하는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여성을 스스로의 의지로 데이트 상대로 고른 경우, 남성들은 이 여성이 자신들에게 따뜻하게 대했을 때보다 차갑게 대했을 때, 추후에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더 강하게 나타냈다. 다시 말해 더 ‘원했다’.
하지만 이 여성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개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았다. 이 조건의 남성들은 여성이 차갑게 대한 경우보다 따뜻하게 대해준 경우, 나중에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더 강하게 밝혔다. 요약하자면 남성들이 직접 선택한 여성이 차가운 태도를 보이는 경우 오히려 그 여성을 더 원했지만,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경우에는 더 원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밀당은 상대가 내게 관심을 보일 때 해야
자, 이제 처음의 물음에 답해보자. 언제 밀당을 시전해야 하는가? 위 연구의 결론에 따르자면, 상대방이 능동적으로 나에게 관심을 보일 때 해야 효과가 있다. 나에게 관심도 없는 상대에게 호감을 얻을 목적으로 괜히 차갑게 대하면(a.k.a. 츤데레) 반감만 사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밀당을 시전할 때 명심해야 할 한 가지. 밀당을 통해 상대가 나를 더 원하게 만들었더라도, 그가 마음속으로부터 나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수 있다. 위 연구는 ‘좋아함’과 ‘원함’은 별개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를 모르고 있다면 심각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지금까지 ‘밀당의 심리학’을 정말 글로만 배워보았다. 배웠으면 이제 실천에 옮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금 우리의 옆에는 아무도 없다. 우린 아마 안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