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PM 11:55, 사무실
사장님: “김프로 퇴근했나?”
김프로: “아! 여깁니다.”
사장님: “김프로! 자네는 오늘부터 ‘기’일세”
김프로: “네? ‘기’?, 기 수련 할 때 ‘기’ 인가요? 아니면 성리학의 이기론에 나오는 ‘기’인가요?”
사장님: “우리 김프로 잡생각이 들 만큼 뇌 주름이 펴진 걸 보니 요새 야근을 덜 했나 보구먼”
김프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사장님: “커흠흠… 거 몇 달 전에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어벤져스를 언급하며, ‘왜 우리는 이런 거 못 만드나요?’라고 한마디 했던 거 기억나지?”
김프로: “네 기억합니다만…”
사장님: “두 달 사이에 그 말이 총 사업규모 1,000억짜리 [한국형 어벤저스] 정부 사업으로 둔갑했단다.
김프로: “헉… 그… 그런데요?”
사장님: “정부 갑 님의 1,000억짜리 큰 뜻을, 위대하고 훌륭하신 을 님께서 어심을 읽어 따내셨다. 그 후, 을 님은 그 프로젝트를 수많은 일로 잘게 쪼개 다수의 병에 나누어 하사하셨고, 병에서 정으로, 또 정에서 무로 하청과 재하청이 거듭되고…”
김프로: “설마?”
사장님: “빙고! 역시 우리 김프로는 눈치가 빨라 껄껄껄. 내가 말한 ‘기’는 갑을 병정 무기경신의 ‘기’란다. 결론은 니가 우리 회사를 위해 500만 원짜리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는 거지 후후후 ”
김프로: “네? 저는 상돌이인데 시나리오를 어떻게;;”
사장님: “김프로 보니까 글 좀 쓰더구먼. 그리고 너 마블 영화 좋아한다고 했지? 우리 회사의 적임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김프로란 말이야. 역시 나의 용병술은 환상적이야 후후후. 시나리오 초안 작업 바로 들어가게. 금요일 아침에 출근하면 내 책상 위에 그 초안이 있었으면 좋겠구먼. 그리고 이거 정부 사업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알아서 센스 있게 입맛에 맞춰 쓰도록 해”
김프로: “사장님 지금 화요일 밤이고… 금요일 까지면 원래 하던 일도 있는데”
사장님: “우리 김프로 능력 있잖아~. 여기 공고문을 놓고 갈 테니 부탁하네”
정부사업 공고
[2016년 한국형 어벤져스 영화 제작] 사업 수행기관 공모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우수한 국내 영화 개발에 투자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한국적 가치를 담은 영웅들이 등장하는 영화의 시나리오, 제작, 유통에 참여할 수 있는 사업 수행 기관을 아래와 같이 공모하오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사업 추진 목표
–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적 정서를 가진 영웅들이 다수 등장하는 영화를 제작하여 자국 영화산업을 진흥하고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
– 해당 영화를 기반으로 캐릭터/관광/문화 등 연관된 전후방 산업으로 확장을 통해 신규 수요/일자리 창출 및 한류 상품으로 글로벌 수출을 추진
· 사업내용
– 영화 제작/유통/배급 사업: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적 정서를 가진 다수의 영웅이 등장, 국가적인 재앙을 영웅들의 힘으로 막는다’라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하고 유통한다.
– 수출 사업: 한국적 정서에 열광하는 한류 대상 국가들을 대상으로 각종 상품을 수출하여,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문화산업 중흥에 이바지한다.
창작의 고통
김프로는 사실 국가원수의 숙원사업에 자신이 참여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상상 속 그의 모습은 집현전에서 세종대왕과 한글을 만드는 학자, 혹은 이사벨 여왕의 지원을 받아 신대륙으로 떠나는 콜럼버스처럼 간지나고 멋진 인물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가 느끼는 심정은 연산군을 위해 연못을 파던 노비의 처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구글에 한국형 히어로를 검색했다가, 김치 전사 애니메이션을 보고 좌절한 김프로는 막막한 마음에 믹스커피를 연신 들이켰다. 그런데 불현듯 사장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떠올랐다.
‘정부 사업, 알아서 센스 있게 입맛에 맞춰’
그의 머릿속에 영화 ‘국제시장’의 장면들이 지나가며 몇 가지 단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70~80년대’, ‘복고’, ‘어린 시절’, ‘흑백 TV’
희미한 기억 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이름들을 키보드로 치며 서서히 주요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구체화하기 시작하였다.
한 가지 방향이 정해지자 로키, 울트론, 타노스 같은 빌런이 없는 것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그의 손이 점점 빨라졌다.
시놉시스
제목: 애국특공대 vol 1 “우주의 기운”
줄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위협당하는 위기의 상황에서 잊혀졌던 한국의 영웅들을 불러모아 조국을 구하는 일명 ‘애국특공대’ 작전!!
‘페어런츠 오브 실드(Parents of S.H.I.E.L.D)’, 속칭 ‘조국을 수호하는 어버이들의 모임’이 악질 모사꾼들이 제기한 터무니 없는 자금지원 의혹으로 인해 해산하게 되자 노동개혁법안에 반대하는 아나키스트 같은 무도한 무리를 통제할 힘이 없어지게 되었다.
흔들리는 국가 안보를 다잡기 위해 긴급히 마련된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 김퓨리는 ‘애국특공대’ 작전을 위해 전국 팔도에 흩어져 있던 슈퍼히어로들을 찾아 나선다.
잊혀졌던 한국의 히어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머털도사, 반달 가면, 황금박쥐 그리고 우뢰맨!
4명의 영웅들은 김퓨리의 지휘 아래 ‘애국특공대’를 조직하게 되고 마침내 시청광장 앞에 집결하게 되는데…
등장인물 배경 설명 및 출연진
1. 머털도사 (김광규 분)
태백산 깊숙한 곳에서 10년이 넘게 도력을 닦던 머털도사는 작년 말 대관령 터널 관통고사 착수로 인해 정든 수련 동을 떠나 강원도 평창으로 급히 하산하게 되었다.
머리털 분신술로 최저임금 알바 5개를 동시에 돌리며 부족함이 없는 생활을 즐기고 있던 머털도사는 현대 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최악의 불치병, 유전성 탈모를 진단받고 모든 알바를 중단하고 식음을 전폐하고 있었는데… 머털도사에게 김퓨리의 카톡 메시지가 도착하게 되고…
2. 반달 가면 (김흥국 분)
언주시 경찰서 강력반의 만년 과장, 경정 강혁, 지금은 50대 기러기 아빠의 삶을 살고 있지만, 그에는 한 때 특별한 시기, 특별한 타이틀이 있었다. 반달 가면, 바로 그가 20년 전 전설의 실체였다.
조기 축구회가 막 끝난 일요일 아침, 사우나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는 한 애꾸눈의 사내가 자신을 보며 웃음 짓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
3. 황금박쥐 (미정)
외산 박쥐 배트맨의 등장으로 인해, 박쥐 영웅 메인타이틀을 뺏긴 뒤 한동안 실의에 빠져있던 황금박쥐는 에버랜드 호러메이즈의 해골 알바를 하며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다. 알바시간이 끝난 새벽녘, 야간 개장으로 인해 지칠 때로 지친 몸을 이끌고 후미진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황금박쥐 귀에 정말 오랜만에 듣는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어디, 어디, 어디에서 날아왔나 황금박아악 쥐!”
4. 우뢰맨 – (심형탁 분)
80년대 말,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외침과 함께 1대 에스퍼맨 형래가 자취를 감추자 데일리는 만삭의 몸으로 홀로 남겨지게 되었다. 데일리는 출산 이후 이를 악물고 자본을 모아 에어로빅 학원을 차려 갓 태어난 아들과 전신 타이즈, 자신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2개를 반드시 지키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게 되는데…
시간은 흘러 흘러 2016년, 비록 에어로빅 > 핫요가 > 필라테스 등 업종의 변경이 있었지만 데일리의 헌신적인 땀으로 무럭무럭 자란 87년생 형탁은 반듯한 성품과 건강한 몸을 가진 어엿한 취준생;;이 되어있었다.
30번째 생일, 어느 때와 다름없이 토익학원을 다녀오던 형탁은 알파 센타우리에서 찾아온 우뢰매를 만나고 출생의 비밀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정체가 최애캐 도라에몽이 아니라, 2대 에스퍼맨이었다는 걸 깨닫고 좌절한 형탁 앞에 김퓨리가 나타나게 되는데…
원문: 놀고 먹는 총각 임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