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호주 TV 채널인 나인네트워크(Nine Network)에서 방송된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은 휴가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끔찍한 일을 겪은 호주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호주 애덜레이드 출신의 26세 여성 에어더 마트너(Airdre Mattner) 씨는 휴가 중 서울의 술집에서 만난 남성들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고난의 시작에 불과했죠. 마트너 씨는 여성, 특히 외국인 여성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는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며 이중고를 겪어야 했습니다.
일본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던 마트너 씨가 남자친구 등과 함께 서울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9월의 일이었습니다. 휴가 끝에 함께 온 동행을 돌려 보내고 며칠 더 머무르기로 한 그녀는 페이스북에서 만난 사람들과 술집 순례에 나섰습니다.
대다수의 호주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서울이 안전한 도시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석 잔 째를 마시고 난 후 갑자기 눈 앞이 흐려졌고,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모르는 남성과 택시 안에 있었습니다.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던 마트너 씨는 겨우 택시 기사에게 머물고 있던 호스텔 주소를 건네며 도움을 구했지만 기사는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이후 기억은 다시 끊겼고,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낯선 호텔방이었습니다. 그녀는 남성을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약에 취한 상태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아침에 홀로 눈을 떴을 때는 지갑도 사라지고, 옷과 소지품은 찢긴 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죠.
CCTV를 돌려본 결과, 범행에 가담한 남성은 세 명이었습니다. 그녀는 곧장 호스텔 지배인과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해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여전히 약기운으로 힘겨워하고 있던 마트너 씨에게 경찰은 당시에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 술에 취해 있었는지를 물어왔습니다.
이후, 경찰이 성범죄 조사 절차를 제대로 따르지 않아 DNA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강간범이 페이스북에서 친구 신청을 해왔고, 그녀는 이 화면을 캡쳐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해당 남성이 당시 해외에 있었기 때문에 범인일리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기 사건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애쓰던 마트너 씨는 마침내 경찰이 자신의 신고 내용을 허위 신고로 처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트너 씨의 이야기를 취재한 기자는 한국에 “여성이 술을 마시거나 춤을 추러 간 경우, 피해자를 탓하는 문화”와, “성범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문화”가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피해자나 가해자가 내국인이 아닌 경우에는 경찰이 더욱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요. 서양 여성을 “백인 창녀”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마트너 씨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자, 한국 경찰은 마침내 나이지리아 국적의 남성을 체포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관계에 동의하지 않은 것을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남성은 강간이 아닌 성추행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성범죄를 소홀히 다루는 한국의 현실이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지난 3월 한국에서는 시대에 맞지 않는 성범죄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성범죄 신고와 체포, 기소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외국인이 피해를 입은 성범죄 신고 건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취재 기자에 따르면, 한국에서 일어나는 강간 사건 중 신고되는 것은 10%, 재판까지 가는 경우는 2%에 불과하며, 유죄 판결을 받은 가해자가 징역을 사는 경우는 1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병원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필요한 응급키트(rape kit)를 갖추지 않고 있으며, 의식이 없는 여성을 강간하는 장면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실시간으로 범죄에 참여할 수 있는 웹사이트도 있다는 것이 취재 기자의 말입니다. 살인이나 강도 범죄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이 안전한 나라일지 몰라도, 여성 여행자에게는 매우 위험한 곳입니다. (News.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