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밟힐 만큼 업계 내 팩트에 강함을 드러내며 전문가인 척하는 지루하게 긴 글
- 에픽하기, 〈Born Hater〉 중 버벌진트 부분
인터넷에서는 긴 글이 통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 이 믿음은 업계 전방위적으로 존재한다. 카드뉴스는 기존 미디어가 뉴미디어 흐름에 맞추기 위해 만드는 콘텐츠의 상징이 되었다. 버즈피드와 피키캐스트는 움짤과 짧은 글을 섞어서 만드는 콘텐츠로, 각국 뉴미디어 중 최고의 트래픽을 만들고 있다. 가장 트렌디한 SNS인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짧은 비디오를 공유한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전부일까? 정말 네티즌들은 더 이상 긴 글은 읽지 않는 걸까? 현재 가장 잘 나가는 블로그 플랫폼 서비스인 미디엄(medium)의 발표는 다르다. 이들이 자신의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읽는 데 ‘7분’이 걸리는 것이 최선의 글 길이였다고 발표했다. 이 결과를 도출한 방법을 잠깐 살펴보자.
- 포스트 길이를 X축, 총방문 수의 로그를 y축으로 삼아 그래프를 그린다(로그로 한 이유는 상위권과 하위권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 뷰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저가 ‘정말 이 글을 읽었는가’도 중요하므로 포스트 길이를 X축으로 남겨두고 Y축을 체류 시간으로 둔 그래프를 그려본다.
- 전체의 74%의 글이 3분 이내에 읽을 수 있는 짧은 글이고, 전체의 94%가 6분 이내에 읽을 수 있는 적당히 짧은 글이다. 따라서 평균 체류 시간이 아닌 체류 시간의 중간값을 활용해서 다시 그래프를 그려본다.
이런 과정을 거쳐보니, 긴 글(7분)일수록 히트작이 많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7분까지는 글이 길수록 히트작이 많다. 하지만 7분을 넘어가면 서서히 길면 길어질수록 체류 시간이 줄어든다. 이는 체류 시간뿐 아니라 총방문 수로도 마찬가지였다. 개인적으로 미디움의 이 글은 정말 많은 교훈을 던져주었다. 그중 매체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교훈을 3가지로 정리했다.
1. 긴 글도 인터넷에서 먹힌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의 ‘맥락’이다. 버즈피드처럼 가벼운 글을 쓰는 매체의, 혹은 인스타그램처럼 짧은 글과 사진, 동영상이 주력인 플랫폼이라면 긴 글은 소용없다. 하지만 긴 글을 읽을 준비가 된 플랫폼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각종 오피니언 리더들과 기자들이 양질의 글을 올리는 미디엄 같은 플랫폼이라면 긴 글은 언제나 소구력이 있다. ‘지상 최고의 글 쓰는 도구’가 되겠다는 야심을 가진 미디엄에서라면 긴 글도 나쁘지 않다. 긴 글을 편하게 쓰고 볼 수 있도록 UX적으로 배려했으며, 유저들도 긴 글을 읽을 준비가 되어 있다.
또한 이유도 중요하다. 글이 긴 이유가 양질의 내용이 잘 담겼기 때문이라면 긴 글은 충분히 상품성이 있다. 하지만 글이 이유 없이 길다면 그것은 상품이 되지 않는다. 과거에도 기자들은 ‘간결한 구성’과 ‘짧은 문장’을 가진 글이 좋은 글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어쩌면 별로 달라진 것은 없는지 모른다.
2. 매체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디엄의 데이터 분석은 실질적으로 매체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분석이다. 이런 결론을 내리기까지 미디엄은 다양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또 분석했다. 방문 수뿐 아니라 평균 체류 시간을 글의 성과 평과 기준으로 삼아본 것이 그 좋은 예다.
또 가치 있는 통계를 뽑기 위해 다양한 수학적 방식도 동원했다. 체류 시간의 평균이 아닌 중간값을 활용해 본다든지, 너무나도 데이터가 변칙적인 방문 수의 경우 로그를 넣어 비교가 가능하도록 만든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모두 기초 수학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유저 데이터를 분석하기도 쉬운 것은 아니다. 우선 데이터를 통해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그 의지가 ‘인력 동원’으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개발자가 투입되지 않으면 애초에 방문 수는 물론, 평균 체류 시간이나 체류 시간 중간값 같은 데이터를 알 길이 없다.
원문: 김은우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