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한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두 가지 면에서 충격적이었습니다. 살인범죄율이 낮고 치안이 좋다고 알려진 한국 번화가의 공중 화장실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사건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비극을 둘러싼 상황은 한국 사회에서 격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성격에 대해 경찰은 용의자의 정신 병력을 들어 혐오 범죄가 아니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그의 진술에 한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용의자와 피해자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고 범행 현장인 남녀 공용 화장실에 피해자가 들어서기 전에 다녀간 여섯 명의 남성을 그냥 보냈다는 점에서, 피해자는 오로지 그녀가 여성이었다는 이유로 범행 대상이 된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범행 후, 현대 한국의 상징과도 같은 강남역에서는 10번 출구를 중심으로 임시 추모소가 만들어졌습니다. 며칠 사이 부산과 대구, 대전 등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추모의 자리가 마련되었죠.
용의자의 실제 범행 동기가 무엇이었던 간에, 한국의 여성들은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에 즉각적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추모소에 붙은 포스트잇 가운데는 한국의 현실을 지적하는 문구가 많았습니다.
세계경제포럼의 순위에 따르면 한국의 성평등 지수는 145개 국 가운데 115위이며, 이는 부르키나파소나 잠비아는 물론 굳건하게 가부장적인 성격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보다도 낮은 순위입니다.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선진국 가운데서 가장 큽니다. 올해 1월부터 8월 사이 폭력 범죄 피해자의 87%가 여성이었죠.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하는 범죄가 너무 흔한 나머지,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카메라앱에는 셔터음이 의무적으로 들어가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주의 활동가들의 집회는 맞불 집회를 연 남성 단체의 적대적인 대응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이들은 정신적으로 불안한 개인의 특수한 범죄 때문에 남성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단체는 2010년 북한의 어뢰를 맞고 침몰한 군함에 탑승했던 군인들이 “남성이기 때문에 죽었다”는 내용의 화환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추모식에 모인 여성들은 보복이 두려워 마스크를 썼습니다.
소수 남성 권리 단체의 목소리가 유독 높아진 것은 일정 부분 경기 불황 탓에 실업률이 높아진 현실의 척도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남성에게 가장이 될 것을 요구하고, 결혼식이나 주택 구매 비용을 부담할 것을 기대하는 한국 사회에서 경기 불황은 남성들에게 더 크게 와닿는 것입니다.
남성 단체들은 한국의 여성가족부가 여성에게 주고 있는 혜택에 분노하며 여성가족부의 해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2년 간 군에서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동안 여성들이 직업 전선에서 앞서나간다는 것이죠. 최악의 경우 이들은 현대 한국 여성을 “김치녀”, “된장녀”라 부르며, 돈을 밝히고 남성에게 의지하는 존재로 비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관심을 끌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의 여권 신장 정도를 살필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합니다.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