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황제가 말했다.
“아홉 가지 방법이라는 게 있다고 하던데, 그 방법을 들은 적이 없다. 원하건데 그 방법을 듣고 그 뜻을 펼쳐 석실에 잘 보존해 두고 그 방법대로 실행하고자 한다.”
현녀가 대답했다.
“첫 번째 방법은, 뒤집는 용의 자세, 즉 ‘용번’이라는 것입니다. 여자를 천장을 바라보고 눕게 하고, 남자가 그 위에 엎드려 허벅지를 침상에 깊이 파묻습니다. 이제 여자는 음부를 들어 음경을 받아들입니다. 그 계곡의 가장 충실한 부분을 자극하며, 또 그 위를 공격하기도 하고, 부드럽게 흔들며 움직이되, 여덟 번은 얕게, 두 번은 깊게 움직이면, 죽어서 들어간 것이 살아서 다시 나올 것입니다. 그 기세가 장대하고도 강하니, 여자가 매우 기뻐하게 됩니다. 그 즐거움이 창과도 같으니, 절정에 이르면 스스로 닫히고 단단해질 것이며, 모든 병이 자연히 사라질 것입니다.”
한동안 침묵했던 소녀경 읽기의 2부, 본격적인 실전편이다.
지난 일곱 편을 통해 발기부전, 조루, 불감증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눈 황제. 그동안 나눈 이야기가 음양의 이치와 같은 이론적인 이야기에 그쳤다면, 이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좀 더 본격적인 이야기, 즉 실제 체위 등에 대한 내용이다.
첫 번째로 황제가 묻는 것은 (어디서 주워듣고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홉 가지 방법, 즉 ‘구법(九法)’이라는 것이다. 황제는 이에 대해 현녀에게 질문하며, 가르쳐주면 이를 무려 석실에까지 보존하여 오래도록 지키겠다고 선언한다.
석실(石室)이란 돌방이라고도 하는데, 돌을 쌓아 사방을 폐쇄한 방을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무덤 등을 봉인할 때 쓰이며, 무협지 등에서는 전설의 책, 즉 비급 등이 이런 석실에 보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이 아홉 가지 방법을 석실에 보관하겠다는 선언은, 이를 비급으로 여기고 오래도록 보존하여 후세까지 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
대체 얼마나 대단한 방중술이길래 그러는 것일까. 오오, 처음부터 기대가 부풀어오르는데…
하지만 사실 별 거 없다. 아홉 가지 방법이라고 하니 뭔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이는 아홉 가지 기본 체위를 의미하는 말이다. 현녀는 여기에 각기 그 자세에서 떠오르는 동물의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 용, 호랑이, 원숭이, 매미, 거북이, 봉황, 토끼, 물고기, 학 등이 비유의 대상이다.
어쨌든 나름 실전편이니만큼, 직접 실습을 보여줄 분들을 모셔야 할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 권장도서(…)로 지정된 적이 있다는 인류의 고전 소녀경을 뜬금없이 19금 컨텐츠로 만들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인터넷 쇼핑몰에서 특별히 1명당 2900원에 모셔온(배송비 별도) ‘스타포스 근육맨’이 실습에 나서주실 예정이다.
현녀가 소개하는 구법(九法) 중 첫 번째 방법은 용번(龍翻). 이름부터 심상찮은, ‘뒤집는 용의 자세’라는 자세다.
용번의 자세를 취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이 위를 바라보고 똑바로 눕고, 그 위에 남자가 엎드린 자세로 눕는다. 남자는 허벅지가 침상에 닿을 정도로 여성의 몸에 밀착해야 하며, 이 상태로 여성이 허리와 엉덩이 부위를 살짝 들어 삽입하게 된다. 이쯤 얘기하면 누구나 무슨 자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정상위다(…)
남녀 모두 자세를 취하는데 큰 힘이 들지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이기 때문에 그만큼 긴장감이나 감흥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다 디테일한 동작을 요구하고 있다. 계곡의 가장 충실한 부분을 자극하라거나 다시 그 위를 공격하라는 것은, 단순한 삽입이 아니라 여성의 성감대를 더 적극적으로 찾고 자극하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또한 부드러우면서도(疏緩) 리드미컬한(動搖) 움직임을 요구할 뿐 아니라, 여덟 번을 얕게 삽입하고 두 번은 깊게 삽입하라(八淺二深)는 등 강도의 변화를 통해 더 강한 느낌을 이끌어낼 것을 주문한다. 이런 움직임을 통해 여성의 쾌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용번의 자세를 취하는 주요 목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