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w to write 100 novels」을 참조해 작성한 글입니다.
바보 두지(Bavo Dhooge)는 1973년 벨기에 겐트에서 태어난 영화감독이자 소설가입니다. 15년 동안 장르소설을 써온 벨기에 출신 프로 작가로, 주로 범죄소설을 씁니다. 섀도우상(Shadow Prize), 다이아몬드 불렛(Diamond Bullet), 에르퀼 푸아로상(Hercule Poirot Prize) 등 장르소설에 주는 여러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좀비 경찰 이야기부터 SF까지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써왔습니다. 그가 낸 책의 제목들은 모두 S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S-Express’라고 하네요.
그가 15년간 100권의 책을 쓸 수 있던 비결은 글쓰기를 일종의 공예품 만드는 일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랍니다. 100개의 좋은 의자를 만든다고 생각하면서 100권의 책을 썼다는 것이죠. 이 다작하는 작가가 자신만의 글쓰기 비법을 공개했는데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시각화하라 Visualize your success
대학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한 나에게 책을 쓰는 과정은 영화 만들기와 비슷하다. 모든 것을 시각화하는 것이 글쓰기의 시작이다.
당신이 쓰고자 하는 것을 생각하는 일은 실제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2주 동안 머릿속에 이야기를 꼼꼼하게 구성한 뒤에야 언더우드 타자기 앞에 앉아 실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문장을 쓰기 전에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생각하고 그것을 믿으려고 한다. 자신의 에이전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쓸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린다. 내 스스로에게 내가 떠올린 프로젝트를 팔아본다.
확신이 들지 않아 몇 달 동안 아무 것도 못 쓴 적도 있다. 이야기가 어디서 본 것 같아서, 혹은 나 자신을 매혹시키지 못해서 쓸 수 없었다. 소설의 등장인물이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면 이것은 좋은 신호다. 내 머릿속 가상의 스튜디오 이사회를 장악하는 자가 소설의 주인공이 된다.
2. 하나의 문장을 던져라 Think about your pitch
새 소설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하나의 문장을 만들고, 그 문장을 계속 외우면서 방황하는 것이다(아침에는 커피 한 잔 들고 좀비처럼 돌아다닌다). 이 문장은 내 이야기의 중심으로 몇 개의 단어로 구성되어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를 ‘피치(pitch)’라고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좀비 형사와 연쇄 살인범이 대결한다.
나는 이 문장을 작은 카드에 적고 작업실 보드에 걸어놓는다. 이 문장은 열차가 지나가는 트랙이다. 글을 쓰다가 방향을 잃을 때 나는 이 문장을 되돌아보고 목적지를 상기할 수 있다.
3. 문장을 테스트하라 Test your pitch
피치한 문장이 익숙해졌다면 이것을 테스트해봐야 한다. 그래야 이야기가 충분히 오리지널한지 알 수 있다. 나는 책상에서 일어나 친구와 함께 식당이나 술집에 간다. (이 얼마나 좋은 직업인가!) 그곳에서 이제 진짜 테스트가 시작된다.
내가 만든 한 문장과 간략한 줄거리를 친구에게 들려준다. 이때 내가 만든 이야기라고 하지 않고 신문에서 읽은 이야기라고 얼버무린다. 이야기를 마친 뒤엔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다. 다시 친구에게 돌아왔을 땐 이미 피칭에 대한 결과가 나와 있다. 친구가 어서 빨리 다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말하면 성공이다. 그렇지 않고 만약 화제를 돌려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그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볼 것이다.
작가는 자신만의 철탑에 갇히려는 경향이 있다. 글쓰기는 매우 고요하고, 자기 안에 갇히는 행위이기 때문에 나의 아이디어를 세상과 공유하는 두려움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과정은 정말 꼭 필요하다. 이야기가 통한다는 것은 농담이 먹힌다는 것과 같다. 세상에 나쁜 조크는 없다. 나쁘게 말해지는 조크만 있을 뿐이다. 사실 이 과정은 내가 생각해낸 것은 아니고, 〈택시 드라이버〉의 각본가 폴 슈레이더에게서 가져온 것이다.
4. 중심 이미지를 찾아라 Find a central image
나는 글쓰기 전에 이야기에 꼭 맞는 이미지를 찾는다. 좀비 형사 이야기라면 B급 영화에서 좀비 이미지를 찾으면 되겠다. 내가 떠올린 좀비는 그룹으로 몰려 있는 좀비가 아니라 고립되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좀비다. 비록 살아있을땐 나쁜 놈이었더라도 죽음의 세계에서 그는 꽤 괜찮은 좀비다.
나는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려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사는 그를 19세기말 벨에포크 시대의 오스텐드(벨기에 해안의 휴양도시)로 데려갈 것이다. 그 시대로 가면 초현실주의자들이 해골과 뼈, 두개골을 이용해 초현실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 19세기 턱시도를 스타일리시하게 입은 해골을 상상해보라. 난 그 이미지를 찾아 보드에 문장과 함께 나란히 걸어놓는다. 이 하나의 이미지가 나를 글쓰기 과정에 집중하도록 도울 것이다.
5. 제목을 정하라 Find the right title
중심 문장과 이미지를 찾았으면 다음 단계는 제목이다. 내가 떠올린 좀비형사 소설의 제목은 ‘Rafael Styx’였다. 라파엘은 천사 가브리엘과 발음이 비슷해 일종의 반어법으로 생각했고, ‘Styx’는 사람이 죽은 후 첫 7일 동안 저승으로 가는 길에 있다고 하는 삼도천을 뜻하는 단어다. 내 모든 소설은 ‘S’로 시작한다. 그래서 ‘Styx’로 정했다.
나는 캐릭터에 맞는 이름을 찾기 위해서도 수많은 시간을 보냈다.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스토리는 캐릭터가 된다.
6. 스토리를 만들라 Get to know your story
이제 보드에 세 가지 종이가 걸려 있다. 중심 문장, 이미지, 제목. 이들은 나에게 안전망 역할을 할 것이다. 다음 단계는 글쓰기의 아주 기술적인 부분이다. 나는 주인공 캐릭터가 실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약력을 만든다.
그리고 10문장 이내에서 시놉시스를 쓴다(이 문장은 가끔 소설책 뒷표지에 그대로 쓰인다). 다음엔 이 시놉시스를 3장으로 늘린다. 도입 – 중간 – 결말의 3단계 구조로 쓴다(이 과정을 잘 모르겠으면 영화를 보면서 3단계로 나누는 연습을 하라). 시놉시스를 쓸 땐 다른 책, 영화, 그림, 스케치 등을 참조한다.
7. 안전망을 설치하라 Set your safety net
지금까지의 과정에 대략 5~6일 정도가 걸릴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책상 앞에 앉아서 글쓰기를 할 때다. 소설을 처음 쓸 때 나는 무작정 썼다. 그러나 쓰는 도중 막혔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황했고, 결국 길을 잃었다. 그래서 정말 안전해지기 위해서 나는 가장 중요한 최후의 안전망을 설정했다. 그것은 바로 ‘트리트먼트’다.
이는 매우 간단하다. 챕터를 쓰기 전에 매번 한 문장으로 그 챕터를 요약하는 것이다. 소설이 30챕터로 구성된다면, 나에겐 30개의 문장이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마치고 나면 당신은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다.
어떤가요?
소설가 바보 두지의 방법이 지나치다고 느껴지나요? 하지만 그는 이런 방법으로 100권의 소설책을 썼습니다. 낯선 벨기에 작가이고, 벨기에어로 쓰는 작가이기 때문에 그의 책을 읽어볼 기회는 없었습니다만 엄청난 양의 글을 꾸준히 쓴다는 것만으로도 그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는 하루에 한 챕터씩 쓴다고 합니다. 오전 10시에 컴퓨터 앞에 앉으면 무엇을 써야 할지 이미 알고 있어서 3시간 동안 써내려간다고 합니다. 이 과정을 휴일도 없이 매일 반복하는데 그는 글 쓰는 순간이 행복하다고 하네요.
그는 자신의 글쓰기 과정을 그림에 비유했는데, 위에서 말한 7단계의 준비 과정이 스케치라면, 글쓰기는 컬러를 입히는 일이라고 합니다. 꼭 맞는 단어, 장면, 행동, 캐릭터, 대사를 사용해 색칠을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바보 두지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이 이런 방식으로 작업합니다. 추리소설의 대가 엘모어 레너드의 「글쓰기의 10가지 규칙(Ten Rules of Writing)」에도 비슷한 방식이 등장합니다. 다음엔 엘모어 레너드의 글쓰기 규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원문: 유창의 창작이야기